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두면 전혀 연관성도 없고, 정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2가지가 만나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어내는 경우는 비단 스테이크와 김치, 라면과 치즈, 고추장과 마요네즈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 22일에 개봉한 <위험한 사돈>에서는 정말 안 어울릴 것만 같은 CIA 비밀요원과 무좀전문의사도 찰떡 궁합을 과시한다. 그뿐인가. 이 영화는 각종 유머로 무장한 요절복통 폭소코미디가 경쾌하지만 진지하고 우아한 올드 팝송과 어울려 얼마나 더 큰 재미를 부가시키는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부조화 명콤비의 코믹버디액션의 결정판 <위험한 사돈>은 ‘할리우드의 젠틀맨’ 마이클 더글러스와 ‘스탠드업 코미디의 강자’ 알버트 브룩스가 콤비를 이뤄 능청스럽게 관객들의 옆구리를 자극하는 영화다. 비밀임무수행을 위해 전세계를 누비는 CIA의 비밀요원 스티브(마이클 더글러스)는 아들 마크(라이언 레이놀즈)의 결혼식을 앞두고 직업을 복사기 세일즈맨이라고 속이지만 장인이 될 무좀 전문의 제리(알버트 브룩스)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취하는 스티브를 매춘알선업자로 의심한다. 터프한 스티브와 소심한 제리, 영화는 대조적인 두 콤비가 겪는 해프닝과 뒤끝없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해피엔딩을 보여준다.
그러나, 팝콘처럼 톡톡 튀고 부담 없는, 가볍게 스트레스 날리기에 적격인 이 영화의 숨은 재미는 바로 맛깔나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있다. <위험한 사돈>의 음악 프로듀서인 랄프 샐은 <위험한 사돈>의 코믹한 장면과 시원한 액션 씬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였고 그 결과 주옥 같은 올드팝 명곡 선집에 버금가는 OST를 만들어냈다. 일단 OST의 목록을 살펴보면 1975년 디스코 열풍의 선두주자 ‘KC & The Sunshine Band '의 ‘Get down Tonight’이 눈에 띈다. 1975년 7월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곡으로 경쾌한 리듬과 보컬로 디스코 파티에서는 빠질 수 없는 명곡으로 실제 밴드멤버들이 영화 속에 직접 출연하여 연주하여 예상밖의 기쁨을 선사한다. 머라이어 캐리가 리메이크한 노래 ‘Without you’의 원곡자로 유명한 1970년대의 영국 밴드 'Badfinger' 의 부드러우면서도 신나는 노래 ‘No Matter What’ 도 수록됐다. 비틀즈의 멤버였던 폴 메카트니'가 작사 작곡 연주까지 담당한 미 발표곡 'A Lover For You'도 포함되어 있다. 그의 목소리는 이 곡 외에도 ‘I'm Crying’ 과 1973년도 그래미상 수상 곡인 ‘Live and Let Die’ 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가슴 따뜻해지는 노래 ‘It's Now or Never’ 와 말이 필요 없는 그룹 '비지스'의 ‘Wedding Day’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곡들.
하지만, 이미 잘 알려진 명곡들임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사돈의>에서 흘러나오는 올드팝들이 더욱 새롭고 더욱 즐거운 이유는 코믹스러운 상황과 전혀 맞지 않게 흘러나오는 노래의 우아함과 경쾌함 때문이다. 오히려 장면 장면의 재미와 코믹스러움을 배가시키는 선곡은 그야말로 한가지(가볍고 신나는 웃음)에 충실하고자 하는 영화를 위해 탁월한 선택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에 도착한 스티브와 제리의 모습 뒤로 흐르는 영화 <남과 여>의 불후의 명곡 ‘A Man And A Woman’ (Un Homme Et One Femme)라든가 바닷물에 엉망이 되는 결혼식장을 보여주며 ‘B.J. Thomas’의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 가 깔리는 것처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달라보이는’ 두 주인공처럼 코믹한 화면과 아름다운 올드팝은 상호보완의 수준을 넘어서서 서로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웃음을 만들어내고, 웃느라 바쁜 와중에도 서로의 장점은 더욱 부각시켜주는 최고의 콤비플레이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