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요즘 아무래도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점점 고갈되어 가고 있나봐요. 요즘 들어 개봉하는 영화라고는 [미션 임파서블 2]처럼 기존에 크게 유명세를 떨쳤던 TV시리즈 혹은 [엑스 맨]같이 원작이 만화인 이야기들을 줄창 리메이크만 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미녀 삼총사]도 바로 그 범주에 속하는 영화입니다. 1970년대에 크게 유행했던 TV시리즈를 영화로 각색한 거니까요.
미녀 삼총사- 나탈리, 딜란, 알렉스 - 는 얼굴은 없고 목소리만 있는 백만장자 '찰리'의 후원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사립탐정들입니다. 각기 다른 배경에, 다른 개성들을 자랑하지요. 카메론 디아즈가 맡은 나탈리는 약간의 푼수끼를 자랑하는 백치(?)미인이고요. 드류 베리모어가 맡은 딜란은 한 터프(!)하는 아가씨고요. 루시 리우가 맡은 알렉스는 깜찍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색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처녀랍니다.
솔직히 이 삼총사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는 하지만, 그 사건이라는 건 별로 심각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습니다. 맥주병 하나로 지문 감식기를 통과하고 콘택트렌즈만 잘 끼면 안구감식기도 통과할 수 있죠. 첨단의 무기들이 있으니 그 도움을 받으면 되고. 이 세상에서 정말 궁금한 건 우리를 후원해주는 '찰리'의 얼굴.
이 영화가 보여주려고 한 건 사실 그런 이야기들이 아니고, 그냥 '보여주기'입니다.
이 영화는 정말 보여주기에 충실한 영화입니다. 그것도 정말 보여주려고 하는 건 등장하는 배우들의 섹시한 몸매랑 그걸 돋보이게 하려는 높은 난이도의 무술 장면 뿐이지요. 그래서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옷들이 그렇게 화려하고, 노출빈도가 심하지요. 자세히 보여주려니 슬로우 모션은 필수고요. [매트릭스]의 무술감독과 동일인이 무술을 지도했다고 하는데... 그 무술실력은 정말 볼만 하기는 하더군요. 왠지 만화 '세일러 문' 생각나지 않으세요? 예쁘고 잘 빠진 몸매의 여자아이 5명, 별 고민은 없는데 남자친구가 내 맘을 몰라주니 그게 좀 짜증이고... 아, 간간이 악당이 쳐들어오니 변신을 해야지? 변신은 슬로우 모션으로!
여자인 저로서는 약간 허탈하기도 했지만요, 솔직히 이런 감정을 날려 버릴 정도로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전 '세일러 문'의 열렬한 팬이었으니. 두 말할 나위도 없죠. 거기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다음 임무는 정말 재미있을 거야!"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2편을 기대하라고 말하잖아요? 전 벌써부터 다음 편이 기대되기 시작하는걸요. 그런데 [미녀 삼총사],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정말 '딱'인 영화 제목인 것 같아요. 원제인 '찰리의 천사들'보다요. '세일러 문'은 끝났지만, 지구는 미녀 삼총사가 지킬테니 이젠 안심하고 잠들 수 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