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우리네 한국 청소년들은 용두질(자위)이나 페니스의 크기, 그리고 성의 제 문제에 대해 엄숙한 방식을 통해서만 고민해야만 했다. 뭐, 성의 클리닉이니 무슨무슨 박사의 성 상담이라느니 말이다. 하지만 대만 영화인 <애정영약>은 이 같은 무거움의 교육적 행태를 아주 재기발랄하고 고약하게 둔갑시켜 또는 온전히 제 자리로 소환시켜 필름 위에 얹힌다. 그리고 관객들의 가슴살 속에는 웬만해서는 느끼기 힘든 참신하기 짝이 없는 요절복통을 포화 상태로 불어 넣는다.
17살인 린은 낯짝 두껍게도 총통부 앞에서 도색잡지를 버젓이 보는 청소년이다. 하지만 그만한 이유가 그에게는 있다. 바로 태생적으로 지니고 태어난 인간의 그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사이즈의 큰 성기 때문이다. 어려서 린은 이러한 무지막지 한 자신의 페니스가 보편인 거시기인지 아니면 특출난 거시기인지 비교 고찰 차 전국 구석구석을 돌며 빨간책 수집에 들어가고 끝내는 그 바닥에서 최고의 판매부수와 수량을 자랑하는 명랑한 성 생활 지킴이자 서점주인인 쳉을 만난다.
딸딸이 지상주의를 외치며 오로지 찰나적 오르가즘에만 심혈을 기울이던 린에게 쳉은, 이제는 거기서 더 나아가 자위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도 찾아보라는 충고를 해준다. 린은 그 후 그의 말을 따라 손에 쥐가 나도록 열심히 쳐대며 고심하게 된다. 그리고 끝내는 쳉의 여자친구의 확실한 도움?을 받아 나름대로의 사랑을 찾아 결심을 맺게 되고 정신적 육체적 성숙에 이르게 된다.
<애정영약>은 이처럼 큰 성기로 인해 콤플렉스를 안고 있는 린을 영화의 중심에 위치시키고 황당무계한 상상력을 수많은 캐릭터와 설정에 입혀 극대화시킨다. 그리고 린의 주름진 성의 궤적을 쫙 펴주며 치유해주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흐름 속에 등장하는 린을 짝사랑 했던 타린, 그녀의 친구, 동네 양아치 삼인과 그를 죽으라고 쫓는 경찰, 일본의 방송 제작진 등과 같은 캐릭터는 분명 서로 얽히고 설켜 있으나, 가이 리치류의 영화처럼 종반에 닭 꼬치 엮듯 <애정영역>은 한 큐로 인물들을 쭉 뽑아내지는 않는다. 그냥 각각의 개성 있는 캐릭터들, 그들 나름대로의 길로 가도록 심드렁스럽게 냅둔다.
어딘가 어수선 한 듯하면서도 때 되면 아귀를 잘 껴 맞추며 나아가는 좌충우돌 막무가내 코믹 영화 <애정영약>은 십여 편의 성교육 프로그램을 보는 것보다 보다 나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