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Music by황상준
안타깝게도 액션영화의 음악들은 보편적인 한계점을 지니기가 쉽다. 바로 눈에 띄는 액션을 만들어 내기 위한 보조 역할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아시다시피 <튜브>는 초고속 액션영화이다. 질주하는 지하철 안팎에서 숨돌릴 틈도 없이 벌어지는 급박한 사건과 드라마가 관객을 통제불능의 폭주 지하철에 탑승시키고 그 긴장의 고삐는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쉽사리 늦춰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액션영화의 음악에는 기존의 한국형 액션영화들이 가진 보편적인 음악 노선을 뛰어넘고자 하는 시도가 엿보인다. 단지 빠른 비트의 리듬과 귀를 울려대는 사운드로 화면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주력하는 대신, 화면 뒤에 숨겨진 드라마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 그것이 필자가 느낀 <튜브> OST가 가진 매력이다.
<튜브>의 음악은 대종상 음악상을 수상했던 <단적비연수>의 음악 감독이었던 황상준 감독의 작품. 그가 2년여 동안 내공을 다지며 준비해온 야심찬 <튜브>의 OST는 기존 액션영화음악들의 대부분이 단지 액션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음 정도의 보조 역할을 하는 것에 만족한 반면,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진로를 모색한다. 단순히 화면의 언저리에서 맴도는 음악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화면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했던 드라마와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 <튜브>의 OST가 액션 영화로써는 드물게 서정적인 무드를 강하게 띄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다.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로 살아가는 인경(배두나)는 아버지의 유품인 기타통을 매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형사 도준(김석훈)을 알게 된 그녀는 그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느끼고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관객들은 이런 내용을 화면 속에서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액션을 강조하기 위해 생략되어버린 이 사연은 배우들의 입이 아닌 음악으로 대신 전달된다. 인경이 도준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볼 때 흐르는 재즈풍의 러브테마 ‘도준’ 과 도준을 연모하는 인경의 애달픈 마음을 나타내는 ‘인경’, 이별테마 ‘이별 그리고 1,2’ 는 캐릭터의 감정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한 영화의 모자람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튜브>의 클라이막스를 위해 초빙된 R&B가수 Ann이 부른 주제가 ‘기억만이라도’ 는 최근 네티즌들이 선정한 가요 순위와 빌보드 차트에서도 각광 받을 만큼 완성도 높은 곡. (케이블 음악방송에서도 주목 받는 뮤직비디오로 <튜브>의 화면과 함께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재미교포 가수로 인정 받은 Ann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감수성 어린 목소리는 지나던 이들의 발길을 붙잡을 만큼 애달프고 서정적이다. 이 애달픈 노래가 이토록 숨찬 액션 영화 속에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단적비연수> 이후 두 번째 작업을 같이 하게 된 황상준 음악감독의 오리지널 스코어들과의 조화로운 흐름 덕분임에 분명하다.
메인 액션테마 ‘튜브’를 비롯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웅장한 음색이 액션의 박진감과 장중함을 과시하는 동안에도 관객들이 캐릭터들의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이같이 음악이 드라마가 지닌 서정성을 잃지 않고 대신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튜브>의 OST는 영화를 위한 제 몫, 그 이상을 일구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