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윗 상사들의 경계대상 1호 아오시마 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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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대수사선은 경찰들의 이야기였다.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들의 모습보다 그들 자신들의 이야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 한 좀 특이한 경찰영화였다.
경찰 내부의 경직된 조직을 과감하게 비꼬며 통쾌한 웃음을 선사했던 풍자극으로 당시엔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런 춤추는 대수사선이 5년 만에 좀더 풍성해진 몸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경찰들의 모습으로 전작의 장점을 그대로 모방하며 돌아왔다. 딱 여기까지다. 전작의 장점을 충분히 따르고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넘어야 할 한계였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것에는 상관없다는 듯 전작만을 쫓기에 바쁘다. 여전히 경찰 내부의 문제가 고쳐지지 않았으니 영화도 어쩔 수 없다는 자세로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 일본관객 2,000만 명을 동원한 힘이 됐는지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이미 드라마로 처음 상영될 때부터 춤추는 대수사선 현상이라 불릴 정도로 굉장한 반응을 보였으니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의 영화일 뿐인 우리에게는 신선함이 떨어져 보일 뿐이다.
| 현장으로 돌아왔건만 보고에 발이 묶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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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테러범들이 인질을 잡고 있는 선상으로부터 시작된다. 특수진압부대가 투입되고 이어 하나 둘 인질들이 내려온다. 그런데 수상하다. 따라 내려오는 특수진압부대가 모두 체포된 것이다. 위 상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테러진압 작전 시범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테러범으로 투입된 우리의 악동 아오시마의 오기가 발동해 특수진압부대가 테러범에게 붙잡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것도 상관들보고 보란듯이 우쭐대며 내려오는 아오시마. 이 첫 번째 에피소드에 영화의 성격이 그대로 집약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오시마가 맘만 먹으면 상관들 쯤 물 먹이는 건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 다양한 전단지와 유혹의 선물들을 나눠주는 아가씨들이 등장한다. 그만큼 새로운 무언가가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다. 온통 공터였던 오다이바는 5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빠르게 성장해 이제는 관광명소가 돼 버렸다. 그래서 경찰들은 넘쳐나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길읖 찾아주거나, 교통정리를 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따위 일 가지고는 천하의 아오시마라도 윗 상사를 골탕먹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정말 사건다운 사건이 없는지 부서를 넘나들며 찾아보지만 이렇다할 사건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 즈음 부녀자를 골라 목을 물어대는 사건이 발생하고, 가족단위의 소매치기 범이 출연한다. 그리고 아오시마가 그토록 염원하던 사건 같은 사건, 바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하지만 아오시마가 원하던 대형사건은 언제나 본서의 몫이다. 곧바로 완간서에 특별수사본부가 세워지고 완간서의 경찰들은 특별수사본부의 몸종이라도 되는 듯 그들을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늘 컵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는 완간서의 경찰들과 달리 특별수사본부의 도시락은 특별하다. 그러기에 이들은 도시락 하나 만으로도 신분의 차이를 실감한다.
| 사건은 현장에서 해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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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간서의 경찰들은 살인범 체포보다 서장이 보낸 러브레터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밝히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 특별수사본부장으로 경찰 내부에 남녀 평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걸 홍보하기 위해 여성인 오키다가 임명되고 무로이가 그녀를 지원한다. 본 청으로 갔던 마시타가 협상가가 되어 돌아오면서 영화에 필요한 등장인물이 갖춰진다. 두 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제 영화는 범인검거를 향해 달려가야 할 차례다.
하지만 영화는 범인검거를 뒷전으로 하고 오키다를 악역으로 추켜세운다. 오키다는 그야말로 본청의 속성을 그대로 전달하는 인물이다. 완간서의 경찰들은 심부름꾼쯤으로 취급하고 그들이 맞고 있는 사건은 살인사건에 비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투다. 그야말로 경직된 일본 경찰 간부들의 모습을 너무나 강렬하게 내리 꼿는 캐릭터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 뻔한 선악구도를 조장한다. 그러기에 전편에서 선보였던 경찰 내부를 향한 예리하면서도 은근한 풍자는 사라져 버렸다. 마치 초등학생들에게 이건 착하고 저건 나쁘다는 걸 가르쳐주는 식으로 너무나 직설적이기에 영화는 상당부분 재미를 상실한다. 전편에 비해 날카로운 칼날만 더 날카롭게 세운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영화는 수사물 인 척 하면서 경찰 내부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다. 아오시마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와쿠 형사와 본청의 친구는 경찰 내부의 경직되고 명령하달 식의 상하 수직적인 관계를 개선해보려던 숙제를 아오시마와 무로이에게 넘긴다. 마치 두 사람의 바람이 이뤄질 때까지 시리즈는 계속될 것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전편의 캐릭터들이 고스란히 등장해 좀더 능숙하게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마치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는 것처럼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춤추는 대수사선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주제곡이다. 강렬하게 울려 퍼지는 타이틀곡을 들으면 전율이 느껴지곤 한다. 올해 유난히 형사물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한 해 였다. 살인의 추억, 와일드 카드, 나쁜 녀석들 2에 이어 춤추는 대수사선 2가 그 마무리를 잘 해 줄지는 미지수다. 경찰들의 우정과 미래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길 바라며, 경찰은 언제나 시민의 친절한 심부름꾼이라는 아오시마의 깨달음이 온 세상에 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