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폭적이진 않지만 한국에서도 열혈 마니아들을 단단하게 거느리고 있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착신아리>가 7월 9일(금요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수많은 작품을 내놓았음에도 그간 여러 가지 보이지 않는 규제로 인해 우리와는 인연이 안 닿았던 미이케 다카시의 국내 첫 개봉작이기에 더욱 기대를 모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무비스트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 이례적으로 전에 써놨던 그에 대한 감독론을 다시금 끄집어냈다.
지난 2000년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때 <오디션>을 스크린에 발사, 심상치 않음의 기운을 서서히 뿜어내며 한국관객들과 첫 만남을 가졌던 인물, 그리고 급기야는 지난 부천국제영화제 특별전을 통해 그의 대표작들이 소개되면서 극장을 찾아온 이들을 환장의 도가니로 무자비하게 몰아 놓았던 독재자. 그것도 모자라 확실히 쐐기를 박자는 건지 올해 피판에서도 <극도공포대극장-우두>라는 최신작으로 객석을 자지러짐의 향연으로 쑥대밭을 만들었던 주술사. 이처럼 뭔가 색다른 영화를 찾아 억겁의 인고의 세월을 온 몸으로 저항하며 꿋꿋하게 기다려온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확 뻗치신 그 분의 존함은, 다름 아닌 일본 V시네마의 거장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기이한 감독 미이케 다카시 대인이다.
일단, 딱 봐도 여타 영화감독의 그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듯한 저 범상치 않음의 아우라를 번뜩이는 부리부리한 창 너머 눈매를 보시라!
수많은 관객들이 보는 족족 바로 쓰러질 정도로 가공할만한 엽기 내공을 지닌 미이케 다카시 어른은 올해로 44살을 잡수신 오사카 출신의 중견감독이다. <우나기>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조감독 생활을 하며 절륜의 비기를 조금씩 쌓아갔던 그는, 우리나라의 비디오 에로물처럼 극장에서 상영을 하지 않고 오로지 비디오 마니아를 위한 비디오 마니아에 의한 비디오 마니아의 즉물적 쾌락을 도모하기 위해 생산되는 시스템과 유사한 V시네마를 여러 편 연출한 후 1995년 이른바‘흑사회 3부작’의 첫 작품이라 불리는 <신주쿠 흑사회>로 장편 극영화에 입봉했다.
<갈갈이...>로 다시금 재림하신 남기남 옹처럼 일년에 대여섯 편쯤은 가뿐히 똑딱 만들어 해치우시는 과도한 탐식가 미이케 다카시가 이다지도 환호작약스런 환대를 받는 이유는, 김기덕 감독의 엽기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예의 그만의 골 때리는 연출력에 있다. 60년대 기이한 감독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스즈키 세이즌 감독과 같이 말이다. 다시 말해, 끊임없이 하드 고어를 벗 삼아 장르의 경계를 박살내며 조합시키는 막가파적인 스타일을 지독히 과잉적으로 흘려 내보낸다는 것이다.
폭력, 섹스, 액션, 코믹을 사생결단 식으로 절충하며 야쿠자 영화에 구겨 넣는 방식을 심히 자주 애용하는 미이케 다카시는 모든 것을 잠식해나가며 끝내는 자신마저 자멸하는 듯한 기괴한 취향을 사정없이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낯설고 불편한 그만의 노골적 영화언어는 묘하게도 무겁지 않은 해방감을 안겨다 주며 상당한 쾌감으로 다가 온다. 마치, 부어라 마시라 먹어 댄 술로 인해 오바이트 쏠림 현상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한 방에 ‘우엑’하며 꽐꽐 쏟아내는 그 때의 카타르시스처럼. 또는 환경의 낙후로 인해 배변하지 못하고 자아와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에는 일을 해결하고야마는, 찰나 똥 투척할 때의 그 오묘한 행복함처럼.
2000년에 선보인 <오디션>, <데드 오어 얼라이브>, <표류가> 그리고 2001년도에 개봉한 <이치 더 킬러>와 <아지테이터>는 이러한 미이케 다카시의 별스러운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특히, <이치 더 킬러>의 그 사지절단 모가지 뎅강 피범람 내장 와르르 바닥 안착의 스플래터 카니발은 거의 사람을 돌아버리게 만든다. 사라진 보스를 찾아 조직원이 설레발을 떨며 대빵을 죽인 살인마를 쫓는다는 영화는, 사도마조히즘적인 인물들이 벌이는 ‘세상에 이럴 수가’필의 엽기 행각으로 가득한 발랄한 고어다.
이렇듯 엄청난 양의 다작을 끊임없이 주조함에도 불구하고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가 물리지도 질리지도 매너리즘에 빠지지도 않는 이유는 바로, 그의 상상력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저예산의 V시네마라는 물적 토대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남성 관객이 절대적인 수요자로 군림하고 있는 그 필드에서는 섹스와 폭력이라는 자극적 흥미의 요소가 일정 부분 자리해 있기만 한다면, 그 외의 것에 대해서는 일체 제작사가 간섭을 안 한다. 고로, 감독은 실험적인 영화의 방식들을 자유롭게 펼치며 기존의 관습화된 시스템을 뛰어 넘어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영화문법을 설계해 나갈 수 있다. 그러기에 미이케 다카시나 V시네마가 배출해낸 또 하나의 거물 구로자와 기요시가 극영화를 찍으면서도 지금도 비디오 영화인 V시네마의 영화 작업을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거다. 이와 비교해, 이상한 신조어들을 조합시키며 밋밋한 짬뽕과 같은 맛의 영화를 적잖이 양산하며 부실하기 짝이없는 장르 영화를 숨가쁘게 유지해 오고 있는 작금의 충무로는, 기실 이 같은 기반의 허약함이 필연적으로 배태해낸 현상에 다름 아니다.
포복절도할 웃음과 쾌감을 간단없이 던져주는 그의 영화를 재미라는 측면은 물론이고 더 깊게 들어가 평하는 심층 분석 형의 평론가들이 언필칭 하시는 말씀들이 있다. 일본 토박이가 아닌 무국적의 외국인이나 혼혈아를 영화 안의 인물로 미이케 다카시가 배치함으로써 어디에도 발을 디딜 수 없는 그네들의 신산함과 절박함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과 그의 파격적인 황당무계 스토리와 비주얼이 소돔과 같이 빠른 속도로 퇴행되어 가고 있는 일본 사회를 빗대 비아냥거리는 것이라는 등등...
어쨌든, 자신의 과도한 욕망을 다작을 통해 해소함과 동시에 자신이 할 줄 아는 것만 뱉어 내는 경제적 형태의 영화 스타일까지 견지해나가는 미이케 다카시는 불가사의 한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영화를 통해 엄숙함의 여지를 당최 주지 않는, 지엄하고 고매한 분들의 심기에 치명타를 날릴, 나인 든 막가파 악동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