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Music by 하워드 쇼어 Howard Shore
영화 <갱스 오브 뉴욕> 은 마치 미국의 건국 신화의 한 일례를 들려주고 있는 듯 하다. 영화를 통해 들려지는 모든 에피소드는 세계 패권을 거머쥐고 있는 오늘날의 미국이란 괴물에 관한 태몽과도 같고 일류 스탭들에 의해 재창조된 의상과 미술, 음악등은 19세기 미국의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음은 물론이요 20세기 전 세계 문화 일반을 휘두르게 되는 양키 문화의 이해 관계를 돕고 있기도 하다. 내키지는 않지만 미국의 대통령이 곧 세계 대통령이라는 의미처럼 미국 현대 문화의 태동기는 이처럼 남 일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19세기 유럽의 몰락은 바다 건너 인디오들의 땅인 아메리카를 살찌우는 결정적인 원인 제공을 하게 된다. 부패한 종교 의식으로 말미암아 구대륙에서 신대륙으로 건너온 프로테스탄트는 그 새로운 땅 위에 자유라는 깃발을 굳건히 내리 꽂아 현대 민주 정치의 초석을 다졌다 할 수 있으며 히틀러의 민족 말살 정책으로 말미암아 신대륙에 도달하게 된 유대인들은 그들의 신변을 보호받는 대가로 그들의 돈 긁어모으는 법에 대한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하였다. 정치와 경제 뿐만이 아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전쟁의 포화속에 갇혀 그들의 창작권을 보장받지 못하게된 각계 예술인들도 앞다투어 미국으로 몰려들었는데 이는 뉴욕이 파리나 런던을 대체하는 세계 문화 수도로서 격상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여태까지의 사례들은 일부 엘리트 계급이 주를 이룬 것이였고 그보다 몇 갑절은 많은 이민자들은 그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영화 <갱스 오브 뉴욕> 역시 이들의 이민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아일랜드 출신의 이민자들에 대한 얘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한 관계로 OST 에서도 아일랜드의 전통 음악에 근간을 둔, 일명 셀틱 (잉들랜드를 제외한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즈를 일컫기도 한다.) 사운드가 주를 이루고 있음이다. 그룹 이름에서도 그 뿌리를 명확히 밝히고 있는 Afro Celt Sound System 은 Uillean 파이프, 만돌린, 하모늄 오르간 등 그들 전통 악기를 총 동원하여 그들의 뿌리를 재현코자 하고 있다. 또한 그들의 전반적인 삶이 고된 것이였기에 비장하고 구슬픈 멜로디와 가사를 지닌 곡도 물론 수록되어있다. 아일랜드 출신도 아니면서 그 누구보다 아일랜드의 정취를 가장 잘 묘사하는 여성 싱어 Maura O’connell 의 Unconstant Lover 는 노래하는 이의 투박한 발음과 발성과 맞물려 보다 큰 애환을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본래 아일랜드인들의 낙천적이고 소박한 성품을 반영하는 곡도 있으니 Finbar Furey 의 New York Girls 가 대표적인 트랙이라 하겠다. 흡사 영화 <막달레나 자매들> 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파티 장면에서 들었을 법한 스타일의 이 곡은 현대 미국 포크 사운드의 근간이 되었던 아이리쉬 포크 사운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Unconstant Lover 와 New York Girls 가 상이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음에도 공통된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아일랜드민들의 일상적인 생활상을 가사로 하고 있음이다. 그들의 아버지가 겪는 애환을 봤음에 구슬픈 가닥이 흘러나오는 것이며 또한 이웃 여쟈 아이를 향한 들뜬 짝사랑이 있기에 지그 재그 댄스 송이 존재하는 것이다.
파이브 포인츠에는 비단 아일랜드계 이민자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에 OST 앨범에서도 역시 월드 뮤직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한 트랙들이 존재하고 있다. 앨범의 끝자락즈음에 듣게 되는 Beijing Opera Suite 는 순간 당혹스러움을 불러일으키는데… 이것이 중국 5세대 감독의 작품에 삽입된 곡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영화의 초첨은 그들에게서 벗어나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시련과 고통을 겪었을 민족은 켈트족도 차이니즈도 아닌 바로 검은 대륙 출신의 흑인들일 것이다. 이들을 대변할만한 트랙 역시 놓치지 않고 있는데 (그렇다. 마치 앨범의 분위기는 뉴욕에 당도한 이민자들의 민족별 구성비를 헤아리고 있는 듯 하다.) Gospel Train 이나 Gurgen Chugaa 이 바로 그들을 위한 트랙들이다. 또한 메인 스트림 팝 음악시장에서 자신만의 음악성을 인정받은 1명의 뮤지션과 1개의 락 밴드의 곡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우선 아일랜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시에 가장 최전방에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는 밴드 U2 의 곡 The Hands That Built America 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주제가상을 받기도 한 곡이다. 지금은 나이도 먹고 세상을 살아가는 적당히, 알맞게 퇴패한 노선을 지향하고 있지만 그들의 초창기 시절만 해도 아일랜드의 더블린 출신 락 밴드 답게 거칠 것 없는 가사와 퍼포먼스로 온갖 화제를 몰고 다니던 그들이였다. 영화 < Bloody Sunday > 에서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다시 자신들의 조국을 위해 곡을 선사한 U2 의 이 곡 만으로도 본 앨범을 들어볼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또 한명의 파퓰러 아티스트 Peter Gabriel 은 50줄을 넘은 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의 실험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같은 헐리우드에 몸담고 있음에도 동료 음악가인 한스 짐머나 존 윌리암스와는 분명 다른 스타일을 보이고 있는 Howard Shore 의 Brooklyn Heights 시리즈는 분명 마틴 스콜세지의 센스있는 선택이였을거란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