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과 벤'이라는 말을 들으면, 영화에 대해 정통하거나 스타들의 가십을 유달리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대번에 머리 속에 떠올리게 될 인물들이 있을 것. 바로 데이먼과 에플렉 말이다. 실제 인물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의 알려진 사실들, 혹은 가십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오프 브로드웨이 연극이 큰 인기를 얻고 있어 화제.
<맷과 벤(Matt & Ben)>은 두 스타가 <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고 지금과 같은 슈퍼스타로 발돋움하기 직전인 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심지어 연극은 <굿 윌 헌팅>의 각본을 실은 이들이 쓴 게 아니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두 사람이 벤 에플렉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J. D.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각색하려고 낑낑대고 있을 때, 갈색 종이에 싸인 <굿 윌 헌팅>의 각본이 천장에서 말 그대로 팔랑팔랑 떨어져 내렸다는 거다.
연극 속에서 벤 에플렉은 놀기만 좋아하는 멍청이로, 맷 데이먼은 참을 수 없이 진지하고 따분한 인간으로 각각 묘사된다. 특히 두 주인공이 고교시절 장기자랑에 출전해 기타를 치며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부르는 등 '얼빵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들은 참을 수 없이 웃음을 자아낸다는 후문. 또 대중에게 익숙한 스타들에 대한 가차없는 독설도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 한다. 일례로 연극은 데이빗 쉬머(<프렌즈>의 로스)를 향해 다음과 같이 쏘아붙인다. "표정이 딱 한 가지 밖에 없는 끔찍하기까지 한 배우로, 얼핏 보면 꼭 버섯 같다."
[뉴욕 타임즈], [뉴요커], [빌리지 보이스] 등 유수 매체들의 갈채를 받은 <맷과 벤>이 지향하는 것은 SNL(새터데이 나잇 라이브)로 상징되는 삐딱한 코미디쇼를 무대로 옮겨오는 것. 특이한 점은 두 주인공을 연기하는 것이 남자가 아닌 여성들이라는 점이다. 각각 맷과 벤을 연기하는 브렌다 위더스와 민디 칼링은 20대 중반의 여배우들로, 칼링의 경우 인도 출신이기도 하다.
배우를 비롯한 제작진들은 "데이먼과 에플렉 두 배우와 전혀 친분 같은 건 없으며, 그저 세태 풍자를 통한 전복의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즉 묘사되는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에 토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 그러나 어쨌든 '맷과 벤'은 특정 인물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인 동시에 스타들 전체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이 독특한 연극은 흥청대는 스타들의 모습에 식상함을 느끼는 관객들에게 적잖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있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