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웹트 어웨이>란 영화를 누군가에게 설명해주는 데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이것이다. ‘최악의 영화를 위해 마련된 래즈베리 시상식 후보, 전 부문에 걸쳐 싹쓸이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라고. 놀랍게도 영화는 7개 부문에 걸쳐 선정되는 대담무쌍한 위업을 달성했다. 참으로, 20여 분 동안 기립 박수를 몰아쳐도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라고 아니 말할 수 없다. 대신, 손이 아니고 발바닥으로.
영화는 또 놀랍게도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스내치>를 주조했던 가이 리치가 총대를 멨다. 그리고 그는 요즘 돈 벌이가 시원찮은지 와이프인 마돈나를 주인공으로 데려와 맞벌이를 시도했다. 물론, 각자 다른 영역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커플이기에 우리는 내심 그들의 아름다운 일심동체 속에서 끗발 날리는 궁합의 묘를 기대했다. 무슨 일을 내도 내지 않겠냐는 앙양된 모습으로. 결국, 부부는 일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앰버는 위험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충고는 아랑곳하지 않고 동굴탐사를 떠난다. 한편, 우리의 돌쇠는 마님의 안전을 위해 따라나서고, 결국 그들은 조난당해 한 무인도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간다. 그럼으로써 이제, 우리의 돌쇠는 천우신조의 덕택으로 급작스런 신분상승을 하게 되고, 겸손함하고는 만리장성 쌓고 사는 우리의 마님은 일순간에 무수리로 전락한다. 이 어찌, 돌쇠인 페페에게는 로또 복권의 인생대역전이요, 마님인 앰버에게는 한순간에 궁궐을 떠나 유배를 가야만 했던 뭬야!의 경빈꼴이 아니고 뭐겠는가?
그리고 다들 예상하고 있듯, 둘이 무인도에서 온종일 밥만 먹고는 살 수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사랑하는 관계로 나아간다.
<스웹트 어웨이>는 1974년 이탈리아 작품 <귀부인과 승무원>을 리메이크 한 영화다. 원작의 감독은 공산당원으로 유명한 리나 베르트 물러라는 여성이다. 원작은 계급이 엇갈리는 두 남녀의 상황을 그리면서 당시 얼빠진 부르조아들을 조소하는 정치성을 어느 정도는 담지하고 있는 풍작극이었다. 하지만 <스웹트 어웨이>는 그러한 도발성과는 한참 벗어난 코믹 멜로 영화다.
초반부까지만 해도 영화는 그런대로 가이 리치적인 재기 발랄함이 빠른 화면 전환과 함께 느껴진다. 하지만 무인도로 카메라가 이동한 뒤부터는 카메라에 물이 들어갔는지 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무인도를 배경으로 한 모든 영화들이 그러하듯 어차피 남녀는 응!응!사이로 가게 돼 있다. 허나, 밥만 먹고는 살 수 없듯, 응응만 하며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기에 돌발적인 여러 사건들을 곳곳에 지뢰처럼 깔아 놓고 영화적 재미를 보다 맛깔나게 요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웹트 어웨이>는 무인도에 있어 향수병이 도졌는지 당최 부지런함을 떨지 않는다. 영화 내내 신분이 뒤바뀐 돌쇠와 마님의 뒤꽁무늬만 졸졸 따라 다니며, 그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싸움과 사랑놀이에만 심드렁한 관심을 가질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좀더 빨리 이해가 가실 거다. 70년대 방화 중 신성일 엄앵란이 잔디밭을 팔랑팔랑 뛰 다니며 노니는 모습을 예의 노래방에서 볼 수 있는 작열하는 태양의 선홍빛이 파도 위에 출렁하는 80년대 뮤직 비디오에 합성해 놓은 듯한 영화.
또한 개인적으로, 아니 대부분의 남성들이라면 무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마돈나의 나이 먹음이 뼈저리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세월에는 사기 칠 수 없다는 말이 괜스레 있는 게 아니었다. 풍상에 휘말린 누님의 얼굴은 무릇, 인생의 무상함을 허탈하게 가슴을 쓸어내며 받아들여야 할 정도로 시장바구니 들고 카바레에 입성한 여느 아주머니와 다를 바 없었다. 대신, 몸매는 카바레보단 몇 등급 위인 나이트 정도는 된다.
부창부수(婦唱夫隨 )에서 부창부수(夫唱婦隨)로 운명이 바뀐 엠버와 하루아침에 돌쇠에서 주인님으로 벼락출세해 완전 용 돼버린 페페의 진솔한 사랑 만들어 가기 영화 <스웹트 어웨이>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래즈베리 한 개도 아니요, 두 개도 아닌, 행운의 숫자 일곱 개나 먹은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