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붕괴된 서기 2014년, 혼란과 폭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도시 말레파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영원한 슬픔을 안고 사는 뱀파이어 케이(하이드)와 혼돈의 거리에서 오로지 생존을 위해 버겁게 살아가는 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쇼(각트) 그리고 그의 친구들, 이들 5명의 뜨거운 우정과 사랑을 활기차고 빠른 전개 속에서 다양한 장르의 요소요소들을 차용하며 보여준다.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와 같은 이야기의 틀에 SF와 갖가지 황당무계한 만화적 설정을 집어넣어 국적불분명의 영화로 탄생한 <문 차일드>는 그래도 초반부까지는 <매트릭스>의 아크로바탁한 액션 신 등을 패러디하며 부천영화제스런 기기묘묘함을 상당히 재밌게 조합해 관객에게 던져준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영화는 두 인기 뮤지션의 스타성에 집중한 나머지 눈이 희번덕거릴 만한 처음의 참신한 그들의 몸동작 신을 스스로 파묻는 우를 범하며 그다지 멋나지 않는 폼생폼사만을 강조하는 지루함의 스토리 패턴으로 치닫는다.
뜻하지 않은 일로 주인공들의 끈끈한 관계에 균열이 일어나면서부터 <문 차일드>는 비장미 철철의 형님무비의 플롯으로 갑작스럽게 전환한다. 하지만 그들의 숙명적인 고단함의 삶을 설득력있게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곽경택 감독의 <친구>와 같은 진한 비감의 정서를 전달해주는 데 실패한다. 또한 영화는 관객의 배꼽을 줄기차게 간지르던 초반부의 기발한 활극 신을 후반부에도 간간히 삽입하긴 하지만 비장미 느끼라고 연신 때려되는 백 뮤직과 함께 이제는 전반부의 그것으로 넘어오기는 힘들 만큼 잔뜩 무게를 잡음으로써, 그러한 시도는 이도저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하고 만다.
글램 록의 대부이자 배우인 데이빗 보위가 연상되게끔 또는 일본 록의 한 주류로 자리 잡은 비주얼 록을 하는 뮤지션들이니만큼 메이크 업으로 얼굴을 화려하게 치장하고 나선 하이드와 각트의 미래 활극 <문 차일드>는 전언했듯 어마어마한 화폐의 반대급부로서는 제 값을 하지 못하는 영화이다. 그들을 뮤지션으로서 오매불망 좋아하는 소녀들에게는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소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