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평균 나이 58.7세, 대선 후보 4명의 고뇌와 비애를 그린 다큐 영화가 아닐까?, <죽어도 좋아>의 성기노출시비에 따른 비디오 업계의 아류작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족히 품을 만한 연령대이다. 한국에선,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진, 주인공으로 분해 나오기 힘든 연세를 가진 노?배우들의 영화는, 다름 아닌 미국의 <타운 앤 컨트리>이다. 영화는 원래 99년 4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물경 13번이나 연기되었다. 고로 연기자들만큼이나 지긋한 연륜을 지닌 장수필름이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지천명(知天命)인 오십 줄을 훌쩍 넘겨 버린 영화 속 인물들은, 워렌 비티, 다이안 키튼, 골디 혼, 게리 샌드링이다. 그만큼 영화는 이 명배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돈 값을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타운 앤 컨트리>는 부록 인물로 나스타샤 킨스키와 앤디 맥도웰까지 친절하게 담아낸다. 영화는 미국 중산층 부부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소풍경을 코미디 극을 빌려 그려낸다. 그렇다고 케빈 스페이시의 <아메리칸 뷰티>나 이안 감독의 <아이스 스톰>을 연상시킬 필요는 없다. 영화는 시장통에서 싸우는 부부의 그것만큼이나 가볍고 심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타운 앤 컨트리>는 다른 무엇보다도 등장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이기에, 그들을 충분히 활용하려고 한다. 그러기에 영화의 대사는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는 모노 드라마마냥 무지하게 길다. 하지만 영화는 혼자서 하는 원맨쇼가 아니다. 대사가 위트 있고, 배우들의 이력에 힘입어 톡톡 쏘는 맛이 있긴 하지만, 서로 치고받는 투맨쇼, 쓰리맨쇼가 없다면 영화의 재미는 반감되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긴밀성 역시 너무나도 쉽게 큰 갈등 없이 모든 게 엎어지고 다시 주어 담고 있기에 그리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그렇다면 코미디 영화이니 웃길까?
웃긴 사람은 웃을 것이고, 시큰둥한 사람은 냉랭하게 스크린만 응시할 것이다. 그만큼 영화의 유머는 미국식 코드를 지니고 있기에 낯익거나 낯설게 다가온다. 따라서 <타운 앤 컨트리>의 묘미는 전언했듯 역량 있는 스타급 배우들의 목소리와 호연에 고스란히 존재한다. 물론, 거기에 따른 소소한 곁가지 재미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중년층의 결혼 생활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데 있어, 조금만 짜임새 있게 직조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볼 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