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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카드’ 크랭크업 현장
더 이상 짭새라 부르지 말라! | 2003년 4월 9일 수요일 | 서대원 이메일

어제는 날씨가, 지구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삽질하는 행동마저 초지일관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부시의 콘셉과는 달리, 유난히도 변덕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비스트 출장요원들은 완전군장을 한 채 상봉터미널로 향해야만 했다. 물론, <전원일기>의 쌍봉댁을 만나러 가기 위한 여정은 아니었다. 우리의 목적은 리얼형사극을 표방한 영화 <와일드 카드>의 크랭크업 현장을 답사하고자 출동한 것이었다.

상봉터미널 2층에 위치한 경륜장 옥상 촬영 신을 끝으로 크랭크업하는 <와일드 카드>의 현장에 도착한 무비스트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떴다하면 그곳을 쑥대밭처럼 헤집고 다닌다는 우리의 래디컬한 행동양태에 대한 소식이 새나갔는지 이미 주위는 무주공산처럼 한적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모두들 밥 먹으로 갔단다. 하지만 그 사이 영화의 주인공인 형사 콤비 양동근과 정진영이 옥상에 주차해놓은 밴에 휴식을 취하려고 출현, 찰나 옳다 구니를 외치며 무비스트는 인터뷰를 빙자해 취조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 결국 몇몇 매체와 단란한 분위기 속에서 영화의 중요한 단서가 될 만한 몇 가지 사항들을 그들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전해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게 됐다.

마지막 촬영 분은 양동근과 정진영이 속해 있는 강력 3반 형사들이 총 출동해 조폭의 막내를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치열한 사투 끝에 검거한다는 장면. 헌데, 갑자기 상봉동 하늘에 깜장색의 먹구름이 잔득 끼기 시작했고, 이내 현장 스텝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막바지 촬영에 열을 올렸다.

결국, 옥상에서의 1차 추격신은 무사히 마쳤고, 난간에서 형사들을 뿌리치고 지상으로 범인이 떨어지는 위험스런 2차 장면은 비로 인해 잠시 지연됐다. 그 후 날씨가 개자 재개된 <와일드 카드>의 촬영은 전 장면에 이어 양동근이 나쁜놈을 쫓아 개구락지 폴짝 뛰듯 지상으로 점프를 하는 신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별다른 사고 없이 마쳤게 됐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또 다른 주연인 숨쉬는 바비인형 한채영을 현장에서 볼 수 없었다는 거.

여하간, 기존의 형사물과 달리 극의 초점이 철저히 형사들의 시점에 의해 진행될 리얼형사활극 <와일드 카드>는 종착점에 다다른 후반작업을 마치고, 짭새가 아닌 보통사람의 모습으로, 5월 16일 관객을 찾아 나선다.

Q: 마지막 촬영인데 소감 한마디
정진영: 영화를 네 달 동안 찍었다. 편집도 거의 다 끝나고 해서 편집본을 봤더니 재밌더라. 아무튼, 그럴싸한 재밌는 작품이 나올 것 같다

Q: 오늘은 어떤 신인가
양동근: 나쁜 놈 한 놈을 검거하는 장면이다.

Q: 각자 맡은 배역에 대해 소개해달라
정진영: 범인을 열심히 잘 잡는 10년 경력의 강력계 형사다. 그리고 신참형사랑 파트너가 돼 이 친구가 멋진 형사가 되는 걸 지켜본다.
양동근: 전 그 신참 형사입니다.

Q: 몸으로 부딪히는 신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특별히 다친 데는 없나
둘다: 없다.

Q: 다친 데가 없다는 말은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다는 건데
정진영: 생각보다 그렇게 거친 영화가 아니다. 드라마에 필요한 만큼만 액션을 얻었다고 보면 된다.

Q: <와일드 카드>는 기존의 형사물과 달리 당신들을 보통사람처럼 그렸다고 하던데.
정진영: 원래 오늘 촬영할 장면은 경마장에서 찍어야 했던 신이다. 하지만 허가해주지 않았다. 그쪽에서. 그래서 영화의 미덕이 담겨 있는 장면들 일부분을 안타깝게도 찍지 못했다. 무척 애석하게 생각한다.

Q: 둘다 말수가 별로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얘기는 많이 했나?
정진영: 둘이 잘 놀 정도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양동근: 영화얘기는 잘 안하고 다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진영이 형이 인생선배이다 보니 그런 쪽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사실, 나이 차이도 크게 못 느끼겠고, 형의 나이도 모른다.

Q: 영화 <와일드 카드>만의 강점을 이야기 하자면
정진영: 김유진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베테랑 감독이다. 그러기에 일단 믿고, 영화자체도 드라마가 아주 잘 된 작품이다. 또, 새로운 기법이 아닌 정통적인 문법으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몰입될 수 있게끔 유도한다는 것도 <와일드 카드>만의 장점이다.
양동근: 다 했다. 내가 할 말을.

Q: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는가
양동근: 전쟁이나 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취재: 서대원
촬영: 이기성 신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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