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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소리인고 하니, 김래원과 문근영이 영화 속 장면을 위해 결혼식을 올린다는 말씀. 이들이 함께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는 <어린신부>(감독 김호준, 제공 코리아픽쳐스, 제작 컬처캡 미디어)로, 할아버지들이 젊은 시절에 한 약속 때문에, 16살 고딩 ‘보은(문근영)’과 24살 대딩 ‘상민(김래원)’이 졸지에 부부가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따뜻하고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다.
물론 그들이 결혼하기까진 당연히 순탄치 않았다. 상민은 “아니 이렇게 작업할 걸(girl)들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데, 유부남이 되라고? 보은이 걔는 어릴 때부터 늘 보던 친동생같은 아인데.”라고 왈왈 울부짖고, 보은은 보은대로 “전 아직 아줌마가 되기엔 너무 어리잖아요! 저 느글거리는 바람둥이 상민 오빠가 제 남편이라니요?”라며 퉁퉁 부어올랐으나 ‘보은이 할아버지(김인문)’의 건강 악화로 그들의 결혼은 속행되기에 이른다.
이날 촬영 장면은 요러한 우여곡절을 겪은 상민과 보은이 결국 ‘눈물’의 결혼식을 올리는 부분들이다. 하객들로 동원된 엑스트라만도 수십명이라, 진짜 결혼식장을 방불케 했던 예식장 내부는 어린 커플의 결혼식에 어울릴만한 귀엽고 로맨틱한 장미꽃송이들로 화사하게 장식돼 있었다. 거참, 사람의 무의식이 무서운지라 결혼식 장면을 위해 남달리 꽃단장을 한 배우들과 엑스트라들이 휙휙 지나가다 보니, 진짜 결혼식이 아닌가 하는 희안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이날 촬영은 안팎으로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김인문씨가 몸이 편찮은 관계로 오전에 후딱 촬영을 끝내시고 귀가하셨고, 오후에는 주차장에서 상민과 보은이 신혼여행 떠나는 것을 가족과 친지들이 배웅하는 장면부터 시작했는데,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에 모든 배우들이 오들오들 몸을 떨어대니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마음이 초조했다. 차속에 있는 김래원과 문근영 또한 슛 전후에 가슴팍까지 담요를 끌어안아 댔으니 얼마나 추웠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날 문근영은 울다가 웃는 재미난 양면 연기를 선보였다. 신부 대기실에선 “엄마, 이 결혼 취소하면 안 될까…엄마 나 무서워.”라고 불쌍하게 울먹거리다가, 급기야 결혼식장에선 결혼서약 도중 그 큰 눈에서 또르륵 눈물을 흘렸던 그녀. 하지만 행진하는 상민과 보은에게 쏟아지는 꽃가루와 색종이, 눈가루들을 맞더니 마냥 이 상황이 재미있어져서 신기하게 사람들을 둘러보며 금새 얼굴이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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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클라이막스는 단연 결혼식 장면이라 할 수 있다. 1시간이 넘는 신부 화장을 받은 문근영은 다소 우아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앙증맞은 부케를 들고 나타났다. 자신의 모습이 쑥스러운지 가끔 혀를 낼름 내밀기도 하며 더욱 귀여운 모습을 자아냈던 문근영은 “여고생과 대학생이 결혼한 뒤 함께 생활하면서 생기는 여러 일들이 이 영화의 재미”라고 <어린신부>를 소개했다.
또 상당히 귀티나는 예복을 입고 나타난 김래원은 “보은의 학교에 교생 선생님으로 가게 된다.”며 “그동안 연기했던 밝고 건강한 캐릭터 중에서도 상민이 가장 남자다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신혼여행에서 보은이 탈출을 감행한다는데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은 해프닝이 과연 무엇일지는 내년 2월 스크린에서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어린신부>는 <편지>, <산책>의 조감독이었던 김호준 감독의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