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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을 여는 첫번째 감동
피아니스트 | 2003년 1월 2일 목요일 | 정성렬 이메일

한반도를 술렁이게 하고 있는 핵 문제. 무기의 존재 여부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무기가 실제로 사용되었을 때의 비참함이 아닐까. 스스로를 지킨다는 의미에서 핵 무기가 필요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인간은 스스로를 지킨다는 명목아래 더욱 강력한 무기를 개발하고 그 무기를 이용해 살상을 이어왔다. 전쟁은 인간을 파괴하고 세상을 파괴한다. 세계 대전을 두 번이나 겪으면서 전쟁의 공포와 그로 인한 피폐함을 경험한 인간은 그러나 여전히 분쟁과 싸움을 멈추지 않고있다. 여전히 호전적인 미국과 과격한 방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이들. 그로 인한 대립과 갈등은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불안함을 조장한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최근 암울한 세계 정세에 발맞춰 새로운 감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골백번을 되씹어도 끝나지 않을 세계대전의 끔찍함을 우아한 피아노 선율에 맞춰 감상해 보는 것도 색다르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 가족은 유태인으로 독일군에 의한 숙청 대상 1호로 점찍히게 된다. 처음엔 그냥 지나가겠거니 했던 전쟁의 기운이 조금씩 숨통을 조이기 시작하고 주인공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먹을 것을 구걸하기 위해 천재성을 인정 받았던 피아노 연주를 포기한다. 유태인 마크를 몸에 부착하고 다녀야 하고, 그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늙었다는 이유로 혹은 독일군의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이유로 혹사당하며 쓰레기 취급을 당한다. 길바닥에는 굶어 죽은 이들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고, 건더기는 보이지도 않는 멀건 감자죽이 모자라 접시에 구멍이 날 때까지 핥아댄다. 그들에게 하루하루는 고통이고 삶과 전쟁을 벌여야 할만큼 비참함의 연속이다. 분명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봤던 참혹한 장면들이 다시금 스크린에서 유령처럼 되살아 났을 때 사람들은 숨쉬기 조차 힘들어 하며 그 끔찍함에 치를 떨어야 했다.

영화는 전쟁의 폐해를 통해 인간성 상실과 독일군의 만행을 눈살을 찌푸릴 만큼 지독하게 그려낸다. 그럼에도 피아니스트라는 주인공의 직업을 통해 모두가 무너진 그 곳에서 생명의 선율을 고혹적인 음색으로 그려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독일 장교와 주인공간의 음악적 교류는 때문에 가슴 속 깊은 울림을 남기며 눈물샘을 자극해 얼굴을 적시게 한다. 달빛이 그윽한 밤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모든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과 희망을 노래하는 것처럼 보인다.

칸느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는 제작비 3500만 달러가 투입된 대작으로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신파나 지나치게 감상주의적인 작품은 아니지만 감독이 그려내는 담담한 영상은 오히려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격정적인 감동을 전한다. 이 영화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저명한 예술가에서 간신히 하루하루의 삶을 연명하는 처절한 한 인간으로, 그리고 마침내 다시 피아노 앞에 선 이 남자의 삶은 인간의 가장 진솔한 드라마이자 가장 극적인 특별한 전장의 묵시록이다.

2003년 새해에 찾아온 이 걸출한 감동은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이나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과 같은 판타지에 질려버린 이들에게 무엇보다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을 이어가고 있는, <피아니스트>의 삶이 녹아 있는 음악을 감상해 보는 것도 남다른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
loop1434
멋집니다   
2010-02-23 00:56
ejin4rang
진짜 무서워요   
2008-10-16 15:17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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