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영화 속에서 조연인생을 살아가는 마지막 이들 이야길 해줄게.
미국인들에겐 특별한 여자와 남자야. 이상하지. 적어도 여기선 ‘제임스 딘’ 같이 우상화된 스타급 미술가들이니. 둘의 의상과 메이크업은 보그 패션잡지에서 특별 사진전으로 다룰만큼 값이 나가고, 생뚱한 멕시코 여자인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그림이 미국 기념우표로 나오고, 그녀의 옷, 머리 핀, 헤어 스타일, 시, 자서전등 온갖 잡동사니들이 거대한 상품으로 팔려나가고 있으니 말야. 그녀의 그림들도 다케히로 나카지마 감독의 근사한 게이영화인 <오꼬게(Okoge,1992)>중 사요코네 집 다락방에 도배될 정도니까.
근데 그럴만큼 대단한 여자야. 영화 속에서 그녀의 얼굴을 보면 알겠지만 보통
그녀와 디에고의 그림을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에서 보았었어. 직접 보니까 피, 억압, 분노, 저항,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강인한 얼굴과 모습들이 처절하리 만큼 다가오더라. 그걸 영화 속에서 공들여 담은 이들 중 한 그룹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야. 상 받을 만 하겠지. 이들 또한 아름다운 조연이란다.
또 세상엔 화려한 조명발은 못 받지만 기꺼이 누군가의 인생에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들이 있잖아. 정말로 빛을 발하는 이들 같아. <시카고>의 캐서린 제타 존스나 <피아니스트>의 자누스 올레니작, <프리다>의 베아트리체 드 알바랑 존 E. 잭슨마냥 그리고 화려한 생활에서 은퇴하더니 이제 아이 먹을 요구르트 값도 아끼더니 아파트를 사게 되었다고 자랑하는 예쁜 너처럼 말이야. 애초부터 엑스트라는 없던 걸 거야. 엑스트라가 있다면 남이 찍는 영화 속의 엑스트라겠지.
근데, 이걸 쓰는데 금방이라도 그 선배가 껄껄걸 웃어대며 눈앞에 나타날 것 같은 거야. 특유의 너털웃음 말야. 안 떠올리려고 해도 자꾸만 떠올라 눈물 나네. 작년에 한국 들어갔을 때 바쁘다고 핑계대지 말고 꼭 봐야했는데. 한번은 꼭 간다 했는데 이제는 볼 기회가 없네. 십 년 넘게 알고 온 형이었는데. 여기다 쓰면 선배가 볼까.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워낙 글 읽는 거 좋아하는 선배라 혹 읽을 지도 몰라서 여기다 쓰려 해....나 아직 할 말 남았는데..
선배.
이제... 거기선 절대 아프지도 말고 힘들어 하지도 말고 잘 살아야 되요.
여기서 못다 했던 것들 맘껏 멋지게 신나게 꼭 펼치세요.
선배가 말했잖아요. 선배만의 인생을 살 꺼라고. 엑스트라 인생은 없다고.
정말 멋진 주연 인생을 살아야 되요.
잘 해낼 꺼에요. 선배는 늘 멋졌잖아요.
잘생긴 그 얼굴 그대로 거기서 살았으면 여자들이 아마 많이 따를 텐데 그래도 이젠 제발 이쁜 여자말고 착한 여자 좀 찾아요.
잘생긴 선배 얼굴... 그립네요. 먼 길 떠나는데 못 가봐서 미안해요.
잘가요. 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