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007 어나더데이>를 보고 난 관객들에게 북한의 이미지가 왜곡되어 심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A. 북한은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영화에서도 그렇고 실제에서도 그렇다. 평화를 주장하는 얼굴이 있고 한편으로는 전쟁을 준비하는 호전적인 면 두 가지가 있다. 영화에서도 대표적으로 상징되는데, 아버지 문 장군은 무력 통일을 원하지 않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를 원하는 모습이 있다. 비록 영화에서 많이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영화에서 평화적인 것만 그리다 보면 영화가 재미가 없어지니까 그 부분은 조금 묘사된 것일 것이다. 반면 아들 문 대령은 굉장히 호전적인 인물이다. 강경하고 자신의 이데올로기로 남한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무력으로 통일시키려는 인물이다. 이런 식으로 두 가지의 이미지를 가지고 영화가 진행되는데도 너무 한쪽만 과대하게 해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영화에서도 그 두 가지 모습을 같이 보여주고 있다. 감독으로서는 일종의 밸런스를 맞춘 것이다.
Q. 차인표와 릭 윤과 벌어진 공방(릭 윤이 ‘차인표는 거짓말쟁이이다’라고 비난하고, 차인표는 이에 대응, 캐스팅 당시 오고갔던 이메일을 공개하였다)의 진실은?
A. 말 그대로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그 주범은 대만의 언론과 한국의 일부 기사들이다. 현재 신문 기사에 나온 것 중에서 ‘사실(fact)’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릭 윤의 말도 맞고 차인표의 말도 맞다는 것이다. 차인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은 ‘자오’역할은 제의받은 적도 없고, 문대령의 역할을 제의받았으며 본인의 이유에 의해 거절했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고 그것이 사실이다. 릭 윤은 ‘자오’라는 역할은 처음부터 자신에게 제의된 것이고 차인표에게는 제의된 바 없다라고 얘기하고 있고 그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왜 혼선이 생겼는가.
대만의 기자들이 물어본 것은 실제로 이런 것이었다. 영어로 얘기하자면 앞에 ‘If’라는 게 있었다. 대만 언론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만약에 차인표씨가 ‘자오’역할을 제안받고 거절했다는데 사실인가’라고 질문을 했다고 했다. 릭 윤은 내한했을 때부터도 차인표가 ‘자오’역할을 제의받았다고 오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기분은 나빴을 것이다. 내한 기자회견 당시에도 그런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을 ‘한국과 외국 기자들의 정서는 다를 수 있으니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에 한다 해도 우리가 하겠다’고 했었다. 릭 윤이 대만 기자들과 기자회견하면서 ‘만약에(If) 차인표가 ‘자오’역할을 제안받았다고 얘기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라고 얘기한 것이다. 그런데 대만 기자들은 앞의 ‘If’를 빼버리고 그냥 ‘거짓말쟁이’라고 해버리니까 혼선이 생긴 것이다. 참고로 문대령 역할은 한국계 배우 ‘윌 윤 리’가 맡았다. (기자가 윌 윤 리의 외모가 차인표와 흡사하다고 지적하자)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우연이다.
Q. 100여 명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테스트 시사회의 반응은?
A. 영화에 대해 중립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100여 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영화에 대한 의견들을 물어보았다. 우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영화가 흥행적인 측면에서 재미가 있다 혹은 없다 어느쪽으로 손을 더 많이 들어주느냐’였다. 결과는 ‘재미 있다’라는 쪽이 압도적이었고 ‘인터넷 등을 통해 영화를 보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들 중에서 상당 부분은 과대해석된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영화를 대규모로 개봉하여 많은 사람들이 보고 난 다음에는 우리가 테스트 시사회에서 확인한 바대로 ‘영화를 보고 나니 재미가 있고 정치적인 것과는 관련이 없다’라는 입소문을 전해 주리라고 기대한다.
Q. 영화의 부분적인 장면에서 드러나는 이미지 왜곡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영화 전체에 흐르는 강대국 우선의 냉전논리라는 견해가 많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DMZ가 문대령과 자오의 신무기 ‘이카루스’에 의해 무참히 폭격당하고 있는 상황에도 미국과 영국인들 뿐 한국 수뇌부 및 결정권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장면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데.
A. 정치적인 논리, 우리나라의 민족주의자적인 논리로 영화를 보려니까 그런 것 같다. 비무장지대가 폭파되는 장면 때문에 한국이 위험해 보인다든지 북한이 굉장히 호전적으로 보인다고 하면 그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미국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영화를 보았을 때 ‘미국은 지진이 항상 일어나니까 미국에 가면 안되겠다’라는 그런 식의 논리도 같이 해당되는 것이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약간 포장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 관객들이 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아야 한다’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그림을 감독은 보여줘야 된다’는 주장인 것 같다. 실제로 영화에서 주요 작전들을 결정하는 것은 미군 사령부인데 미군 사령부에 한국군이 들어가서 작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영화 속에서 그려진 현실인데, 우리나라 관객들은 현실은 두번째고 한국 사람이 원하는 대로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욕심이 있는 것 같다.
Q. 혹시 12월 31일로 예정된 개봉일을 미룰 생각은 없는지? 목표 관객수는?
A. 없다. 한번도 고려하지 않았고 그럴 생각이 없다.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질적인 현실 정치와 영화를 분리하는 분별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007이라는 영화가 지금까지 40년 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아 왔던 이유는 제임스 본드가 홀홀단신 적을 쳐부수는 액션에서 오는 통쾌감 때문이지 정치적으로 자신과 관계가 있어서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관객수는 한국 내에서 전국 200만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블록버스터로서는 소박한 수치이다.
인터뷰 : 구인영
촬영 : 오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