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울렁울렁 가슴 뛰지만/무섭고도 두려워서 겁이 나지만/신밧드야 오늘은 어디로 가나/우리모두 듣고싶다 얘기보따리.”로 이어지는 만화영화 <신밧드의 모험> 주제가를 기억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을 것. “그런 만화 듣도 보도 못했는데요?”라고 되묻는 ‘진짜 젊은이’나 어린 시절 공부에만 매진했던 천연기념물들은 논외로 치기로 한다. 기분 나쁘게스리... 어쨌든 터번을 둘러 쓴 용맹스런 꼬마 신밧드의 모험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학교 음악 시간에 했던 큰북 작은북의 합주처럼 우리 어린이 여러분의 가슴도 신나게 요동쳤드랬다.
그런데, 이번에 온 신밧드는 차원이 틀리다. “차원이 다른 놈이 온다”는 학원 폭력만화나 괴수 시리즈영화의 단골 카피지만, 어린이용 만화라기보다는 여름용 블록버스터에 가까운 <신밧드: 7대양의 전설>을 보더라도 별 수 없이 비슷한 반응들이 터져 나올 것. 그만큼 2D(셀 애니메이션)와 3D(컴퓨터 그래픽)를 결합해 창조해낸 <신밧드: 7대양의 전설>의 화면은 이전의 칙칙한 ‘만화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호쾌하고 시원스럽다.
한편 오랜만에 시라큐스로 돌아온 신밧드는 책 도둑의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알고 보니 에리스가 신밧드로 변신해 책을 훔치고 그를 함정에 빠뜨린 것. 프로테우스는 신밧드 대신 감옥에 갇히겠다고 나서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신밧드는 할 수 없이 여신의 본거지인 죽음의 땅 탄탈루스로 보물을 되찾기 위한 기약 없는 여행을 시작한다. 한편 그의 모험에 동참하는 것은 늘 바다를 동경해 왔던 프로테우스의 약혼녀 마리나(캐서린 제타 존스).
애니메이션의 발전상을 재확인하게 해 주는 비주얼과 스케일 면에서도 그렇지만, <신밧드: 7대양의 전설>은 스토리만 보더라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그것과는 다르다. 우선 그리스 신화와 전설, 우화를 비롯해 서양문화에 뿌리깊이 도사린 요소 요소들을 차용해 하나의 새로운 모험담을 창조해냈다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을 것. 예컨대 죽음 앞에서 우정을 시험한다는 설정은 한국에도 익히 알려져 있는 <데이몬과 피시어스>의 우화에서 가져온 것이 분명하고,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파멸로 이끈다는 사이렌의 등장도 낯설지 않다. 한편 파멸의 여신 에리스는 신화에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는 존재. (막간을 이용한 기억 더듬기.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데 앙심을 품은 에리스가 황금사과를 던지며 “이 사과는 최고의 미인만이 차지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고, 그 때문에 여신들 사이의 불화가 시작되어 결국 트로이 전쟁으로 이어졌던 거다. 생각이 나시는가?)
신밧드의 성격으로 말할 것 같으면 또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과는 판이하다. 속물적이고, 바다 사나이 주제에 섬으로 휴양 갈 생각이나 하고 있고, 돈만 밝히고, 심지어는 마리나한테 꽉 잡히지만 않았어도 친구를 죽게 내버려두고 저 혼자 토꼈을 위인. 그러나 신밧드의 좋게 말하면 ‘모던한(일단 고전적인 영웅에게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면모들 아닌가)’ 성격은 목소리를 빌려준 브래드 피트 특유의 쿨한 이미지와 맞물려 매력적으로 비친다. 사실 주인공 캐릭터들은 브래드 피트를 비롯한 배우들의 표정과 동작에서 모습을 따왔고, 그 탓인지 세 배우의 목소리는 캐릭터와 무리 없이 잘 어울리는 편.
<신밧드: 7대양의 전설>에서 가장 돋보인다고 할 만한 부분은 역시 호쾌한 비주얼이다. 특히 배가 망자들의 나라 탄탈루스로 향할 때의 속도감과 출렁이는 바다의 질감은 압권. 마리나와 신밧드가 얼음 새에게 쫓기는 장면 또한 유쾌하면서 스릴이 넘친다. 그러나 또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신밧드: 7대양의 전설>은 걸작의 범주에 들지 못하며, 그 안에는 어떤 유일무이한 독특함이 없다. 익히 보아온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변별될 캐릭터만의 매력도 아쉬운 부분. 동전의 양면처럼 안정적이지만 평이한, 다시 말해 ‘무리 없다’는 점이 이 애니메이션의 장점이자 약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