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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오타쿠 김선생의 유배기
선생 김봉두 | 2003년 3월 27일 목요일 | 서대원 이메일

<선생 김봉두>는 비록 딱 두 단어로 조합을 이룬 짧은 제목이긴 하지만, 야리꾸리한 제목의 <저 멀리 뭍에 박아 논 말뚝은 누가 박아 놓았는가?>보다 훨 많은 스토리의 정보를 제공해 준다. 물론, <노인과 하다>라는 제목처럼 노골적으로 영화의 속성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일단, 영화는 선생님이 아닌 ‘선생’이라고 다소 건방지게 칭했다. 요건 김봉두가 선생님으로서의 자질이 어딘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갖게끔 한다. 교권의 권위로 똘똘 뭉친 교육자보다는 왠지 모르게 맞먹어도 될 것 같은 선생 이미지. 김봉두의 아호가 선생이 아닌 이상은 그렇다. 다음의 김봉두는 감독 장규성의 말을 빌리자면 돈을 밝히는 선생을 뜻하고자 봉투대신 봉두라고 작명했다고 한다.

따라서, <선생 김봉두>는 선생님스럽지 않은 김봉두에 관한 이야기라는 결말에 다다르게 된다. 하지만 전체적인 어감 상을 보자면 조금은 촌스러운 듯 하면서도 정이 가는 제목이다. 결국, 김봉두는 강원도 오지로 유배를 떠나 개과천선한다는 의미다. 좀 억지다 싶겠지만, 이거 딱 들어맞게 해석하고 풀이했으면 필자, 벌써 미아리가서 파라솔을 천장삼아 돗자리에 디비져 유유자적하며 점 봤다.

이처럼, 영화는 촌지를 지 용돈 타듯 낼름낼름 받아먹는 선상 김봉두(차승원)가 일이 꼬여 강원도의 성냥갑처럼 작은 분교로, 말이 좋아 부임이지 사실상은, 유배를 떠난다는 내용이다. 죄 값을 벌하려고 간만큼 김봉두는 학교의 올망졸망한 전교생 5명의 학생과 그곳의 동네 사람들의 순진무구한 마음씀씀이에 감복 받아 진정한 스승으로 더 크게는 한 인간으로 환골탈태한다. 결국, 김봉두는 마늘대신 착한 사람들의 촌지를 먹고 사람이 된 것이다.

중반까지는 코믹을 후반부터는 영롱한 감동의 파노라마를 강타하는 <선생 김봉두>는 어쩔 수 없이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와 상당부분에 걸쳐 상응한다. 김봉두는 성인이 된 상우로, 분교의 아이들과 동네주민들은 외할머니로. 이쯤 되면, 극과 극에 위치한 이 두 캐릭터의 불협화음이 한 쪽으로 흡수되기 마련이라는 사실은 쉽게 간파된다. 또한, 김봉두가 그들의 지고지순한 인간성에 동화된다는 설정 역시 마찬가지고. 인간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쪽수로나 김봉두가 우월한 것이 없기에, 아무리 영악하고 감언이설에 능한 그라도 그들의 하해와 같은 바다 안에 폭 빠질 수밖에 없다.

도시인들의 정신상태는 모든 것이 메말라 땅이 갈라지며 균열을 내듯 심한 분열증세로 점철돼 있다. 그러기에 동심 어린 추억과 오염되지 않은 공간을 보여 주는 이 같은 영화에 쉽게 감동받고 손사래를 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선생 김봉두>처럼 트랜드의 핵심요소인 코미디마저 영화에 잘 녹아나 있다면 그건 재미와 감동 두 놈을 다 때려잡는, 도랑치고 가재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격이다. 그만큼 차승원의 능청맞은 연기와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어울리지 못하는 두 존재 사이에서 삐쭉삐쭉 나오는 엉뚱함이 영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잘 버무려져 형상화되었다는 것이다.

촌지를 오타쿠 마냥 좋아하는 김봉두가 분교로 전근한 후 돈이 마르자 아이들에게 나누어준 돈봉투 안에 진짜 편지와 칡뿌리 등을 담아 온 경우가 그 사례라 할 수 있다. <집으로...>의 상우가 프라이드치킨을 원하자 할머니가 백숙을 끓여 왔듯이.

생경한 강원도의 사투리가 영상에 활기를 더해주는 <선생 김봉두>는 역으로 수려한 강원도의 풍경을 그리 영화적 장치로 많이 끌어다 쓰지 않는다. 또한 학교 소사 춘식이(성지루)의 평면적 캐릭터도 조금은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마지막의 졸업식 장면은 오바스런 감동을 넘어 헛웃음까지 유발하는 악수(惡手)로 작용할 뻔했으나 다행히도 개봉 전에 재편집을 가해 들어낼 예정이라고 하니 무척이나 다행이다.

우좌지간, <재밌는 영화>를 연출했던 장규성 감독의 <선생 김봉두>는 착하고 순수함의 감성을 불어넣어 감동을 전해주려는 의도나 결과도 좋았지만, 모처럼 가학하지도 자학하지도 여성의 육체를 도구화시키지도 않으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분명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오다가다 심심하시면 읽어보시라.
영화에서 촌지는 중요한 코드로 쓰이기에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촌지는 주는 받는 사람의 이해관계에 따라 윤리적 측면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모순점과 모호함이 두루 걸쳐진 관습이자 악습이다. 솔직히, 음험한 이해관계가 아닌 사심 없는 마음에서 촌지를 활용했다면 촌지의 위상이 이다지도 바닥을 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는 바둑이가 바둑 두는 헛소리는 이 경우에 맞지 않다. 촌지를 이 꼬라지로 전락시킨 놈들이 문제다. 그러니 그 문구는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한다.

‘사람은 미워하되 촌지는 미워하지 말라!’

3 )
gaeddorai
돈봉투 오타쿠ㅋㅋㅋ   
2009-02-22 20:48
ejin4rang
감동도있고 교훈도 있다   
2008-10-16 14:57
pyrope7557
감동도 있공..애들동 귀엽공...차승원도 멋지공...유후~   
2007-07-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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