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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감독과 별난 배우, "우린 천재예요"
사부, 츠츠미 신이치 인터뷰 | 2000년 9월 27일 수요일 | 이지선 기자 이메일

[포스트맨 블루스]는 별난 영화다.
평범한 우편배달원이 야쿠자와 킬러, 시한부 인생의 소녀를 만나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도 남다르거니와, 이 영화가 가진 액션이라곤 고작해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게 전부인데, 그럼에도 굉장히 역동적이다. 게다가 단돈 5천만엔(한화로 5억정도)으로 25일간 촬영해 제작을 마친 영화라고 보기엔 장면장면의 이음새나 이야기 전개가 상당히 매끄럽다. 얽히고 설키는 통해 끊임없이 관객을 웃긴다는 점에서는 먼저 개봉된 '[춤추는 대수사선]'을 떠올리게 하지만, 감동적 엔딩을 위한 작위성은 그보다 덜하다는 점에서 또 별나게 매력적이다.

얼마전 이 별난 영화를 만든 감독과 주연배우가 내한해 관객을 만났다. 기자회견과 시사회 참석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기자들에게나 관객들에게나 이들 두 사람이 남긴 인상은 강렬했다. 자신의 본명이 너무 평범해서 영화 속에서 맡았던 배역의 이름으로 개명해 버린 감독 사부는 웃을 때마다 장난기가 뚝뚝 떨어지는 얼굴과 위트 넘치는 이야기로 시종 사람들을 웃겼고, 사부의 영화를 줄곧 같이 해오고 있는 배우 츠츠미 신이치 역시 감독 못지 않은 재치와 농담을 과시해 좌중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검은 옷을 입고 선 두 사람이 무표정하게 주변을 바라볼 때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야쿠자와 어리숙한 우체부의 모습을 영락없이 떠올리게 했다.

▷ [포스트맨 블루스]라는 제목은 무슨 의미인가?

(사부) 처음부터 제목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지만,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냥 생각이 나서 지은 것이다. 그래서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 작업 중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사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 현장분위기 덕분에 연기가 잘 안 된다던가 하는 작업상의 어려운 점은 없었다. 고민을 많이 한다고 좋은 연기, 좋은 영화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스텝들과 함께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힘든 점은 없었다.

▷ 영화를 보면, 질주하는 장면들이나 자전거를 달리는 장면 등 몸의 움직임이 상당히 많다. 이런 것들이 주인공들의 정신적인 성장과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사부) 이번 영화에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전 작품인 [탄환러너]와 연결된다. 아마도 [탄환러너]를 안 본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탄환러너]의 경우 3천만엔의 예산으로 14개월간 만들어진 저예산 영화였고, 달리는 것이 액션의 전부였다. 지적한 것처럼 이는 주인공의 정신적 성장과 연관이 되는데, 이야기를 엮어가는 자체가 달리는 것을 통해 전개되기 때문에 달리기를 통해서 영화의 정신적인 부분들이 정제된다. 또한 이런 것들은 사건의 해결과도 관련이 깊다.

▷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감독이 야쿠자와 관련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웃음)

(사부) 학교 다닐 때 친구 중에 한 명이 야쿠자가 되었다. 그 친구가 나보다 먼저 신문에도 나고 훨씬 유명해졌다. 연관이 있다면 그 정도가 전부이다. (웃음)

▷ [춤추는 대수사선], [개달리다] 등 최근 개봉된 일본영화들을 보면, 대체로 일본 경찰들을 풍자 조롱하고 있다. 특별한 일본영화의 경향인가, 아니면 감독의 특별한 생각이 있어서인가?

(사부) 특별한 풍조나 경향은 아니다. 그 작품들과 내 영화를 같은 맥락으로 보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일본영화와 달리 내 영화의 특징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 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여타 영화와는 다르다.

▷ [포스트맨 블루스]의 경우에도 그렇고, 최근 일본영화를 보면 만화적인 느낌이 강하다. 만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사부) 만화세대이기 때문에 만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포스트맨 블루스]의 경우를 이야기하자면, 각본의 구조 자체가 코미디에서 마지막에 감동을 주는 드라마로 전환되는데,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든 간에 영화자체가 어느 정도의 상품력을 가지는가에 달린 것이라고 본다. (츠츠미를 잠시 보고) 이런 뛰어난 배우들과 함께 일을 했기 때문에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이번 영화의 경우 감독의 연출이나 상황에 던져져 끌려 다니는 인물이었는데, 전작인 [먼데이]를 보면, 배우개인의 개인기에 많이 의존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어떤 연기를 선호하는지?

(츠츠미) [먼데이]나 [포스트맨 블루스] 모두 기본적으로 감독의 지시에 따라서 연기를 했다. 먼데이의 경우 감독의 요구 안에서 어느 정도의 자유로움을 가질 수 있던 것이었다. 그러므로 두 가지 다 별다른 차이는 없다고 본다.

▷ 자신의 배우로서의 장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츠츠미) 일단 배우로서의 장점은 감독님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 부족한 점은 많지만 하루하루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행복하다. 영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부분은 토오야마 교코가 맡은 사요코와 함께 데이트하는 부분이다.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같이 자전거를 타고 즐거워하는 부분은 진심으로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했다.

▷ 감독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배우로서의 개성있는 연기를 하는 것에 지장을 주지 않는지?

(츠츠미) 감독이 어떤 요구나 지시를 했을 때 배우가 열이라면 모두 다른 연기를 할 것이다. 그것은 각각의 배우들이 가진 개성 때문이다. 배우들은 감독이 하는 말을 듣고, 거기에 맞춰 자신의 개성 안에서 연기를 한다. 그러므로 감독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이 배우로서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능한 감독과 일할 경우에야 배우들이 모든 걸 알아서 연기를 해야겠지만, 유능한 감독과 일할 때는 감독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좋다.

▷ 현재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사부) 다음 작품은 각본을 쓰고 있는 단계이고 특별히 이야기를 할 만한 단계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작품이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나도 알 수 없다. 현재 2번 씬까지 썼는데, 이 정도로도 칸느 영화제 출품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웃음)

(츠츠미) 역시 사부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다. (잠시 기자들을 둘러보더니) 그거 말고 일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웃음)

▷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감독은 누구?

(사부) 스무살 때무터 배우일을 계속해 왔고, 그 와중에 공부의 일환으로 영화를 계속 봐왔지만, 특별히 어떤 한 편, 어느 한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 한국에 대한 인상?

(츠츠미) 도착한지 몇 시간 안 되었고, 본 것이라곤 기자회견이 열리는 이 방이 전부이다. (갑자기 양팔을 벌리고 방을 둘러보며) 이것이 한국이군요. (웃음)

(사부) 스탭들이 좋은 분이 많아서인지 인상이 좋다. 하지만 보통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하면 폭소가 많이 터졌는데 지금 기자회견 분위기가 너무 진지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영화가 잘 안 될 것 같아 불안하다. (웃음)

▷ 일본 포스트 뉴웨이브 감독 중에 가장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 불리고 있다. 그 엉뚱한 상상력의 근원?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비결은 뭔가?

천재라서 그렇다. (말이 떨어지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지만, 정작 그는 잠시 겸연쩍게 미소만 지었을 뿐 진담인 듯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 천재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어떤 곳에서 질문을 받아도 천재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보통의 것을 비틀어 생각하는 걸 좋아하고 그런 것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이런 장소에서도 어떻게 하면 좀더 코미디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아마도 그런 게 비결이 아닐까?

▷ 사부감독의 영화를 많이 함께 했는데 어떤 점이 자꾸 같이 일을 하게 만드는지? 사부감독의 작품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츠츠미) 그는 감독으로서 무지하다. (웃음) 원래 일본에서 전통적으로 감독이 된 사람들과는 달리 영화학교 출신도, 조감독을 거친 것도 아니다. 배우 출신이고, 디자인 학교 경력도 있어서인지 영화자체의 틀에 묶여 있지 않아서 좋다. 가끔 이런 점들은 비상식적인 것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영화자체의 시스템이나 이미 만들어진 것으로부터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재미를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일본 안 어디에서도 이런 감독을 찾을 수가 없다. 그는 지식이 아닌 지혜로서 영화를 만들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일본에서는 그의 작품세계를 사부월드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안에서 연기한 입장으로 보자면, "츠츠미 월드"가 아니겠나? (웃음)

개그맨 뺨치는 코믹함으로 회견내내 기자들을 웃겼던 두 사람은 이날 있었던 시사회에 참석해서도 천 여 명이 넘는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자신들을 천재라고 소개한 두 사람은 영화에 대한 몇 가지 소개와 인사를 하면서 영화시작 전의 술렁임을 일시에 잠재웠다. 인사를 마치고 나가기 전, 두 천재(?)는 관객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며 돌아서서 머리 위로 손을 올려 하트모양을 만들고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 등 영화 시작 전부터 관객들을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특출난 재능을 발휘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 어리숙한 우체부와 야쿠자, 킬러, 시한부인생 소녀의 좌충우돌 모험담을 보며(감독 자신은 비교를 사양했지만), 먼저 개봉한 영화들을 떠올리는 건, -특히 [춤추는 대수사선]-아무래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뒤얽힌 사건을 통해 코믹함을 끌어낸 뒤, 영화의 후반부에 가서, 주인공들의 질주와 좌절, 부대낌을 통해 인생의 감동을 전하고자 무게를 잡는다는 점은 특히나 그러한 연상작용을 부추긴다. 물론 시사회를 통해서 상당수의 관객들이 그에 공감하고 감동했다는 점에서는 꽤 성공적인 듯 보인다. 그러나 시사회만으로는 영화의 성공을 100% 확신할 수 없는 법.

자신의 웃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줄 아는 재능만점의 감독과 배우가 만든 영화 [포스트맨 블루스]가 얼마나 재미있고 감동적일지, 과연 천재 감독의 작품인지가 궁금하다면 개봉관을 찾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7 )
kpop20
기사 잘 읽었어요   
2007-05-25 23:40
soaring2
일본영화중에 괜찮은 작품들 여럿있죠   
2005-02-13 23:52
moomsh
이건 괜찬을거같기도 하네요 ㅋㅋ   
2005-02-07 13:51
moomsh
일본영화는 원래 싫어했지만   
2005-02-07 13:51
moomsh
무슨내용일지 기대됨 ㅋㅋ   
2005-02-07 13:50
moomsh
저도 ㅎㅎ   
2005-02-07 13:50
cko27
관심없었는데. 인터뷰 내용보니깐 봐보고싶네요.   
2005-02-0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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