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아니 얼마 전(^^) 중학교 3학년이던 어느 겨울에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작은 위안을 삼은 적이 있었다. '아~~ 쟤들도 저런 아픔이 있구나!' 물론 우리의 입시지옥에 비하면 진로문제로 인한 부모와의 마찰은 한 단계쯤은 차원이 높은 고충이었다. 그 당시 우리의 10대들은 진로문제로 부모와 대립하기 이전에 학교에서 수많은 시험과 석차로 구분되는 등급 나누기의 칼부림에 맞서야 했었다. 오죽했으면 석차가 떨어져 자살하는 여고생이 나오는 영화가 대히트를 치고 해마다 여름이면 재탕 삼탕이 나왔을까? 나도 한여름 방학 중에 친구들과 단체로 관람을 하며 눈물을 훔쳤었지.
바야흐로 세월은 흘러 어느새 2000년, 그 사이 [클루리스], [아메리칸 파이],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등등의 영화들을 통해 미국의 영화 속 10대들은 역시 우리와 아주 많이 다름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더더욱 뼈져리게 느껴 가던 때이다. 그리고 유명배우나 거대한 제작비, 변변한 이슈거리 하나 없이 전미박스오피스 연속 2주를 기록하고 날라 온 [브링 잇 온]을 만났다.
그저 재미와 유쾌함과 10대 소녀들의 산뜻함(솔직히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이제는 더이상 10대들이 풋풋하지만은 않지만.)만을 무기로 치장하자는 영화를 두고 [죽은 시인의 사회]를 운운하며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다만 가는 길이 다른 만큼 그 다른 길에서 역시 다른 위안거리를 주었음 했었다. 그러나 3000만원을 웃도는 폭스바겐 뉴비틀을 모는 여고생, 드넓은 정원 잔디에 그네를 매달아 두고 사는 집안의 자제, 대놓고 '너희 아빠 재력 좀 쓰자'라고 제안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아이들. 설사 그들의 고민이 '치어'에 관한 것이 아닌 우리의 입시지옥과도 맞먹는 수준이거나 인생최대 위기를 맞는 고민이었대도 이해하기가 벅찼을 것이다. 그래봐야 배부른 고민이요 행복한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 정도 재력이면 우리나라에선 진작에 유학 갔으니까!
열정을 발산할 곳이 없어 연예인들을 영웅시하며 광신도처럼 응원해 마지않는 우리 10대들의 순수한 열정과 다를게 무엇인가? 우리 10들에게는 스포츠 팀의 치어가 아닌 연예인 치어 선수권 대회를 열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이 미국의 치어처럼 젊은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는다면, 미국 치어리더들 우리 것을 모방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이러한 나의 바램에 선결되어야 할 조건이 되며, 정말로 부러웠던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치어를 위해 다른 것은 아무 것도 걱정할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안무 구상과 열띤 연습은 진정 원해서 하는 것이기에 행복한 고생이다. 부모님이 공부는 뒷전이냐고 야단치지도 않고, 대학은 어떻게 갈건지 고민하지도 않으니(앗! 미국에선 치어만 잘해도 대학 가나? 아차~ 걔들은 대학 안가도 그만이지.)말이다. 오히려 여주인공의 부모는 치어리더 캡틴이 된 딸이 아빠에게 타학교 치어리더들을 후원해 줄 것을 요청하자 갑자기 활달한 천사표가 된 딸의 태도에 놀란다. '아~~ 나도 저런 뒷바라지 해주는 집에 살면 무지무지 착한 청소년 될 수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