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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공포의 향연, 더욱 노골적인 자극
할로우 맨 | 2000년 8월 29일 화요일 | 프리랜서 오상환 이메일

노골적인 폭력과 섹스의 연금술사 폴 버호벤이 돌아왔다. 열렬한 찬사와 집단적 야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즐기는 그의 행보는 여전히 변화무쌍하다. 우주에서 펼쳐지는 군국주의에 대한 풍자극 [스타쉽 트루퍼즈] 이후 3년만에 [할로우 맨]을 들고 나타난 그는 여전히 관객을 향해 노골적인 도발을 선보이며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한다.

폴 버호벤은 [사랑을 위한 죽음]과 [포스맨] 등 네덜란드에서 발표한 작품을 통해 무정부주의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카톨릭에 대한 경멸과 섹슈얼리티의 파괴를 매우 흥미로운 시각으로 접수했다. [로보캅]으로 성공적인 할리우드 입성을 치른 후 90년대 [원초적 본능]과 [쇼걸]을 통한 자아도취적 섹스 느와르의 터널을 통과한 그는 보다 거대한 시스템에 걸맞는 스케일을 뽐내는 영화들을 선보이며, 좀 더 매끄러운 화법으로 절대적 가치를 공격한다. [로보캅]과 [토탈리콜]의 건조한 외부공간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의도적으로 밝은 색채를 강조하며 단조로운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단순한 공간을 선보였던 [스타쉽 트루퍼즈]를 거쳐 절대적 가치의 전복을 꾀하는 묵시록적 공간으로 다시 돌아온 폴 버호벤의 또 다른 디스토피아를 만날 수 있는 영화가 [할로우 맨]이다.

[할로우 맨]은 폭력과 성에 대한 일관된 연구를 지속해온 폴 버호벤의 야심찬 도발이 집결된 거대한 프로젝트이다. [로보캅]과 [토탈 리콜] 등을 통해 기억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묵시록적 시선으로 독특한 분위기의 미래를 재구성했던 그의 인간에 대한 냉소와 암울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물신주의에 대한 조롱과 집단주의에 대한 비판, 인간 내면의 추악함마저 들추어내는 정교한 연출이 할리우드의 신기술과 어우러지며 놀라운 섬뜩함을 선사한다.

폴 버호벤은 [할로우 맨]을 통해 지금까지 발표된 투명인간에 관한 영화들의 공식을 해체한다. 투명인간이 된 후 달라진 것들을 다소 낭만적인 분위기로 더듬으며 애처로운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던 기존의 영화들을 조롱하려는 듯, 매우 거친 숨결을 내뱉으며 야수처럼 포효하는 인간의 이중성에 눈길을 돌린다. 끊임없는 불안과 두려움 사이를 오가며, 광기의 극단을 표출하는 주인공을 통해 호러 영화의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솜씨는 장르적 변칙에 능한 고도의 술수를 어김없이 드러낸다.

다소 단순하게 보일 수 있는 플롯을 뼈대삼아 거세당한 판타지를 그려내는 재주 또한 여전하다. 폴 버호벤은 빈약한 스토리를 풍성하게 채우려 애쓰는 대신, 불안과 위험이 꿈틀거리는 공간 속의 자아와 그를 대하는 집단의 이기적 태도를 묘사하는데 주력한다. 마치 네덜란드에서 영화를 만들던 시절부터 줄곧 이어진 세계관을 집결하려는 듯 폭력과 섹스의 양면성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대변되는 거세에 대한 두려움,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를 통한 인간에 대한 강한 불신을 거칠게 쏟아내는 폴 버호벤의 차가운 시선은 이 거대한 SF에 끈끈한 긴장을 불어넣는다.

카톨릭에 대한 경계적 방어는 '결코 신이 될 수 없는' 할로우 맨 카인을 통해 역설적으로 드러나고, 끝없는 성의 판타지와 사도마조히즘적 경계는 할로우 맨의 관음적 시선으로 표출된다. 폴 버호벤은 중반부까지 투명인간에 관한 흥미로운 이해로 점철되어 있던 이야기를 뒤집어 이 영화의 후반부를 끈끈한 욕망의 점액 덩어리가 넘실대는 불쾌함으로 채우고 있다. 이러한 설정은 종교와 성과 폭력을 한 범주에서 연결시켜 사고하는 폴 버호벤의 세계관을 투영하는 것이며, 거대한 욕망과 디스토피아에 대한 믿음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반영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의해 실현되는 욕망의 추악한 단면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공포는 뒷덜미를 잡아끄는 긴장과 호러적 쾌감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근육, 뼈, 관절 등 신체의 일부분이 사라지고, 다시 부활하는 식의 움직임이 놀랍도록 생생하게 재현되어 아찔한 공포를 선사한다. 하지만 폴 버호벤은 영화 속에서 카인의 대사처럼 '호러를 찍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폴 버호벤은 [할로우 맨]을 통해 호러와 SF의 틀을 빌려 위선과 체제를 공격하고, 관객들에게 고도의 자극을 선사한다. 점점 노골적으로 수위를 높여가는 자극을 통해 관객과의 게임을 즐기려는 듯 보이는 일종의 내기는 폴 버호벤의 영화를 더욱 흥미있게 채우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비록 그 형태는 때로 [쇼걸]과 같은 돌연변이를 낳는 등의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수효과에 의해 소름끼치는 악의 화신으로 살아난 케빈 베이컨의 강렬한 카리스마가 인상적이다. 폴 버호벤의 이야기 투르기가 무색할 정도로 압도적 장악력을 자랑하는 뛰어난 특수효과는 그 자체로 시각적 황홀함을 전달한다. 미국에서조차 '빈약한 이야기에 비해 특수효과는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으니, 특수효과에 대한 기대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와 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할로우 맨]은 결코 폴 버호벤의 재능을 과소평가할 수 없음을 입증한다. 비록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다소 도식적인 결말과 캐릭터들 사이에서 다소 엉거주춤한 모습은 예전 영화들에서 전해지던 활기를 느낄 수 없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로우 맨]은 폴 버호벤이 세상을 이해하는 냉혹한 시선으로 인해 매력적인 불안을 제공하며 영화를 보는 동안 신선한 쾌감을 안긴다. 여전히 도발로 무장한 채 위험한 자극의 줄타기를 시도하는 그의 영화가 전하는 매력으로 가득찬 [할로우 맨]은 [엑스맨]과는 또 다른 형태로 관객들에게 만족을 전할 것이다.

4 )
ejin4rang
투명인간의 매력   
2008-11-12 09:41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01
pyrope7557
맨 시리즈는 좋지만...할로우 맨은 .....   
2007-07-19 13:44
ldk209
뻔하디 뻔한... 영화...   
2007-01-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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