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엑스트라 인생이야길 해줄게. 조연배우에도 못 끼고 상도 못 받은 음악가 이야기야. 영화는 <피아니스트>라고 한 음악가의 인생을 다룬 이야기인데 이번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에다 뭐에다 이런 저런 걸 받았잖니. 솔직히 이 영화는 쫀디기를 끊어 먹듯 뚝뚝 끊어 본 영화야. 영화정보를 다 듣고 보면 재미가 없어질까봐 말야. 듣고 싶은 음악이 나오는 장면만 수없이 듣고 보았으니 제대로 본 건 아닌 거야.
그렇지만 아무리 스승이 잘나도 재능이 없다면 튈 수 없듯이 그는 어린 나이인 18살이 되던 해 1970년 바르샤바에서 열린 8번째 쇼팽음악대회에서 우승하면서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그 후로 각종 대회를 휩쓸었어. 그리고 나온 영화가 역시 폴란드 출신의 감독인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이 만든 <쇼팽의 푸른 노트>이고, 그 영화에서 프레드릭 쇼팽 역을 맡았어. 이제 그 사람만큼 쇼팽 곡을 해석하거나 연주하는 이는 없다고 해. 폴란드의 모차르트라 불리는 쇼팽 곡이 이 영화에 쓰여지고 다시 폴란드인 피아니스트가 그 음악을 연주하는 건 우연이 아니겠지. 그의 곡을 어떤 날은 한 곡만 백 번 넘게 들었을까.
들어도 들어도 창문으로 쏟아지던 그 봄 빛은 사그라 들지도 않고 날 울렁이게만 하고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영혼을 쏟아부으며 연주하던 그처럼 돌아가는 전쟁판 뒤에선 보이지 않게 죽어가는 수백의 영혼들이 죽어나갔지. 영화 속에서도 죽어나간 유태인들처럼 말야. 그래서 일까. 그의 곡은 서글픈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곡처럼 들리더라.
[Nocturne in C-Sharp Minor (작곡:쇼팽, 피아노:자누스 올레이작)] 바로 이 곡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