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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것이 진짜 감독의 역량인가? 미국이 사랑하는, 그래서 출연 자체만으로도 관객 몇 백만을 담보해 줄 코믹배우로 손꼽히는 아담 샌들러가 이 영화에선 외롭고 억눌려 있으며, 세상과의 교제에 서먹한 남자 역으로 기존의 이미지를 살짝 비켜가고 있다. 물론, 기존 영화에서도 조금씩은 부족한 부분 때문에 코믹한 캐릭터이긴 했었지만, 이 영화에서의 그를 보고 있으면 단순히 키득거리면서 웃어넘길 수 없는, 무언가 마음 한 구석을 묵직하게 짓누르는 것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배리 이건(아담 샌들러)은 7명이나 되는 누이들의 간섭과 과보호 속에서 때때로 분출하는 폭력성과 흥분을 감춘 채 소심하고 엉뚱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에서 낡은 풍금을 주어오던 날 꿈결처럼 한 여인 레나(에밀리 왓슨)를 만나고, 그는 이제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던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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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괴상하고 착 가라앉는 분위기가 감지되긴 하지만, 종국에는 사랑의 힘을 설파하지 않던가. 기존의 헐리우드식 잘 끼워 맞춘 흔한 갈등과 예정된 해소를 기대했다간 주인공들의 연애가 시작되는 감격적 순간도 맞기 전에 자리를 박차고 싶어질지도 모르지만, 분명 이건 한 외로운 남자의 흐뭇한 러브 스토리란 말이다.
그 사랑의 힘을 증폭시키기 위해 포석을 깔아둔 이 남자의 생활을 살펴보자면..
가족 모임에서 자신을 놓고 수다가 벌어진 누이들을 참지 못하고 창문을 부수거나, 치과의사인 매형에게 정신과적 치료를 의뢰하다 스스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서럽게 복받쳐 울기도 한다. 또한 마일리지 항공권을 얻기 위해 먹지도 않을 푸딩을 사 들이고, 외로움을 나눠준다는 전단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가 폰섹스 업체의 사기에 걸려드는...
이런 일련의 생활상에서 알 수 있듯, 내재된 감정을 꽁꽁 숨기고 살아가던 이 남자. 드디어 운명의 상대를 제대로 만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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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잘 빠지고, 부러울 것은커녕 오히려 부족함 없는 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빠져드는 쌔고 널린 공허한 사랑이 아닌,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인생을 바꿀, 기존의 단점 투성이 인간을 넉다운 시키고야 말 그런 사랑. <펀치 드렁크 러브>는 그 어떤 폐쇄적인 사람에게도 이런 사랑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