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제목과 리뷰의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조언임을 제일 먼저 밝혀야겠다. 사실 이 작품이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 오르는 순간 당연지사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고, 간만에 젊고 탱탱한 배우들의 로맨틱 코미디란 사실이 구미를 당기게 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멕 라이언이나 산드라 블록, 줄리아 로버츠의 로맨틱 코미디는 이제 식상하게 느껴진다)

작품에 기대가 되다 보니 당연지사 인터넷에서 자료를 뒤져냈고 결국에는 한국 홈페이지와 미국 홈페이지를 두루 돌아다니고 예고편에 제작일지까지 보게 되었다. 그때까지의 생각은 역시나 재미있겠구나. 미국에서 1위를 한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하는 거였다. 특히나 예고편에서 좌충우돌하는 두 주인공이 짧게 소개되는 장면 장면이 하나같이 웃음을 유발하고 있어 완성도 문제를 떠나 간만에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 하나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 필자의 기대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극장에서 막상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는 그다지 많이 웃지 못했음을 시인한다. 예고편에서 보여졌던 재미있는 장면이 솔직히 영화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오호통재라. 또다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재미를 놓쳐버렸구나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고 가능하면 예고편이나 영화에 대해 디테일하게 소개하는 영화관련 프로그램을 보지 말라고 영화에 기대하는 이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겨났다.

이 작품은 앞서 말했지만 젊고 생기있는 젊은이들이 간만에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란 점에서 일단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다. 사실 이제 30대 중반을 훌쩍 넘기고 심지어는 불혹의 나이에 다다른 그 옛날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들이 여전히 고만고만한 작품에 등장하고 잇다는 사실은 역시나 심심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38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천방지축으로 등장하는 산드라 블록이나 아예 한국에서는 신작을 개봉시키지도 못하고 있는 멕 라이언의 멍청한 미소를 볼 때마다 가슴 아팠던 것이 사실인데, 새롭게 등장한 브리트니 머피는 확실히 젊음이 스크린을 한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예쁘지는 않지만 한껏 웃는 미소가 아름다운 브리트니 머피는 확실히 차세대 할리우드 여배우 대열에 이름을 올릴만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그녀의 작품 중에 국내 소개된 <처음 만나는 자유>, <돈 세이 워드>, <8마일>, <클루리스>를 각각 비교해 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 될 듯 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디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자연스러움이 그녀의 강점이다. 또한 어느 정도 연기력까지 가지고 있으니 금상첨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연히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를 봤는데, 그 코너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는 확실히 볼거리가 풍성한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영화 속 커플이 찾아간 신혼 여행지는 하나같이 그림같이 아름답고 풍성한 볼거리로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한다. 이탈리아, 스위스 등등 자연 경관이 특히 아름다운 곳만 찾아 다닌 듯한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후에 결혼을 하게 되면 꼭 그 곳에 가봐야겠다는 결심이 설 정도. 예고편을 보고 다소 심심해졌던 내용이 관광지를 훑어 보는 즐거움으로 바뀔 수도 있으니 시간이나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는 ‘재미’와 ‘웃음’을 강조하는 작품이니 만큼 완성도를 운운하거나 사회의식 혹은 문화에 대한 고찰 따위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말고 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남성 중심의 신데렐라 콤플렉스, 인종차별(이탈리아 남자들은 대부분 게이라는...)과 미국 만세 따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즐기려고 극장을 찾는 이들에게 또 다른 짐을 지워 줄만큼 가치가 있는 작품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