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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앤드 커맨더
거친 바다를 뚫고 왔건만 | 2003년 11월 25일 화요일 | 김작가 이메일

영화는 내내 출렁이는 바다 위에 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육지에 딱 한번 정착한다. 그런 만큼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람보다는 서프라이즈호로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서프라이즈호에서 성장한 잭 오브리 선장에게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가 바로 서프라이즈호의 방향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때는 1805년. 나폴레옹의 위세가 유럽을 강타할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전쟁 영화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건대 단발총을 쏘아대는 전쟁까지는 역사적인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영화를 위해 만들어낸 전쟁이란 생각이 든다. 즉 가상의 전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전쟁(전쟁 반대론자 임에도 불구하고)으로 인식된다. 반면에 현대적인 전쟁을 보게되며 이유야 어쨌든 침략자보다는 당하는 쪽의 편에 서게 된다. 전쟁은 결국 강자들이 저지르는 역사적인 오만과 실수이기에. 때문에 서프라이즈호의 항해 역시 그들의 처절한 싸움에 상관없이 전쟁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어드벤처 영화를 즐기는 기분이었다.

너무나 완벽한 함장이 된 러셀 크로우
너무나 완벽한 함장이 된 러셀 크로우
프랑스 함대 아케론호를 격침하라는 국왕의 명령을 받고 출격한 서프라이즈호로부터 시작되는 영화는 초반 상당히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아케론호와 마주쳐 짧은 포 거리와 속도로 인해 무참하게 참패하는 첫 번째 전투까지 급 물살을 탄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상대로 다 부서진 서프라이즈호를 이끌고 돌아가지 않고 바다 위에서 수리해 아케론호를 추격하겠다는 잭 오브리 선장의 인간승리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담기는 순간부터 영화는 속도를 내지 못하는 서프라이즈호를 닮아간다. 이때부터 카메라는 서프라이즈호에 탑승한 계층들을 구석구석 찾아가며 마치 TV에서 범선체험을 방영하듯이 서프라이즈호를 설명한다. 배의 또 다른 기관이라 할 수 있는 선원들, 어려서부터 배에 탑승한 생도들, 그리고 장교들 대충 서프라이즈호에 탑승한 인물들의 구성이다. 서프라이즈호는 그 한 대의 배로 당시 영국의 계급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생도만이 장교가 될 수 있고 한번 선원은 영원히 선원일 수밖에 없는 계급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때문에 마실 물이 바닥나고 바람이 없어 비 오기만 기다리던 순간 계급간 갈등이 불거진다. 결국 이들은 하나의 고귀한 생명을 잃고 나서야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간다.

영국의 권위있는 귀족들을 연상시키는 장교들
영국의 권위있는 귀족들을 연상시키는 장교들
서프라이즈호가 아케론호를 만나 전투를 치르기까지 참 드라마틱한 과정을 거친다. 미처 완벽하게 수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나타난 아케론호를 따돌리기 위해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지략을 보여주기도 하고, 밤새 돌고 돌아 아케론호의 뒷덜미를 잡으려는 순간 정작 상대는 아케론호가 아니라 성난 바다로 돌변하기도 한다. 정작 마음을 다지고 쫓을 때는 잡히지 않던 아케론호는 뜻밖에도 마음을 비우고 나서야 시야에 들어온다. 때로는 폭동의 조짐까지 보인 197명의 선원을 이끌고 참 고난 한 항해를 감행한 잭 오브리 역의 러셀 크로우는 강한 카리스마와 후덕하고 인자한 모습을 보여준다. 글래디에이터에서 수많은 병사들을 이끌었던 그의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인상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멀리 육지에 둔 인간적인 고뇌와 자상함에까지 신경을 쓰다보니 전체적인 영화의 항해는 속도감을 놓치고 만다. 좀더 짜릿한 순간을 숨가쁘게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잭 오브리 함장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미덕을 갖춘 완벽한 영웅으로 만드는 과정에 너무 공을 들였다. 분명 영화 속에는 관객이 원하는 전쟁과 액션, 어드벤쳐가 모두 들어있다. 그럼에도 그것들을 완벽하게 즐기지 못한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기는 건 이음새가 좀 느슨하기 때문이다.

미래가 기대되는 폴 베타니. 배타니 좋냐?
미래가 기대되는 폴 베타니. 배타니 좋냐?
잭 오브리 선장의 유일한 견제자 이면서 조언가인 의사이자 생물학자인 스티븐 마투린 역을 연기한 폴 베타니는 갈수록 자신이 연기를 즐기는 듯 해 보일 정도로 생동감이 있다. [뷰티풀 마인드], [기사 윌리엄]에서도 늘 조력자였던 그는 이번에도 잭 오브리 함장을 조력하는 역을 맡았지만 러셀 크로우의 카리스마를 좀 유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험난한 항해를 마친 선원들이 지금은 어느 항구에서 쉬고 있을지 모르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도 좀 쉬고 싶을 정도로 세차게 몰아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3 )
ejin4rang
아쉬움이 남는다   
2008-10-16 09:32
callyoungsin
연기는 뛰어났지만 왠지모를 아쉬움이 남는 영화   
2008-05-22 14:05
js7keien
대항해시대를 꿈꾸다가 졸작으로 전락한 영화   
2006-10-02 23:3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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