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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유에프오
그 작은 기적을 내게 주세요 | 2004년 1월 29일 목요일 | 임지은 이메일


버스기사 박상현(이범수)의 취미는 '박상현과 뛰뛰빵빵'이라는 짝퉁 음악방송을 만드는 것. 들국화를 비롯한 80년대 넘버들이 버스 안에서 줄기차게 흘러나오는 걸 보면 꽤나 로맨틱한 성격의 소유자이리라는 점도 짐작 가능하다. 어느 날 그는 시각장애인 경우(이은주)를 만나 한눈에 반해버리고 만다. 사귀던 애인이 냉정하게 등돌리고 난 후 경우는 무작정 구파발로 이사를 오는데, 하필 구파발인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동네에서 미확인 비행물체, 즉 UFO가 목격되었다는 소문 때문. 앞못보는 아가씨가 '목격자'가 되고 싶어하다니 어딘가 어불성설 같지만, 경우는 그 두 가지 기적을 간절히 기다린다. UFO가 나타나주는 것, 그리고 바로 자신의 두 눈으로 UFO를 목격하는 것.

버스 안에서 처음 만난 경우와 길에서 다시 조우했을 때, 본디 소심한 상현은 엉겁결에 그만 거짓말을 하고 만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부른다는 것은 고금을 통한 불변의 진리. 맹인견의 도움을 받아 힘들게 걸음을 옮기면서도 유달리 발랄하고 당돌한 그녀를 향해 상현의 마음은 계속 달려가고, 또한 마음과는 다르게 자꾸만 거짓말을 내뱉는다. 그리하여 버스기사 박상현은 교통방송 DJ 박상현으로, 또 전파상 오너 박평구로 1인 3역을 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인다.

<안녕! 유에프오>가 말하는 UFO는 물론 누구나 꿈꿔보는 기적의 메타포에 다름 아니다. 옆집, 또 그 옆집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훤히 보이는 동네. 낡은 집들이 복닥복닥 들어찬 가난한 거리에서 사람들이 품어볼 수 있는 꿈은 한결같이 소박한 것이다. 경우가 말한 '기적'을 복권당첨쯤으로 오해한 동네 주민들은 문제의 '미확인 비행물체'의 존재를 둘러싸고 작은 소동을 벌이고, 이 소란은 그대로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한편 UFO에 얽힌 경우의 기억이 그렇듯, 상현에게도 그 동안 간직해 온 작은 기적이 하나 있다. 즐겨듣는 곡 "행진"과 들국화의 전인권에 얽힌 비밀이 그것. (이 표백된 듯 착한 영화에 불쑥 전인권이 등장할 때의 감흥은 "꼭 내가 유에프오 같아요"라는 전인권 자신의 말로 효과적으로 요약된다.)

"나 네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어." 경우가 그렇게 말했을 때, 그녀는 친구의 얼굴을 가장하고 곁을 맴돌던 상현에게 또 하나의 기적이 된다. 그러나 한 발짝 가까워졌다 싶으면 다시 두 발짝 멀어지는 경우의 마음을 상현은 이해할 수 없다. 한편 상대가 나를 모르는 것은 내가 상대를 모르는 것 이상으로 쓸쓸하게 마련. 물론 스스로 자초한 일이긴 하지만 자신의 얼굴을 모르는 그녀가 그 외 다른 부분들까지 속속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은 죄책감과 쓸쓸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그리하여 마음 하나로 우격다짐 다가서려 애쓰는 상현의 시도는 자주 좌절되고, 그는 결국 울분을 터뜨린다.

<안녕 유에프오>는 소박하고 착한 영화지만, 감응력은 떨어지는 편. 특히 주변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코미디는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해 외따로 노는 느낌을 준다. 충분한 개연성 없이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들쑥날쑥 끼어드는 탓. 왜 서로를 필요로 하는지 실은 너무도 명백한 두 사람의 사랑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와 닿지 않는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상현이 경우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이 영화 최대의 사건에 도달해서조차 카타르시스는 크지 않다. 극장에 들어서는 관객이 원하는 것도 결국은 작은 기적에 다름 아닐 것이다. 별처럼 많은 영화 중에, 이 영화가 내 안으로 걸어 들어와 시시때때로 곰씹을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을 남겨주는 것. 평작의 한 편으로 남은 <안녕 유에프오>는 영화와 관객이 동시에 품고 있던 바램을 결국 성취하지 못한다.

2 )
ejin4rang
소박한영화   
2008-10-15 17:18
callyoungsin
소박하고 착한 영화다   
2008-05-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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