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Music by 박지웅
충격적인 소재와 묘사로 늘 한국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는 ‘문제 많은’ 영화들을 만들어 온 김기덕 감독이 변신(?)을 시도했다. 항상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영화를 만들어온 그가 최근 선보인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은 예고편만 봐도 그에 대한 이런 편견 혹은 선입견을 불식시킬 수 있을 만큼 ‘착하고 순한’ 영화. 한 동자승의 파란 많은 인생여정을 호수 위 암자의 아름다운 사계(四季)의 변화와 함께 ‘인생’의 의미를 전하는 작품으로 인간의 번뇌와 내적 고통을 잔잔하게 표현,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
호수 위에 떠있는 암자를 나타내기 위해 실제와 똑같은 세트를 만들어 화제가 되었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이 영화를 위해 김기덕 감독이 선택한 음악 역시 그의 남다른 안목을 느낄 수 있는 부분. 영화의 음악은 아직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교포 음악가 박지웅이 맡았다. 박지웅은 줄리어드 음대에서 정통 클래식을 공부하고 버클리음대에서 영화음악을 전공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로 이미 지난 2000년 미국의 저작권 단체인 ASCAP주체의 영화음악 경연대회에서 동양인 최초로 대상인 ‘제리 골드 스미스상’을 수상한 실력파. 그는 이번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을 위해 영화 속의 음악인 동시에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하나의 독립음반으로써도 손색이 없는 뉴 에이지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인다.
이번 음반의 컨셉을 “사람이 물속에 잠수할 때 딴 세계에 들어와 있는 낯설고 이질적인 느낌,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 다른 공간에 들어와 있는 신비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고 밝힌 박지웅은 인생의 봄에서 겨울의 이미지를 담은 뉴에이지풍의 16곡을 통해 사랑의 설레임과 불안함, 분노와 슬픔, 인생을 마감하는 순간의 평안함을 전달한다.
봄의 이미지를 담은 ‘sadness'는 동자승이 철없이 저지른 장난으로 죽어 가는 동물들을 보고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에서 사용된 곡. 여름에서의 ‘Love Theme'은 소년이 처음으로 느낀 사랑의 설레임을, ‘Farewell'은 가슴 아픈 이별을 담은 곡이다. 청년이 마음 속 분노를 비워내기 위해 나무바닥에 반야심경을 칼로 파는 장면에 사용된 가을의 ’Main Theme'와 다비식을 치르는 노승의 테마곡으로 사용된 ‘Last Breath' 역시 듣는 이로 하여금 숙연한 감동에 젖어 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겨울에서 아이를 버리러 온 엄마가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 사용된 ’Foggy Mountain' 등 각 음악들은 인생의 희노애락을 나타내는 동시에 각 계절에 따른 정서적 특징을 잔잔한 선율로 표현해낸다.
음반에 수록된 총 27곡 중 11곡은 여느 O.S.T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보너스 트랙. 박지웅 감독이 영화를 감상한 후 느낀 ‘슬픔’, ‘기쁨’, ‘사랑’, ‘좌절’, ‘분노’ 등의 감정을 음악으로 화답하고 있다. 영화 속에 삽입된 16곡들과 보너스 트랙 11곡까지 총 27곡이 수록된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O.S.T.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뿐 아니라, 일반 뉴에이지 음악 팬들에게도 손색이 없을 만큼 충실한 음반임에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