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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요구하는 일격필살 똥침의 향연
볼링 포 콜럼바인 | 2003년 4월 24일 목요일 | 서대원 이메일

이런 생각을 해봤다. 부시를 하야해달라고 유엔의 코피 아난에게 유엔군 파병을 공개적으로 요청할 정도로 방약무인(傍若無人)적인 <볼링 포 콜럼바인>의 마이클 무어 감독과 비슷한 인물이 막역한 사이라면 어떠할지. 아마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 많이 발생해 그다지 고환 친구로서는 썩 매력적으로 다가 오진 않을 것이다. 이 같은 막연한 추측이 부당한 억측으로만 해석될 수 없는 이유는,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고 말로서 모든 것이 쫑이 나는 비겁하고 소심한 모습의 주인공이 상당부분 우리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 개입하게 되면 닫힌 공간에서 책을 펼쳐 놓고 짱구를 굴리며 고심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튕겨 나가 아주 엉뚱하면서도 저돌적으로 그 문제를 파헤쳐 가는 행동가라는 말이다. 뽕을 뽑는 그날까지.

그러한 생노가다의, 하지만 가장 효율적인이기도 한,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이 천착한 문제의 본질을 하나 둘 터득해 나가고 급기야는 대중들을 선동한다. 그것도, 진중하고 화려한 수사로 가득한 언변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촌철살인적인 외마디의 농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 채 어퍼컷의 직격탄을 날리면서 결정적 순간에 군중들을 혹하게 만든다. 그러기에, 마이클 무어의 다큐 <볼링 포 콜럼바인>에 수많은 존재들이 기꺼이 설득 당하고, 심지어는 열렬한 지지자가 되는 것이다.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동 사건을 가장 밑바닥에 깔고 다큐라는 방식의 틀을 빌려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볼링 포 콜럼바인>은 매우 통쾌하고 재미있는 영화다. 말이 다큐일 뿐일지 영화는, 닭짓을 하루가 멀다하게 일삼는 꽅통보수들은 물론, 각계각층의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느 코믹극보다 재기발랄하고 어떠한 드라마보다 가슴 찡한 생짜의 분노와 살아있는 여운을 남긴다.

콜럼바인 총기 사건을 비롯, 무슨 일만 터졌다하면 동네북 마냥 저명인사들로부터 몰매를 맞는 불쌍한 애 중의 대표인 록커 마릴린 맨슨은 무어가 “너는 왜 허구한 날 찍히니?”하고 묻자 “나는 록가수일 뿐이다. 그렇다면 남의 나라에 가 수백 개의 폭탄을 내리 쌔려 붓는 대통령이 더 폭력적이냐? 내가 더 폭력적이냐?” 반문하며 명쾌하게 화답한다. 또 무어는 전미라이플협회(NRA)회장이자 <벤허>의 명배우인 찰턴 히스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끝내 인터뷰를 회피하고 측은하게 줄행랑을 치게 만든다. 이처럼 그는 막무가내식으로, 하지만 정직하게 진실을 찾고자, 주저 없이 앞으로 돌진해나가는 박력 만빵의 감독이다.

결국, 그가 날것 같은 영상을 통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총기 난동 사건이 왜 콜럼바인에서 일어났는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볼링 포 콜럼바인>은 미국 내의 총기 사고 건수와 총기 산업에 난마처럼 얽힌 이해관계자들의 상관관계를 파헤치고, 더 나아가 미국의 지배층들이 대중에게 무형의 가해자를 형상화시켜 이유도 없는 공포정치를 마구오바하며 심어준다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을 환기시켜 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다시 말해, 그러한 공포조작이야말로 ‘지구를 지켜라’라는 명분아래 전 세계를 쌀나라 미국(米國)의 나와바리로 만들려는 고약한 심보를 구조적으로 생산하게 한 원인이라고 마이클 무어는 신랄한 풍자를 곁들여 당차게 갈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마이클 무어는 현존하는 최고의 지성인이라 불리는, 미국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미국교수 노엄 촘스키와 비견된다. 특히, 노엄 촘스키의 저서를 다큐로 길어 올린 <대중매체와 여론조작>은 <볼링 포 콜럼바인>과 중요한 지점에서 포개어진다. 물론, 그들이 미국 사회가 작동하는 원리를 까발리고자 선택한 방식은 상이하지만, 결국 같은 지점에 도달해 만나기 때문이다.

한 편의 영화가 실재하는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의구심을 갖고 있던 이들에게, K마트를 상대로 지난한 싸움을 한 끝에 단계적으로 총알 판매를 포기하겠다는 그들의 공식 발표를 이끌어낸 무어의 공세적 자세는, 3일 동안 쌓인 숙변이 한번에 뚫리듯 정말이지 시원통쾌함과 동시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한다. 최소한의 도덕적 분노와 명백한 진리에 둔감해지는 시공간에 살고 있기에 그러한 느낌은 더더욱 배가된다. 때문에 미국을 상대로 한 마이클 무어의 신명나는 껄떡거림의 퍼레이드가 이 시대에 절실히 요구되어지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이 영화를 볼 당위성이 우리에게도 생기는 것이다.

마이클 무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뱃살을 출렁이며 지 꼬라지 모르고 진실로 둔갑한 구라의 제 위치를 찾아주고자 백방으로 동분서주하며 길길이 날뛰고 있는 세상의 부조리와 맞장을 뛰고 있다. 일격필살의 처절한 똥침을 그네들의 똥코에 깊숙이 꽂아드리면서 말이다.

1 )
ejin4rang
유쾌하게 보고 넘겨요   
2008-10-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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