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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에 처음으로 선보인 아우라 만땅의 뱀파이어 영화와는 별반, 하등, 열라 관계없는 영화 <슬레이어>.
당최 어떤 놈이 좋은 놈이고 나쁜 놈인지 구분이 불확실한 피떡칠 호러웨스턴 활극영화 <슬레이어>
역사성은 개무시하고 신화화로 껍데기 입혀버린 웨스턴 장르의 발칙성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 마카로니 웨스턴의 큰 행님, 셀지오 레오네의 냄새가 나는 영화 <슬레이어>
어떠신가? 누구의 작품인지 감 오시는가? 그렇다, 바로 이 영화의 장본인은 B급 호러물의 귀재, 졸작이 더 돋보이는 감독, 유럽에서는 작가 미국에서는 이단아, 무대뽀 정신으로 연출 작업을 해나가는 무정부주의자 등등 영화만큼이나 수식어도 가지가지인 <빅트러블>, <괴물>, <할로우윈>의 존 카펜터 감독이시다.
<화성의 유령들>과 함께 그의 최근작인 <슬레이어>는 흡혈귀와 그들을 쫓아 죽이는, 아니 완전 뽕을 뽑아 씨를 말리는 뱀파이어 사냥꾼 슬레이어(제임스 우즈)와의 한 판 싸움을 다룬 기이한 하드고어다. 그러나 전언했듯 <슬레이어>는 기존에 등장했던 뱀파이어 영화와 달리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지점에 위치하는, 다시 말해 하드고어와 호러물의 관습화된 틀을 멀찌감치 벗어나 존 카펜터만의 투박한 영화작업에 의해 주조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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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펜터 감독은 항상 이런 식이다. 그는 무자비한 살육의 현장을 막가파식으로 보여주며 질서를 전복한다. 그리고 자신의 삐딱한 시선을 통해 접수된 미국의 요상스런 행동양태를 미국 못지않은 요상스런 그만의 연출방법으로 드러낸다.
어쨌든, <슬레이어>는 불온하지만 원초적인 쾌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호러피갑칠 하드 고어로 대여료에 충분히 값하는 재미를 던져준다. 물론 그 안에서 음험한 미국 웨스턴 장르에 대한 묘한 배신감을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말이다.
*1969년 셀지로 레오네가 비판적인 시각으로 서부극을 연출한 <옛날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와 당 영화를 비교해보면 재미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