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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같은 인파를 2관과 5관, 두 곳으로 착착 나누어 진행시킨 탓에 순조롭게 진행된 이번 시사회는 강우석 감독을 비롯해 설경구, 안성기, 허준호, 정재영, 임원희 등 주.조연 배우들의 간단한 무대 인사가 있은 뒤 곧바로 영화가 상영됐다.
영화 <실미도>(한맥영화, 플레너스 시네마서비스 공동 제작)는 1968년 김신조를 포함한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박정희 암살을 목적으로 남파되자, 약이 오른 우리 나라 역시 김일성의 목을 따기 위해 그들과 똑같은 인원으로 결성한 684부대, 일명 실미도 특수부대원들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여기저기 눈물 찍, 콧물 찍 하는 소리들이 난무했는데, 재미와 감동을 떠나 이 영화는 사실과 허구가 교묘하게 뒤섞인 만큼 그 영화적 ‘시선’을 놓고 뜨거운 찬반 양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상영뒤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강우석 감독은 “이 영화를 찍느라 마음고생, 몸고생 다해서 영화가 보기 싫다(고로 오늘도 안 봤다).”며 “나이가 드니 이제는 영화를 만드는 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감독으로서의 행로를 짐작케 하는 의미심장한 운을 뗐다. 이어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실제로 벌어진 잔혹한 사건 만을 강조하다 보면 감독으로서도 잊혀지기 쉽고, 볼품없는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유머를 장치했다.”고 밝혔다.
또 (너무 고생하여 할 말이 많았는지) 폭파 장면 등 영화에서 CG를 사용한 장면이 한 컷도 없음을 강변하는 한편, “영화를 찍는 2개월 동안 마신 술이 작년 일 년 동안 마셨던 술의 양보다 많았다.”며 재밌는 후일담을 전했다. 그뒤 본격적인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는데, ‘사실과 허구의 부분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강우석 감독은 “실미도 부대원들이 흥얼거리는 인민군가라든가 훈련 과정(특히 인두로 등을 지지는 장면), 자폭하는 모습 등은 사실이나 설경구를 비롯한 31명의 인물들을 성격화하는 데는 픽션이 개입됐다.”며 “실미도 부대에 의한 민간인 강간 장면도 사실이지만 잔혹함을 약화시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정치인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이유는 정치적인 부담을 덜려는 의도였나.’는 날카로운(?) 질문에 “시나리오에는 실명이 있었으나 실명을 밝혔던 기존 영화들이 개인적으로 재미가 없었다.”며 “사실인데도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 부담을 주고, 상상의 여지를 좁게 만드는 것 같아 생략했다.”면서 “(질문한 기자가 원하면) 시나리오를 퀵으로 보내줄 수도 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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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기자가 아니지만 감독님께 한 마디 하고 싶다.”고 벌떡 일어선 실제 북파공작원 HID 관계자에 의해 삽시간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그는 “영화가 전체적으로 좋은 편이지만, 요즘 10~30대 사람들이 보기에 북파공작원을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북파공작원들이 조폭, 사형수, 무기수 등 자칫 범죄자들 집단으로 보여질 우려가 있다.“고 공격하자 강우석 감독은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영화를 찍으면서 사망한 기간병들을 정확히 묘사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북파공작원들은 군인들이다.”라고 침착하게 응수했다.
그러나 ‘군인’이란 어휘에 발끈한 그가 “제대로 알고 얘기하라.”며 “우리는 솔직히 비정규군이다. 현역으로 활동할 때는 민간인 신분으로 활동하지만 제대 후에 군인 신분을 보장받는 것”이라며 설명하자 좌중이 썰렁해졌다.
실화에 바탕을 둔 <살인의 추억>만큼 영화 <실미도>도 관계된 사람들의 집중 포화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판가름 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