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들 2 그레이브>? ‘요람에서 무덤까지?’ 무슨 영화일까 갸우뚱 할지 모르겠다. 값비싼 보물을 둘러싸고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난 갱단 세력의 다툼이 있고, 남성적 에너지가 넘치는 파워 만점 무술 격투를 쭉~쭉 선보이며, 스파크가 작열하는 카 체이스와 바이크 체이스로 다운타운 슬럼가를 휘젓고 다니는 와중, 눈부신 몸매를 가진 섹시한 여자의 아슬아슬 랩 댄스까지 즐기는 광경들이 넘실대는 이스트 코스트 랩에 실려 나온다면… 감 잡았으! 일단은 범죄 액션 영화의 볼거리 요소 ABC를 갖추고 있다고 보여진다.
벌어지는 이야기 역시 장르적 규칙에 충실하다. 갱단 두목 토니 페이트(DMX)와 그 일당, 대담하게도 다이아몬드 거래소의 금고를 털지만 대만 정보국 요원 수(이연걸)의 방해로 블랙 다이아몬드만 남기고 빼앗기게 된다. 수는 페이트에게 블랙 다이아몬드의 위험성을 알리며 회수하려 하지만, 또 다른 갱단이 이를 탈취해 간다. 수를 배신 했었던 옛 동료 링(마크 다카스코스)이 보스인 국제적인 테러 조직이 블랙 다이아몬드를 노리고 페이트의 어린 딸을 납치함으로써 페이트와 수는 어쩔 수 없이 손을 잡게 되는데…앞으로 어떻게 될지 보다는 어느 정도의 액션과 파괴력으로 클라이막스를 넘어갈 지가 궁금할 뿐.
이연걸이 보여주는 다양한 무술 액션들은 찬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럽다. 절벽에 있는 고층 건물 옥상에서 뒤로 점프, 층층의 발코니 난간을 붙잡고 낙하하는 장면이나 15대 1로 벌이는 WWE 스타일의 격투장 씬, 이연걸 홈페이지에서 행해진 투표를 통해 이연걸과 맞붙을 상대자로 낙점되었다는 마크 다카스코스와의 현란한 발과 손기술의 엔딩 대결 등은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냉정함을 유지하는 전형적인 이연걸표 액션이다. 게다가 실제 산악 오토바이 매니아인 DMX가 스턴트 대역 없이 행한 건물 창문을 뚫고 공중을 날아 건너편 건물 옥상에 착지하는 바이크 체이스 또한 심장 고동을 빠르게 하는 볼거리. 물론 영화에서 모든 갱단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블랙 다이아몬드가 핵 융합의 원료로 쓰여 무서운 신무기로서의 값어치를 가진다는 설정이 뜬금 없이 불거져 나오며, 관객들이 가장 기대했을 만한 이연걸과 DMX 동서양 투 톱 결합 액션의 시너지 효과는 미미했다는 것도 말해 놓아야 겠다.
이것으로, <스피드>, <단테스 피크>, <리쎌 웨폰 4>등 걸출한 액션 블록버스터의 단골 촬영 감독이었으며 <로미오 머스트 다이>, <엑시트 운즈> 등의 거친 남성들이 주름잡는 액션물들을 직접 연출하기 시작한 안제이 바르코비악 감독의 능수능란한 솜씨는 다 발휘된 듯 보인다. 이 모든 게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것이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