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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들은 이연걸의 무술을 다분히 시각적 화려함의 일부분으로 활용할 뿐이다. 뭐가 그리 바쁜지 쉴 새 없이 카메라는 위치를 달리하고 컷과 컷은 앞을 다투며 종횡무진 바뀐다. 동양의 작은 이방인의 움직임을 어떻게 잡아내야 하고 연결해야하는지 잘 모르는 무지의 소치에서 기인된 코쟁이들의 결정적 실수에 다름 아니다. 그럼으로써 몸 동작의 유려한 움직임만으로 스토리와 감동을 일궈냈던 그의 액션은 철저히 파편화되고 계속 툭툭 끊김으로써 별다른 감흥을 자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패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성룡이 해외에 진출하면서 내세운 전략은 자신의 아크로바틱하면서도 철저히 수공업적인 액션 속에 늘 자리하고 있는 해맑은 코믹 요소였다. 허나, 세월에 장사없다고 오십줄에 들어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는 전처럼 자신의 몸을 마구잡이로 관장하게 힘들게 됐다. 해서, 다소 늘어진 액션을 보완하기 위해 버디 무비 형식으로 한 명의 서양인을 기용하는 안전판을 마련, 코믹을 극대화시키며 짝패로 호흡을 맞쳐 영화를 만들었다. 물론 벽안의 미녀도 빠트리지 않고 그 둘 사이에 위치시켜 스크린에 등장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러시아워>와 <샹하이눈> 등이 좋은 반응을 얻자 급기야 그는, 자신과 늘 옥신각신하며 아기자기한 충돌를 통해 웃음을 뽑아냈던 파트너의 존재를 잠시 뒤로하고 <턱시도>에서 홀로 나선다. 그리고 상대배역의 자리를 여배우와 CG 그리고 훈훈한 웃음으로 채운다. 그러한 전술은 역시나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그의 명성은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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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오랜 친구인 진가상 감독과 홍금보 무술감독까지 불러들여 내놓은 <메달리온>은 보는 이들이 허기감을 느낄 만큼 전작들에 비해 뭔가 부족하고 어색한 성룡표? 영화다. 무엇보다 기존의 영화에 비해 와이어와 CG가 한바가지로 투입된 탓일 게다. 캐릭터가 부실한 상대 파트너 역시 문제였고...물론, 초반에 다다닥 하며 벽을 타 오르는 등 고스란히 자신의 육체에만 의지한 채 장면을 주조해내는 그만의 아크로바틱한 모습 물론 있기는 있다. 그렇지만 중반을 넘어서면 그러한 흔적은 최첨단 장비들에 의해 기가 죽었는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고 성룡만의 특유의 온기어린 웃음의 정서도 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영생과 초인적인 힘을 가져다 준다는 둘로 나눠진 메달을 차지하고자 나쁜 놈들과 쌈박질한다는 <인디아나 존스>스런 <메달리온>은 1986년도에 선보인 그의 <용형호제>를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나게끔 한다. 드넓은 벌판과 험악한 산세를 안방마냥 마구 헤집고 다니며 현재에는 좀체 보기 힘든 아날로그적 즐거움을 넘칠 정도로 안겨다 줬던 십수년 전의 성룡식 어드벤처물 <용형호제>.
결국, <메달리온>에 대한 아쉬움은 상당부분 성룡보다 인간의 의지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그 놈의 세월에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영화가 최첨단 메커니즘에 의해 철저하게 지배를 받는 시대임을 인지하면서도 성룡으로부터는 시대와 역행하며 최첨단 메커니즘이 격리된 채 선보이는 날 것의 액션을 원한다. 고로, 성룡의 앞날은 암암리에 노화돼 가는 육체대신 어떠한 방법을 통해, 몸이 회춘해 스크린에 나서는 기쁨만큼,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냐에 따라 엇갈릴 것이다.
어쨌든 컴퓨터 그래픽과 함께 와이어에 당당당 매달려 허공을 가르며 빛을 뿜어내는 성룡의 모습을 보자면 마치 소주에 안주로 피자 먹듯 낯설고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