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년 18세의 여고생 하영은 어느 날 길을 가다 예기치 못한 봉변을 당한다. 아니 ‘봉변을 만들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려나. 무슨 소린고 하니, 그녀가 찬 깡통에 지나가던 외제차가 얻어맞고 흠집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단 얘기다. 차 주인이 누군가 했더니 번드르르한 것이 좀 놀게 생긴 대학생이란다.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라 성깔도 만만치 않아서 수리비 300만원을 내놓으라며 대번에 하영을 다그친다. 고등학생이 그런 돈이 어디있다고. 3만원도 만져보기 힘든 판에. 그리하여 하영은 하루아침에 자칭 프리미엄 킹카 형준의 노비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하지원이 발랄한 여고생 강하영을 연기하며, 싸가지 상실 명문대생 안형준으로는 김재원이 낙점됐다. 한편 <내 사랑 싸가지>는 TV로 스타성을 입증해보인 김재원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동감>의 원작자이자 <유아독존>의 시나리오를 썼던 신동엽 감독은 이 영화로 입봉한다. 제작발표회의 포문을 연 사람은 형준(김재원)의 친구 영은 역을 맡은 배우 김태현. 극중 희대의 카사노바 겸 아마추어 락커로 분하는 김태현은 <보랏빛 향기>를 록 풍으로 열창했다.
이어 주연배우 하지원과 김재원이 등장하자 인기를 반영하듯 나지막한 탄성소리가 울려 퍼진다. 주연배우들의 옆자리를 채운 것은 신동엽 감독과 원작자 이햇님, 그리고 한민과 김태현을 비롯한 조연들. 이 날의 행사는 주연배우들의 춤솜씨를 확인해볼 수 있는 댄스타임에서 엉덩이로 이름쓰기, 아니 <내 사랑 싸가지>의 승승장구를 기원하는 문구 “내 사랑 싸가지 대박!”쓰기 순서까지 다채로운 순서들로 꾸며졌다.
주연배우 하지원과 김재원에게 함께 공연하게 된 소감을 물으니 김재원은 “노련한 배우와 함께 하게 되어서 영광”이라며 예의 바나나 웃음―입 모양이 마치 바나나처럼 옆으로 길어지는 활짝 웃음 말이다―과 함께 답한다. “그간은 상대 배우들이 늘 한참 선배님들이어서 어리광도 많이 부리고 했는데, 이번엔 누나인 내가 챙겨줘야 하게 생겼다”는 너스레로 운을 뗀 하지원은 그러나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이 워낙 잘하시니까.”라는 상찬도 잊지 않았다. <내사랑 싸가지>는 지난 17일 동해 망상해수욕장에서 크랭크인했으며 내년 초 개봉이 예정되어 있다.
취재: 임지은
촬영: 이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