|
유럽여행을 떠난 미국인 남자(에단 호크)가 기차 안에서 매력적인 프랑스 여자(줄리 델피)를 만난다. 함께 24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렬히 이끌린다. 그러나 헤어짐은 눈 앞으로 다가오고,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와 여자는 6개월 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만들어진지 근 10년의 세월이 흐른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1994년 작 <비포 선라이즈>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설레는 기억으로 남아있는 영화다. 꼭 유럽 행 배낭여행처럼 소박하고도 가슴 떨리는 추억. 불과 24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제작됐지만 2천만 달러 이상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거둬들였고, 영화의 헌신적인 팬들은 "두 사람이 정말 만났을까"에 대해 지치지 않는 논쟁을 벌였다.
그런 상황에서 마침내 등장한 <비포 선라이즈> 속편 <비포 선셋(Before Sunset)>이 사람들의 관심을 잡아끄는 건 당연한 일. 물론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와 전편의 주인공들인 에단 호크, 줄리 델피가 고스란히 다시 만났다. 현재 11일 간의 여정을 한창 진행중인 올 베를린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에 오른 23편 중 한 편으로 출품된 <비포 선셋>이 화요일 베를린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다. <비포 선라이즈>로 은곰상을 수상하기도 한 링클레이터와 배우들에 보내는 베를린의 갈채는 더없이 뜨거웠다.
<비포 선셋>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세월이 흘러 제시(에단 호크)는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되어 있다. 새로 출간한 소설의 유럽 프로모션 투어를 떠난 그는 마침내 셀린느(줄리 델피)와 조우한다. 그러나 가슴 떨리는 재회는 예기치 않게 방해받게 되고, 두 사람은 다시 서로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2편 역시 전편에서 그들이 사랑과 결혼, 인생의 의미와 죽음에 대해 밤새 대화를 나누던 비엔나를 무대로 전개된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후속편(sequel)이라는 말보다는 그저 연속된 이야기의 다음편(continuation)으로 보아주기 바란다"고 못박았다. 속편이란 말은 상업적 이윤을 노리는 저의가 숨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게 그의 설명. 이어 링클레이터는 "나와 배우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다시 뭉쳤다. 우린 <비포 선라이즈>를 끝내자마자 <비포 선셋>에 대해 이야기했고, 서너 해가 지난 후부터는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남아있는 문제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시작하느냐일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비포 선셋>이 <비포 선라이즈>의 좋은 기억을 망쳐버릴까 두려웠지만, 계속해서 그리워하던 곳으로 돌아온 기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호크는 링클레이터 감독과 각본을 공동으로 집필하기도. 이미 언급한대로 <비포 선셋>은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있고, 워너브라더스, 타임워너의 워너 인디펜던트 픽쳐스가 배급하는 첫번째 영화가 된다. 미국 개봉은 6월경으로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