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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4월 12부작 TV판으로 선보인 후로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은 일본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 전파되면서(합법이던, 불법복제던..), 그 시기 전의 인기절정이었던 에반겔리온에 비등할 정도로 매니아 집단을 만들고 말았다. 그러나 이들은 그전의 그들과 달랐다. 예를 들면, 에반겔리온의 극장판을 비롯해서 그것들을 칭송하고 해석하며 우상시하던 그들 매니아들과 달리, <카우보이 비밥>의 팬들은 그냥 그것들을 즐긴다. 짐짓 재즈처럼 말이다.
본기자도 그 무렵 TV판 23편 전편을 뒷구녕으로 해서 구해서 본 바 느낀 점을 회상해보면, 그리 진지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너무 각을 잡지도 않았고, 그리 강렬하지도 않았는데, 결국 마지막 편을 본 다음 마음을 다잡지 못해 우울한 기분 소주 한잔을 안 기울일 수 없었다. 좀더 그 기분을 예로 들자면, 재즈를 첨 접할때와 비슷하게, 처음에는 간단하게 리듬에 익숙해지고, 그 다음에는 각 세션의 연주를 들으며 재즈의 분위기 편승에 현재의 감정이 재즈의 그것과 같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이 애니메이션은 전언했듯 사뭇 "재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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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극장판은 이미 일본에서 2001년도에 개봉되었고, 우리나라에 들어오기까지 기간이 좀 걸렸다. 허나 이번 SICAF2003 경쟁부분에 초청되었고, 결국 그럴싸하게 우수상을 수상하였고, TV판은 DVD 출시는 물론 Completion버전 DVD 씨리즈도 출시 되었다.
TV판과 더불어 이번 극장판 <카우보이 비밥 : 천국의 문>의 매력은 몇 가지로 축약된다.
첫번째 '자연스러운 과거와 미래의 조합'이다. TV판 1편 <아스테로이드 브루스>에서의 스파이크의 싸움장면, 혹은 극장판에서 빈센트와 스파이크의 싸움을 보면, 스파이크의 이런 싸움모습이 얼핏 누구와 닮았다. 눈치 채셨겠지만, 바로 절권도를 하는 이소룡이다(감독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이소룡의 모습을 일부러 그린 거라는 것은 보통 아시는 얘기라 생각된다.). 그뿐이랴? 각 TV판 엔딩 부분에 선보이는 적진에 혼자 총 한자루 가지고 침투하는 스파이크의 모습은 <영웅본색> 주윤발의 모습과 겹쳐진다.
남미 시골마을의 바에서 할아버지들이 도박을 하는 장면, 혹은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지는 도시의 모습은 지금의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마지막에 인류의 멸망을 막는데 기여한 것은 창고에 박혀있던 구식 프로펠라 비행기라는 것 등...한때 느와르라 불려졌던 것, 과거의 것들이라 불려졌던 것들이 미래란 이름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것들 때문에 밀려나고 있을 때, <카우보이 비밥>은 티는 나지 않게, 오바스럽지 않게 배합해냈다. 시대가 지나도 남는 것은 있다라는 것을 애니메이션이라면 <카우보이 비밥>이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두번째로는 TV판을 볼때도, 이번 극장판을 볼때도 놀랐던 것이지만, 카메라워크 장난이 아니다. 스파이크의 이소룡 워크를 이처럼 잘 잡아낼수 있을까? 한대 때렸을때, 맞는 사람만 흔들리지 않는다 카메라도 같이 한번 튕겨준다. 실로 액션 장면이 그루브하다 말할 수 있겠다. 카메라가 ?는 피사체들은 스피디 하면서도 감각적이다. 실사영화에서 보여주는 느낌을 두배 업그레이드 한 느낌을 당 애니메이션을 보시는 이들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본기자가 평가 하기로 실로 와타나메 신이치로는 애니메이션을 최대한 이용할수 있는 실사영화감독(?)이 아닌가 싶다.
세 번째, 일본의 유명 재즈 뮤지션 칸노요코의 음악과 더불어 애니메이션 전체가 음악과 잘 조합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액션장면, 혹은 화면구성이 치밀하게 음악에 배치되는 것은, 그리고 그렇게 쓰인 하나의 음악이 또 하나의 명곡이들이라면 최상의 OST 애니메이션의 조합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것의 한 예를 보고프다면, 칸노요코의 음악과 더불어 보이는 도심(틀림없이 미국의 도심 모습이다.)의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가장한 극장판 <천국의 문> 오프닝을 보시라! 보는 당신도 모르게 고개가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카우보이 비밥>은 명실상부 극장판도 수작일 수 밖에 없는 베이스를 깔고 있으나, 이번 극장판에서는 몇몇 안타까운 점도 존재한다. 먼저 TV판에서의 매력점은 화면빨과 화려함이 아니었다. 각 인물들은 해당 에피소드에서 자신의 얘기를 하고, 그것을 자연스레 보는 이에게 "너두 느껴봐 그리 어렵지 않아"라고 말했다면, 극장판 <천국의 문>은 빈센트 주축의 얘기로 TV판에서의 그전 "재즈"스럼을 이번 극장판에서는 볼 수 없다.
또 에피소드 1편분 정도를 극장판으로 늘어놨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스토리는 중간에 조금씩 늘어지며, 악인 캐릭터 빈센트의 호접몽 필의 홀로 되새김질도 조금은 모호하다. 예를 들어 연옥(煉獄)을 만들려는 빈센트의 명분은 너무 감상적이며, 기억이 지워졌다는 이의 세상에 대한 복수전은 너무 즉흥적이다.
허나 대형스크린에서 함 볼만한 애니메이션임에는 분명하다 하겠다. 보라~ 눈으로 보는 재즈도 존재함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