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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
명랑한 아이디어 그리고 막판 한방 | 2003년 10월 21일 화요일 | 서대원 이메일

초장부터 웃길 것 같다만 전혀 안 웃긴 박중훈과 민초를 대변하는 거시기의 거시기한 표정
초장부터 웃길 것 같다만 전혀 안 웃긴 박중훈과 민초를 대변하는 거시기의 거시기한 표정
초장부터 좀 거시기할 수 있지만 오늘 소개해 드릴 당 영화 <황산벌>, 몇 가지 패착이 보임에도 볼 만한 구석이 있는 퓨전 사극이라는 점 미리 알려 드리는 바다. 물론, 이러한 용단을 내리기까지에는 나름대로의 고심이 있었더랬다. 허나, 영화가 관객에게 작심하고 들이미는 꽤나 효과적인 두어 가지의 전략 및 전술은 <황산벌>의 과오를 모포 한 장정도의 두께로 덮어둘 만큼 충분한 그것에 다름 아니다.

상식을 뒤엎는 명랑한 아이디어와 막판 한방, 다시 말해 중/고딩 시절 상하로 나눠진 국사책을 밑줄 쫙쫙 그며 외어야만 했던 도도한 역사를 안 도도한 역사로 탈바꿈시킨 채 책에서 우리의 일상으로 끄집어냈다는 점과 후반부 대의명분에 휘감긴 계백(박중훈)의 칼에 억울?하게도 죽음을 맞이해야한 했던 아내(김선아)의 예상치 못한, 그러기에 더더욱 절실하게 다가온 심히 인간적인 항변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는 말이다.

백제를 멸하고자 당나라와 신라가 나당 연합군을 결성, 신라의 지장 김유신(정진영)과 백제의 명장 계백이 황산벌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서기 660년을 다룬 영화는, 기존의 정통 대하 사극의 무게감과 엄격함을 거세하고자 제1의 방책으로 사투리를 적극 활용한다. 신라는 경상도 방언을 백제는 전라도 사투리를.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의미가 상당히 거시기 한 거시기를 주 핵심 단어로 팍팍 밀어줌과 동시에 일개 평민에 불과한 병사(이문식)의 이름으로 정해 부각시킴으로써 <황산벌>은 민초들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진다.

바른언어실천....에서 봤다간 조오라 난리날 장면
바른언어실천....에서 봤다간 조오라 난리날 장면
특히. 바른언어실천위원회에서는 적개심을 뿜을 만큼 아주 저속한? 하지만 무지 친숙한 씨벌/조오까/니미/적 일상의 비속어를 청산유수처럼 유려하게 뽕을 뽑을 때까지 뽑아대는 백제 벌교 3인방과 신라 소수정예 욕부대의 노골적 자웅 겨루기는 사투리의 모든 것을 단 시간에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황산벌>은 엄숙함으로 가득 메워진 전장을 동네 얼라들 쌈박질하듯 피부로 와 닿게 보여주는 데 일정 부분 성공한다. 느닷없는 말이긴 하다만 이 같은 우리네 민초들의 인간내가 물씬한 전통 용어가 있음에도 퍽큐니 선오브치기니 하는 서양 욕설이 난무하며 창궐하는 작금의 시대,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인 황산벌 전투에 임했던 그네들이 각기 자기들 지역의 방언을 쓰며 혼전을 벌였다면 어땠을까?라는 발상에 맞춰 재구성된 <황산벌>은, 명랑한 아이디어에 의해 구축된 설정에도 불구하고 칭찬도 길게 반복하면 반감되듯 거친 사투리를 탄탄하지 못한 몇몇의 에피소드 안에서 너무 질질 끌며 과다하게 소비함에 따라 그리 뒤로 나자빠질 정도의 포복절도를 제공하지 못한다.

자칫 단순한 말잔치로 끝나버릴 수도 있었던 전반부의 아쉬운 코믹스러움은 진지함의 분위기로 돌변하는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조금씩 상쇄된다. 그리고 급기야는 계백의 처자식이 지아비에 의해 숨통이 끊기는 장면과 신라군에 의해 참수를 당하는 계백의 비장미스런 최후의 모습에 이르면 묵직한 그 무엇이 중반까지의 어정쩡한 느낌을 압사시키고 보는 이들의 가슴속을 후벼 파며 파고든다. 당근, 이 같은 혁혁한 성과를 일궈낼 수 있었던 동력은 박중훈의 갑빠 충만한 호연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그의 유머에 대한 기대감, 소탐대실의 의미를 되살려 일단은 접으시는 게 상책일 게다.

결국, 이런 전차로 인해 <황산벌>은 괜찮은 영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극대화한 사투리의 구사만으로는 약발이 서서히 떨어질 것임을 간파하고 후반부 감동과 의연함이라는 말뚝으로 마무리를 내리박은 제작진의 돌파구가 적중한 것이다. 앞썰했듯 복받쳐 통곡을 하며 목 놓아 울부짖는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의 예기치 못한 김선아의 연기는, 그중에서도 영화의 백미로 우뚝 솟아 있으니, 그녀의 전작을 떠올리며 좀 거시기한 머시기한 글 쓰는 놈의 단견이 아닐까 속단하지 마시고 꼭들 그 장면만큼은 졸지 말고 챙겨보시길 바란다

5 )
naredfoxx
ㅋㅋ 거시기~ 가 제일 생각나는 영화   
2010-01-01 20:21
gaeddorai
사투리 하나만으로도 역사의 순간의 느낌 마저 바뀐다   
2009-02-21 21:50
ejin4rang
사투리도 재미있고 유쾌하다   
2008-10-16 09:39
callyoungsin
사투리도 재미있지만 연기력이 정말 좋았음   
2008-05-22 15:33
ldk209
코미디에서 비장함으로 180도 변해버린.. 내가 영화 두 편 본거야??   
2007-01-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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