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는 <몽정기>로 충무로의 흥행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한 정초신 감독의 차기작. 원래 남남북녀라 함은 남자는 남쪽지방이, 여자는 북쪽지방이 잘생겼다는 말이라고는 하지만, 남녀(南女)인 기자는 인정 안 하련다. 어쨌든 제목이 풍기는 뉘앙스 그대로 얼굴이며 몸매며 더할 나위 없이 특출한 두 젊은 배우 조인성과 김사랑이 주연을 맡았다.
멋진 스타일과 세련된 매너로 공히 작업왕의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 남녘 남자 김철수(조인성)와 북한의 엘리트 여대생 오영희(김사랑)는 각각 남북 학생 대표로 ‘고구려 상통고분 연변 발굴단’에 참가하게 된다. 영희를 보자마자 고리짝부터 내려오는 표현 그대로 운명의 종소리를 듣고야 만 철수는 갖은 방법으로 영희에게 접근하려 노력하는데, 이 북한 여성의 콧대란 정말이지 만만치 않다.
어쨌든 함께 고분 발굴에 나선 두 남녀에게 하늘의 뜻인지―고금을 통해 남녀의 화학작용을 조장하기 위해서는 어두운 곳에 가둬놓는 것 이상이 없게 마련이다―단둘이 고분 속에 갇히게 되는 돌발사고가 일어나고, 둘은 점차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그리하여 초등학교 교과서의 빈번한 출연으로 낯익은 그 이름 영희와 철수는 서로에게 무작정 끌리기 시작하는데, 알고 보니 또 두 사람이 다 남북 고위층 자제다. 국정원장의 아들 김철수와 당서열 2위의 인민 무력부장의 딸 오영희, 영화는 두 사람의 순탄찮게 영글어 가는 사랑을 코믹하면서도 예쁘게 담아낼 예정.
“2003년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갈라놓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부모님도, 그 외 다른 장애물도. 그렇지만 남북을 가로지른 철조망은?” 바로 이런 물음에서 감독은 남남과 북녀의 사랑이야기를 착안해냈단다. 남북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리 특이할 것이 없지만, 요컨대 이념이 아닌 절절한 사랑, 에 방점을 찍는 영화라는 얘기다. ‘로맨틱 싸바카(?) 코믹버스터’를 표방하는 <남남북녀>는 폭염 한창일 올 8월, 관객의 청량제가 될 막중한 임무를 안고 극장가를 찾게 된다.
이 날의 제작발표회는 정초신감독과 제작을 맡은 주종휘, 그리고 조막 만한 얼굴과 훤칠하기 그지없는 몸매로 들어서는 순간 장내를 상대적 박탈감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두 주연 조인성, 김사랑, 그리고 허영란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인터뷰 후에는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줄 만한 메이킹 필름이 상영되기도. 아직 경력이 많지 않은 탓인지 배우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고 답변들도 대체로 소극적이었다. 한편 인상적이었던 것은 진지한 표정으로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를 거듭 외치는 정초신 감독의 모습. 간략한 질의응답 내용들을 아래 간추려 소개한다.
Q: 현재의 진행상황이 궁금하다.
왕희광 프로듀서: 총 33회차 중 11회를 촬영했다. 씬으로 보면 33% 정도 완료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남은 연변 촬영이 관건이다. 6월 25일에 출발해서 7월 12일 경 촬영을 종료할 예정. “가열찬 영화, 피타게 보시라요!”라는 우리 카피 그대로 정말 가열차게 찍고 있다.
Q: 감독에게 묻는다. 영화의 기획 의도는?
정초신 감독: 2003년 서울, 이 시공에서 남녀의 사랑을 막을 수 있는 절대적인 조건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 때 우리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점이 떠올랐다. 상황으로 보면 절망적이지만 ‘그럼에도 예쁜’ 사랑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다. 나는 오늘의 관객이 따뜻한 이야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것, 환타지를 선호한다. 올여름 극장가를 찾아 어렵지만 아름다운 사랑에 젖어보기 바란다.
Q: <몽정기>로 흥행감독의 자리를 굳혔는데,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나?
정초신 감독: (진지하게) 전혀 없다. 왜냐하면 잘 될 거기 때문에. 나는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다. 웬만하면 다른 영화들이 피해갔으면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자리를 빌어 <남남북녀> 개봉 시즌에 개봉하는 다른 영화의 감독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 말씀 드리고 싶다.
Q: 조인성에게 묻는다. 영화의 주연으로서 소감과 마음 자세는?
조인성: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다. 시트콤 <논스톱>의 이미지와는 또다른 모습을 <남남북녀>에서 보여주게 될 것이다. <논스톱> 때 감독님은 “이 드라마에서 니가 제일 노멀한 인물이야. 넌 그냥 혼자서 정극 연기를 하면 돼.”라고 주문했었다. 그렇지만 <남남북녀>의 철수는 좀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느끼하기도 하고, 멜로물 주인공다운 면도 많고 또 오버도 심하다. 관객이 거부감 없이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철수를 연기하고 싶다.
Q: 상대역인 김사랑에 대한 느낌은?
조인성: 처음 보고 미스코리아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김사랑은 미스코리아 진 출신이다). 굉장한 미인이라고 느꼈고. 사실 함께 부대끼면서 촬영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파트너가 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Q: 김사랑은 영화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것 같은데, 역할에 대한 부담은 없는가?
김사랑: 사실 주연이 처음은 아니다. 아무도 모르시는데 하나 있었다(웃음). 물론 부담이 굉장히 크고, 특히 북한말 사투리를 구사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 열심히 연습했다. (북한 말 한 마디 해보라는 주문에) “가열차게 보시라요.”
Q: 김사랑의 친구로 등장하는 허영란의 경우도 북한사투리를 쓰게 되는데.
허영란: 단막극에서 연변처녀 역을 한 번 맡은 적이 있어서 말 자체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부담감은 있지만 어렵다기보다는 즐겁다. “영화 하면 다시 TV 하기 힘들다” 연기자한테 뭐 이런 말을 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세트 안에서 모두 가족 같고, 함께 뭔가를 만들어 가는 느낌이 좋아 TV 보다 영화가 더 매력적이다.
Q: 앞으로 남은 중국촬영이 큰일이다. 사스를 뚫고 중국으로 향하는 심정은?
정초신 감독: 내가 원래 상태가 많이 안 좋다. 촬영하다 비가 오면 “비야. 너 안 그치니!”라고 소리를 지르는 인간이다. 해뜨면 해에게, 비오면 비에게 개기면서... 정말로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사스도 내가 갈 때 쯤 되면 맥을 못추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황사, 이런 놈들이 도통 말을 안듣긴 하지만 미리 전화해뒀다(여전히 진지한 표정). 그보다 근심스러운 것은 너무 영화가 과도하게 예쁘게 나오고 있다는 것. 보는 사람들이 내 영화 아니라고 할까봐 걱정이다.
취재: 임지은
촬영: 이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