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촬영장 평균연령이 유난히 낮은 영화. 최고의 피로회복제는 젊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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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간 스케치. 가발을 만지작거리는 김래원과 메이크업 수정중인 임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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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다 원체 말이 없는 성격이란다. 연인 역이지만 보기엔 오누이 같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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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28세의 이언희 감독은 영상원 1기 출신. '...ing'로 입봉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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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내 짬짬이 김래원과 이언희 감독은 역할에 대해 의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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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행군 덕에 임수정은 나날이 마르고 있는 중. 빠질 살이 어딨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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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과 임수정 두 풋풋한 젊음들이 만들어 가는 사랑이야기 <...ing>가 어제 촬영현장을 공개했다. 장소는 경기도 양수리 종합 촬영소의 제 2 스튜디오. 늦여름 퍼부은 비로 곤경에 처한 건 <...ing> 팀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밀려버린 일정 앞에 방도는 그저 강행군 뿐. 밤샘촬영 탓에 얼굴에는 피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짬이 날 때마다 세트 구석에서 잠을 청하는 스탭들도 여럿 보이지만 분위기는 시종일관 기운차고 진지하다. 다 젊은 덕 아니겠어요. 팀 스스로 밝히는 힘의 원동력은 젊음이다.
아닌게 아니라 <...ing>는 배우도 스탭도 모두 젊다. 영상원 1기 출신 이언희 감독은 아직 20대로, 나이도 젊지만 얼굴은 더 앳되다. 감독의 후배라는 촬영감독을 비롯, 스탭들의 나이도 거개가 30대 초반을 넘지 않는 이 영파워 군단의 최고참은 임수정의 엄마로 분하는 이미숙. 그렇다고 해서 촬영장에서 대학교 강의실처럼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기대하는 건 금물. 북적이는 세트 안을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엄숙하고 날이 서있다. 하기야 벌써 밤샘만 며칠 째라니 분위기가 곤두서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오늘의 촬영분은 민아(임수정)가 처음으로 영재(김래원)의 집을 방문하는 장면. 내성적이고 차가운 성격의 민아를 끈질기게 회유하던 영재는 드디어 작업에 성공, 얼음공주를 집으로 모시는 영광을 안는다. 아직 이삿짐을 덜 풀어 어수선한 집안에는 LP들, 라이플 총과 만화책 꾸러미, 덩그러이 놓인 매트리스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활달하고 가끔은 나사 하나쯤 빠져 보이는 영재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은 공간. 등 떠밀려 발을 들여놓긴 했지만 여전히 주저주저하는 민아에게 영재는 콜라 한 캔을 권하며 가볍게 타박을 놓는다. “지뢰 같은 거 없어. 맘놓고 들어와.” 민아도 질 수 없다. “뭐.. 집이 이래요?”
성숙함과 풋풋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두 주연배우의 공통점이라 할 만 하다. 김래원은 성숙한 남자의 냄새를 가지고 있지만, <옥탑방 고양이>의 경민이 그렇듯 땡깡 부릴 땐 영락없는 철부지 소년의 얼굴로 돌아간다. 한편 <장화, 홍련>에서 보여준 예민하고 가냘픈 소녀의 모습이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버린 임수정은 세상을 알아버린 어른의 표정을 자주 짓는다. 악기로 치면 바이올린 쯤이 어울리지 않을까. 맑은 얼굴이지만 곧 끊어질 듯 팽팽히 당겨진 현을 연상케 하는 아가씨다.
김래원의 일목요연한 정리에 따르면 “나도 말없기로는 유명한 편인데, (임수정을 가리키며) 이 쪽은 더하다”라던가. 김래원이 세트 안에서 소품인 총이나 가발을 만지작거리며 비교적 활달하게 돌아다니고 감독에게 역할에 대한 질문을 자주 던지는데 반해 임수정은 짬짬이 있는 휴식시간에도 벽의 꽃처럼 얌전히, 침착하게 서있는 게 고작이다. 이 배우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보는 사람을 문득 궁금하게 만드는 표정으로. 서로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두 배우의 어른아이 같은 분위기는 서로 어우러져 꽤 괜찮은 공기를 만들어낸다.
친구 같은, 때로는 도를 지나쳐 철부지 같은 엄마(이미숙)와 함께 사는 민아(임수정)는 내성적인 성격의 고등학생이다. 얼핏 차가워 보이기도 하지만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감성적인 면도 가지고 있는 순수소녀. 어느 날 그녀에게 왠지 껄렁해 뵈는 대학생 영재(김래원)가 토닥토닥 시비를 걸어온다. 딱 겉모습부터 이상형하곤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어느날부턴가 귀찮았던 이 남자가 조금씩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젊은 그들의 사랑이야기 <...ing>의 촬영은 현재 80퍼센트 정도 진행된 상태고, 앞으로 사이판에서 있을 로케이션도 남아있다. 크랭크업은 10월초 예정.
취재: 임지은,촬영: 오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