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로는 드물게 전세계 흥행에 성공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아멜리에> 알지? 언제나 행복한 깜찍발랄 아가씨 '아멜리에' 역에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없던 완벽 캐스팅 오드리 또뚜.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게 해주던 그녀가 다시 돌아왔어. 이번에 상당히 '엽기적인 그녀'가 되어서 말이지.
<좋은걸 어떡해>는 자기 멋대로이고 철부지에 눈치도 없는 모델 미셸의 이야기야. 죽고 못살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그녀는 우연히 만난 12살 연상이자 수의사인 프랑소와의 꼬임에 그의 집으로 따라가지만 자살을 기도해서 프랑소와를 혼비백산하게 만들지. 회복한 미셸은 종교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일념으로 불교에 빠져들지만 글쎄, 참선시간에 꾸벅꾸벅 졸고만 있으니 이거야 원.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다시 만난 프랑소와와 미셸, 초반의 충격적인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나 본데, 시작이 요란했기 때문일까? 눈치채겠지만 두 사람이 앞으로 이어갈 사랑도 순탄치는 않아.
영화는 '9월 15일 망친 인생' 이라고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적어놓은 일기를 시작으로 약 1년 반 동안의 미셸의 일상을 차근차근 따라가. 과격한 그녀의 말투만큼이나 과격한 그녀의 행동들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안쓰러운 한숨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오드리 또뚜의 깜찍함만큼은 두말 할 필요가 없지. 게다가 직업이 패션 모델이니 오죽하겠어? 히피에서 사이버, 공주패션까지 다채로운 의상과 계속해서 바뀌는 헤어스타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를 보는 것 또한 이 영화의 놓칠 수 없는 재미야.
무엇보다도 <좋은걸 어떡해>가 돋보이는 이유는 연인들이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싸우고, 화해하고, 멀어지다가 결국은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감칠맛나게 버무려놓았기 때문이야. 누구나 겪었던 연애의 과정들을 헐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인 '미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는 거지.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 자잘한 일상들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때는 저게 바로 나의 모습이었다는 걸 느끼는 데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헤어진 후라도 서로에게 연인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이 질투가 나는 그들의 모습이 말야. 아쉬운 점은 사랑스러운 오드리 또뚜의 생기발랄함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 역시 너무 발랄해지다 못해 가벼워져서 이 커플의 사랑이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야. 미셸은 그저 백치미가 돋보이는 철부지 고집쟁이로, 프랑소와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이기적인 남자로 남게 되는 불상사가 초래된 거지. 그래도 종교와 사랑을 갈구하는 천방지축 아가씨의 매력에 저항하기란 쉽지 않을 거야.
프랑스 영화 특유의 거친 화면과 툭툭 끊기는 흐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심한(?) 이질감을 느낄 지도 모르지만 <아멜리에>의 그녀가 어떤 변신을 보여주는 궁금하지 않아? 오드리 또뚜를 좋아한다면 더욱이 꼭 보라고 권하고 싶어. 너무 엽기적인 거 아니냐고?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고?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