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영화의 기본은 누가 뭐래도 신데렐라 스토리다.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대부분은 아니나 다를까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멋지고 훌륭한 남자를 만나 행복해 지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 개봉한 <동갑내기 과외하기> 조차도 어려운 환경의 김하늘이 돈 많은 집 아들 권상우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을 통해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저변에 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울릴 수 없는 남녀가 사랑으로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해피한 결말을 유도하는 영화 속 이야기는 기본기만 갖춰 진다면 언제나 환영 받는다.
제니퍼 로페즈가 등장하는 영화 <러브 인 맨하탄> 역시도 신데렐라 스토리의 공식을 그대로 밟아 나가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인공이 애 딸린 유부녀라는 점. 라틴 아메리카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수동적으로 왕자를 기다리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아무래도 달콤한 로맨스 영화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여전사의 이미지의 제니퍼 로페즈의 캐릭터 설정을 위해서라도 자기 주장 강한 여주인공을 등장시킨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리라. 사랑에 빠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그간 강한 이미지를 상쇄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웨딩 플래너>와 이번 <러브 인 맨하탄>을 잇는 그녀의 도전은 박스오피스 1위라는 결과를 낳으면서 꽤 성공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온통 모든 포커스가 제니퍼 로페즈에게로 맞춰지다 보니 그녀를 가난에서 구원해줄 왕자님 랄프 파인즈는 어쩐지 신데렐라를 위한 들러리 왕자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어디 내 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세련되고 멋진 남자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제니퍼 로페즈의 후광을 뛰어 넘기에는 역부족이 아니었나 싶다. 하긴, 생각컨데 제니퍼 로페즈 옆에선 남자들은 누가 됐던지 간에 그 빛을 일어버리는 일이 다반사 였음이 머리 속을 휙 하고 스쳐 지나간다. <웨딩 플래너>에서 미국 최고의 꽃미남으로 칭송 받는 매튜 맥커너히도 제 실력을 발휘 하지 못했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표적>에서도 그녀의 매력은 조지 클루니의 그것을 압도하고 있다. 오히려 그 때문인지 <더 셀>, <이너프>, <엔젤 아이즈> 같은 작품들은 아예 그녀를 단독 주연으로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이 영화의 크레디트에서 주목할 만한 이름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이 작품의 감독을 맡은 웨인 왕을 꼽을 수 있겠다. 그간 <스모크>, <조이 럭 클럽>, <여기보다 어딘가에> 등 서정적이면서도 독특한 색깔의 영화를 만들어왔던 그의 첫 오락영화 이기에 영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들이라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으리란 생각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포레스트 검프>의 음악을 담당했던 알란 실버스트리의 달콤한 오리지날 스코어는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여하튼,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 오는 봄날, 데이트 족들에게는 이만큼 좋은 영화는 없지 않을까 싶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나의 그리스식 웨딩>에 이어 <러브 인 맨하탄> 역시도 연인들을 극장으로 불러 들이며 흥행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깎아 내리기 보단 그냥 기분 좋게 영화라는 설정을 2시간동안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 오락 영화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