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부터 영화인들이 탐냈던 작품이 있다. 외화고, 수입을 한 회사가 확실하게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계자들이 그 영화를 어떻게 하든 가져오기 위해 물밑 작업을 펼친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거대한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구나 제목을 들으면 단박에 '아!' 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작품도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계에 퍼진 소문이 필자에 귀에 전해지면서 영화 <투게더>에 대한 관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가 되었고, 최근 들어 영화에 대해 상당한 권태로움을 가지고 있던 필자조차 당연지사 시사회장을 찾아 영화를 관람하기까지 이르게 되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 작품 <투게더>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그리고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따듯한 화학작용이 보여주는 감동적이고 따듯한 드라마 정도로 귀결시킬 수 있겠다. 그 과정은 일련의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과 별반 다를 바 없지만, 동양적인 색감이 짙은 이 작품이 전하는 감수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아이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쓸쓸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미소는 언제나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빌리 엘리어트>가 그랬고 최근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에블린>이라는 작품에서도 아버지의 존재감은 항상 스크린을 온화하게 만든다.
<투게더>가 필자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이유는 개인적인 배경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겠지만, 이는 비단 필자의 마음뿐 아니라 '아버지'라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무엇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수더분한 미소로 아들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영화 속 아버지의 모습은 눈물을 쏟아낼 만큼 슬프지는 않지만, 가슴 한구석을 알싸하게 울리는 진정한 떨림이 존재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아들과 아버지, 주변인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그들의 고백이 하나하나 등장할 때 마다 스크린 속 이야기는 어느덧 주변에 가득한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어 진정한 감동이 되고 가슴을 뜀박질하게 만든다.
최근 극장가를 압도하고 있는 가벼운 코미디들도 스트레스를 잊게 하는 데 특효약이 되겠지만 <투게더>같은 잔잔하면서도 흐믓한 감동을 전해주는 작품을 만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영화에 대한 자신감으로 영화를 수입한 회사에서는 전국 2만 명을 대상으로 일반 시사회를 개최했으며, 영화를 먼저 본 이들의 반응은 가히 놀라울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한국인 스탭이 영화에 참여했으며, <패왕별희>의 거장 첸 카이거가 연출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본다 해도 <투게더>는 그 영화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 한번 이야기 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