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곰 엄마는 맨날 나 이렇게 업어준다. 부럽지?

덴마크의 애니메이션 거장이 들고 온 영화 <곰이 되고 싶어요>는 현란한 최첨단 기술로 눈맛, 입맛이 길들여진 요즘 관객들이 본다면 어쩌면 심심하게 보이는 작품일 수도 있다. 그러나 5분 여의 시간이 흘러가면 먹물이 한지에 아련히 퍼져나가는 듯한 매혹적인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임을 곧 알게 되리라 생각한다.

모르면서 아는 척 하기는 싫다. 애니메이션 거장이라고 요란하지는 않지만 자랑스레 광고지에 적혀있는 감독 야니크 히스트룹을 솔직히 필자는 알지 못한다. 꼬부랑 글씨만 봐도 머리가 어지러운 필자가 읽기마저 어려운 감독의 이름을 어디서 듣고 기억하겠는가 만은 단 한 작품 <곰이 되고 싶어요>로 그는 지울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여전히 발음하기 힘들지만, 감독으로 억지스레 뇌리에 남아있기에 충분하다.

야니크 히스트룹 감독이 선보인 <곰이 되고 싶어요>는 일단 관객을 너무 배려한 제목이 눈에 뛴다. 제목만 봐서는 내용을 당최 짐작하기 힘든 요즘 영화 타이틀과 비교한다면 쉽게 내용을 짐작하게 해주니 말이다. 스토리는 곰의 품에서 자란 인간의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스스로 곰이 되려 한다는 다분히 계몽적인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스토리 절차를 따른다.

허나, <곰이 되고 싶어요>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기존의 다른 영화와 비교되는 짧은 런닝타임 하에서도 여러 상징적인 의미를 포착하고 있는 그리 만만치 않은 주제를 담고 있는 어른을 위한 판타지이기도 하다. 침묵하는 위대한 자연 앞에 인간과 동물의 조화로운 삶을 그린 것이 아니라 약탈과 죽음 그리고 고통스러운 성장의 대가를 그린 다분히 철학적인 되물음이 있는 세상사의 진리를 담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모형 제시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사건을 진행하는 방식은 기존 애니메이션 영화들과는 사뭇 다르다.
사냥꾼의 아이를 유괴하는 곰(자연)이라는 설정만 보더라도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시점에서 영화를 그린 것이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살기 위해 인간에게 유해를 가한다는 자연의 입장에서 사건을 끌고 간다.

감독이 가장 처음에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의 ‘경고’이다. 침묵만 하던 자연의 포효가 아니라 영화는 시작부터 자연의 무서운 힘을 ‘유괴’라는 상징적인 사건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이런 주제는 인간의 아이가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떠나 스스로 곰이 되려는 선택의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곰이 되고 싶어요>는 그간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해오던 교육적인 질문 형식과는 반대로 두 개이 결론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위협적인 질문의 답을 요구한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으로 사는 순리를 거스른다면 자연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인간에게 복수한다는 어두운 결론을 영화는 처음부터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오만함을 비판하기보다는 자연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준 <곰이 되고 싶어요>는 <똘이장군> 마냥 즉물적으로 삽시간에 내용을 간파되는 그런 부류의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아이(작은곰)가 진짜 곰이 되고 싶어 자연에 시험에 응하는 장면에서는 이런 극의 주제가 더욱더 부각되고 있다. 자연이 내 준 세 가지 시험 앞에 아이는 아이러니 하게도 자연의 도움을 받아 시험을 통과하게 된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자 함도 자연의 시험과 도움 없이는 이루어 낼 수 없는 힘든 인간의 선택과 성장이 돼버린 것이다. 그만큼 인간은 자연과 멀어진 것이고 침묵한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자연은 자신의 경고를 무시한 인간에게 가혹한 시험을 내면서까지 인간의 의지를 확인하려고 한다.

야니크 히스트룹 감독의 <곰이 되고 싶어요>는 이렇게 큰 주제아래 다소 어려운 질문과 묘사로 자연의 메세지를 들려주고 있다.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동양화 같은 그림은 그렇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겨울이 가기 전에 추운 북쪽 나라에서 곰이 되고자 하는 한 아이의 사연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