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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한 잔혹 동화?
오스모시스 존스 | 2003년 1월 4일 토요일 | 서대원 이메일

기억들 하시는가?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 아빠, 박영규를! 터진 입이라고 먹을 것만 보면 환장해 겁나게 달려들던 그의 천의무봉적인 호들갑스러움과 뚫린 항문이라고 쉼 없이 쏘고 뿜고 싸고 하던 영규형의 미워할 수 없는 영원불멸의 추잡스러움을? 그렇다, 송혜교의 형부이자, 오지명의 사위였던 박영규야말로, 인간의 원초적인 삶의 의지 그 자체라 명명할 수 있는 먹고 싸는 번민스러운 문제에 가장 성실했던 인물이였다고, 우리는 다시금 재조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전대미문의 철학적 대 캐릭터를 영화적 소재로 먼저 길어 올린 똘똘한 친구들이 있었으니, 바로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와 <덤 앤 더머>의 감독, 화장실 유머와 악취미적 화면의 지존, 패럴리 부라덜스이다. 이 형제가 박영규와 상당히 붕어빵스러운 캐릭터 프랭크(빌 머레이)를 모셔와 찍은 영화가 오늘 소개할 비디오 <오스모시스 존스>

부인과 사별한 이후, 동물원에서 사육사로 눌러 앉은 프랭크는,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남들이 먹지 말라는 음식만 골라 먹고, 주워 먹는, 천상천하 유아독식의 대식가이다. 허나, '지나침은 미치니 못함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진리가 존재하거늘, 입 싹 씻고 중용의 중함을 무시한 프랭크에게는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지게 된다.

동물원 안에서 일하던 프랭크는 어느 날, 그의 외동딸 셰인(엘레나 프랭클린)이 지켜보는 가운데 삶은 달걀 하나를 먹으려고 한다. 입 안에 넣으려고 하는 찰나, 철창 안 원생이 한 마리가 잽싸게 이동, 달걀을 가로 채, 지 입으로 낼름 집어넣는 대만행이 도발되고. 이에 격분한 프랭크는 원숭이와 일생일대의 사투를 벌여 결국 자신의 일용할 간식을 되찾는 감격스러움을 맞이하게 된다. 허나, 원숭이 입에 들어갔다 나온 달걀을 세척도 안 하고 한 입에 먹어버렸으니, 무사할 리는 만무한 법. 프랭크는 결국 방안에 몸져눕는 자업자득의 불행한 사태를 겪는다.

여기까지는 패럴리 형제의 기존영화와 크게 다를 것 없다. 하지만 이 후로부터 영화는 생뚱맞게도 애니매이션이 실사와 함께 포개진다. 다시 말해, 원숭이로부터 공급된 바이러스가 프랭크의 신체기관으로 안전하게 공수되어 한 바탕 소동이 일어나는데, 그 몸 안에서 벌어지는 별천지의 상황들을 애니매이션으로 처리해버린 것이다. 더불어, 인간의 사회를 철저하게 그대로 옮겨 재현하니, <오스모시스 존스>의 기상천외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위장은 타 지역 손님들이 들어와 지인들과 해후하는 인천공항이나 연안부두쯤으로, 방광인 고환은 서로가 석별의 정을 나누는 '목포의 이별 항구'로 그려져 나온다는 말이다.

결국, 인체 안의 병균들과 치열하게 싸워왔던 백혈구 경찰서 소속의 '오스모시스 존스'가 지독한 바이러스 악당 '트락스'와 자웅을 겨뤄 프랭크가 건강을 회복하냐 마냐는 것이, 영화의 핵심 내용이다.

<오스모시스 존스>가 또 특이한 점은 감독이 두 명이 아니라 합이 넷이라는 사실이다. 패럴리 형제는 실사를 책임지고, 나머지 두 친구가 애니메이션을 담당. 2000년도에 출시된 저주받은 SF 환타지의 걸작이자 애니매이션의 결정판 <아이언 자이언트>에 참가했던 '피에트 크룬'이 그 중 한 명이고, 나머지 한 명은 <인어공주>, <개미>의 애니매이터였던 '톰 시토'이다. 이처럼 영화는 2인 2개조로 나뉘어 분업됐음에도, 홀몸으로 연출한 것 마냥 실사와 애니매이션이 유기적으로 서로를 매끄럽게 끌어안고 있다.

인체 안의 구조를 이리저리 탐사하며 다니는 <오스모시스 존스>를 보고 있노라면 아래의 영화들이 적잖이 포개어 질 수도 있다. <그렘린>을 연출했던 조 단테의 <이너 스페이스>와 <비디오 드롬>을 비롯한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역작들, 그리고 피터 잭슨의 잔혹 동화극 <피블스를 만나요>정도. 뭐, <이너 스페이스>는 인체탐험을 다루었던 상상력의 환타지라는 점에서, 크로넨버그의 역작은 신체의 해부학적인 측면을 다루었다는 근거로, <피블스를 만나요>는 실사가 아닌 인형극을 통하여 현사회의 축소도를 보여주었다는 일면에서,

영화에는 <매트릭스>, <타이태닉>, <터미네이터2>의 패러디 장면도 있으니 주의깊게 봐야 한다. 특히 위의 패러디 신들은 실사와 애니매이션의 경계를 문지방 넘나들듯 넘나드는, 영화의 백미인, 막판에 죄다 몰려있으므로, 이 후반부에서는 거의 엑스타시의 장도에 오른 포만감을 한 없이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터미네이터2>와 같은 패러디 장면은, 아주 기기묘묘하니 더욱더 능동, 밀착적인 시선으로 보길 바란다.

솔직히, <오스모시스 존스>의 제목만 보자면, 장 뤽 고다르의 <라비아모치 일 세르벨로>보다 더 발음하기 힘들고, 김수형 감독의 <새댁 나팔을 불기 시작했다>보다 더 뭔 내용인지 감이 안 올 정도이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과 비주얼은 역으로 조카들이나 슬하의 자식들을 착석시켜 보아도 될(된다) 정도로 쉽고, 재미나고, 발랄한 상상력 극대치의 가족영화에 다름 아니다. 또한 전작들처럼 역겹고 뜨악스러운 비위 상하는 장면, 오바스러울 정도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있다손 치더라도 원색이 오색찬란하게 수놓아진 애니매이션 때문에 그러한 컷들이 이내 귀엽고 앙증맞게 보일 정도니까!

-허접썰-
"배설, 화장실, 분변학의 '원조'영화는 뭐죠?"하는 질문들이 전부터 많았다. 하지만 뼈다귀 해장국집이나 족발집이나 여러분들도 다 보았듯, 죄다 '원조'라는 명사를 내걸고 있는 간판문화가 우리나라의 현 실정이다. 그래서 '원조'교제 또한 그 장본인을 검거하기 힘든 것이고. 그러므로 영화의 한 파생적 장르의 '원조'를 찾는 다는 것은, 서울역에서 남영역 역장 찾는 것만큼이나 지난한 과정이다. 하지만 역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영역 공익요원은 맞닥뜨릴 수 있는 법.

미국 감독인 존 워터스가 1974년도에 연출한 <핑크 플라밍고>를 한번 보길 바란다. 더럽고 추잡함의 최극단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핑크 플라밍고>는 아직까지도 불결한 영화의 컬트로 추앙받고 있는 작품이다. 정식적으로는 구하기 힘들고, 비정식적으로는 구하기 쉬우니 알아서 몸소 찾아보시길.

2 )
ejin4rang
한번 봤으면 좋겠네요   
2008-10-16 15:16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2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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