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쥬베이]는 그의 최고작이라 일컬어지는 작품으로 1993년 일본에서 공개된 이후 컬트의 반열에 오를만큼 뜨거운 지지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1999년 서울 국제 만화 페스티발에 초청되어 전회 매진의 기록을 세우며 매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입증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모노노케 공주] 등을 제치고 국내 개봉 1호 재패니메이션으로 기록된 [무사 쥬베이]는 개봉여부를 두고 심의과정에서 진통을 겪기도 했다. 오는 30일 무삭제로 개봉되는 [무사 쥬베이]의 홍보를 위해 내한한 가와지리 감독은 제작사 매드하우스의 대표 마루야마 마사오와 함께 기자 회견에 참석, 쏟아지는 질문공세에 성실히 답하며 [무사 쥬베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가와지리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닌자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무사 쥬베이]를 가리켜 지금까지 만들고 싶었던 것들을 집대성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또한 하드고어 장르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며, 여러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자신의 철학을 소개했다.
그는 이에 덧붙여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자신에게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요짐보]를 가리키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에 대한 선호를 피력했다.
▷ 원작과 각본, 연출, 캐릭터 디자인 등 1인 4역을 맡았는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는가?
▷ [무사 쥬베이]의 성공 배경은?
▷ [무사 쥬베이]의 개봉을 기점으로 폭력 묘사에 대한 논란을 부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와지리 감독은 이런 비판에 대해 "폭력과 섹스가 등장하지만,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이라는 틀 안에 놓여져 있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야자키 하야오와는 달리 각 작품들의 캐릭터들 간에 그림의 공통적 요소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원화는 직접 만들지만, 보정 과정에서 작가들의 개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무사 쥬베이]에 등장하는 8명의 괴수 캐릭터들이 인상적인데,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었냐는 질문에 평소에 바보처럼 엉뚱한 상상을 주로 하는 덕분이라고 답해 웃음을 유발했다.
한편, 가와지리 감독과 함께 방한한 제작자 마루야마 미사오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한국의 하청작업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하청이 아니라 협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피력하며, 한국의 하청작업이 없었다면 [무사 쥬베이]와 같은 작품을 완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여 한국의 하청작업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상기시켰다.
또한, 한국의 애니메이션은 미국의 하청작업에 익숙한 탓인지 독창적인 작업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현재는 아직 설익은 과일같지만 4~5년 뒤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강점으로 상당히 많은 양의 작품 편수를 꼽는 마루야마씨는 "만화로 인기를 얻은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경우 상당히 큰 인기를 얻는 일본 시장에 비해 한국에서는 이러한 풍토가 쉽게 형성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하며,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때 각자의 색깔을 버리고 애니메이터와의 협력을 시도할 것을 강조했다.
한편, 가와지리 감독의 신작 [뱀파이어 헌터D] 역시 오는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팬들과 만난다. 올 가을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는 더없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