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 함께 학교로 찾아드는 13명의 아이들. 키도 나이도 들쭉날쭉한 아이들이 올망졸망 한 교실에 모여 앉고, 오늘도 조르쥬 로페즈 선생님의 수업이 시작된다.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 중부 오베르뉴 마을의, 전교생이 한 학급으로 이루어진 초등학교에서의 수업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학생들은 4살배기부터 곧 중학교에 입학할 아이까지 다양한데 선생님은 딱 한 분뿐이다. 학생들의 수준 차가 너무 커서 대부분의 학교에서 하듯 모든 아이들을 칠판을 향해 앉혀 놓고 똑같은 것을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 조르쥬 선생님이 돌아가며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붙들고 숫자 세기부터 그림 그리기까지 온갖 것들을 가르치고 있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물론, 떠든다. 그리하여 이 작은 교실의 어느 구석은 늘 바글바글하다.
어떻게 하면 요 놈의 물고기를 마저 색칠하지 않고 나가 놀 수 있을까 궁리하는 아이, 아까 쟤가 와서 집어간 지우개가 분명 내꺼였는데 갸우뚱거리는 아이, 도대체 누가 내 친구인지 확인하고 싶어 눈망울이 그렁그렁한 아이, 갑자기 지금이 아침인지 점심인지 궁금해 죽을 지경인 아이, 쟤는 왜 저것도 모르는 거야 선생님 저요 아는 것만 나오면 입이 근질거려 못 참는 아이... 저마다 어찌나 개성이 강한지 그들을 하나 하나 돌아보기만 해도 한 나절이 벌써 간다.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나 뚜렷한 갈등 구조 없이 카메라는 담담하게 학교의 세세한 일상을 포착하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 낸다.
그러나 아이들의 세계라 하여 늘 천진난만한 것은 아니다. 사람 사이가 늘 그렇듯 아이들 역시 서로 미워하고 때린다. 아이들은 아직 관계를 맺는 방법이나 감정 표현에 서툴다. 이유를 묻는 선생님 앞에서 때론 말문이 막힌다. 상황을 파악하고 감정을 이해해 아이들을 조정하는 것이 바로 선생님의 몫. 무려 35년간이나 교단을 지켜온 조르쥬 선생님은 베테랑답게 일방적으로 다그치는 법 없이 명쾌하게 문제를 해결한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질문을 던지는 것. 인내심과 애정이 짙게 배어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떤 구구한 말을 빌지 않고도 절로 참교육을 경험한다.
중간 중간 삽입된 조르쥬 선생님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교육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과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평생 선생님 이외에 다른 직업은 생각조차 안 해 봤다는 그의 단호하고 소박한 고백은 조용하지만 깊게 울린다. 거짓이 묻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때론 엄하게 때론 자상하게 아이들의 등을 두드려주는 그의 진심이 보인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에게 ‘넌 강한 아이’라고, 아픈 아버지를 둔 아이에게 ‘병도 삶의 일부’라고 일러주는 선생님은 이미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진심’이라는, 점점 믿기 어려운 오래된 가치가 이 영화 속에서는 극진히 통한다. 아이들은 너도 나도 조르쥬 같은 선생님이 되겠다고 재잘거린다.
인생이 팍팍할 때, 순수로 회귀하고 싶은 어른들의 소망이 어린 시절과 시골 마을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인다. 이 점에서 <마지막 수업>은 왠지 <선생 김봉두>와 닮았다. 그러나 <선생 김봉두>의 아이들이 흑백사진으로 박제되어 추억 속에 가두어졌다면 <마지막 수업>의 아이들은 아직 진행중이다. 아이들은 단지 조르쥬 선생님과의 마지막 수업을 막 마쳤을 뿐, 인생의 한 시기를 막 지났을 뿐이다. 그들은 성장했고, 성장해 갈 것이다. 학교에서처럼 밖에서도 이런 저런 일들을 겪어야만 한다. 또 얼마나 억울하고 아플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교실을 나서는 아이들의 작은 등과,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조르쥬 선생님의 눈빛은 더욱 애틋하다. 스크린이 숨을 쉬는 것이다. 그리고 스크린과 현실과 소통하는 이 지점이야말로 다큐멘터리 영화의 고유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