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본 소설 <링>이 영화로 리메이크 되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소식 혹시 들어봤니? 미국의 기존 공포 영화들과 노선을 달리하는 <링>은 보이지 않는 실체와 지극히 동양적인 정서인 '한(恨)'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작품으로 미국에서도 꽤 신선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해.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영화로 제작된 적이 있고, 일본에서는 몇 편의 시리즈가 나오기도 했던 <링>. 솔직히 미국의 그것은 어떤 모양일지 무척 궁금한데 <링>과 비슷한 방법으로 공포를 조성하는 영화가 있어서 소개해 주려구.
<피어닷컴>이라고 들어 봤어? 지난 여름에 개봉해서 의외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영화야.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봉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이 영화 역시도 '한(恨)'의 정서를 가지고 있단 말이지. 'feardotcom.com' 이라는 사이트에 사람들이 접속을 하고 48시간만에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이유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야.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이용해서 영혼이 옮겨 다닌다는 설정은 마치 <링>에서 비디오를 통해 전이되는 공포 바이러스와 일맥상통하고 그 영혼의 목적이란 것이 결국엔 죽음에 대한 복수와 맺힌 '한(恨)'을 풀기 위한 것이라는 설정 또한 비슷하지.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이미 <헌티드 힐>로 피범벅이 난무하는 공포를 선사했던 윌리엄 말론 이라는 사람이야. 이번에도 그의 장기를 살려 공포와 CG를 교묘하게 사용하는데, 1인칭 시점 샷을 통해 몽환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장면 하나하나가 관객의 감정과 일치되도록 유도하는 능력이 장난이 아니란 말씀이지. <글래디에이터>, <스폰> 등에서 활약했던 특수효과팀과 <스타워즈 에피소드1>의 미술팀 등 소위 일류 스탭들이 참여했다는 점도 영화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있어.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비주얼 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다 보니 아무래도 스토리의 엉성함을 제대로 커버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다는 거야. 사건의 얼개는 너무 엉성하기 그지 없고, 문제가 풀려나가는 상황의 전개 또한 조금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보는 이들에게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이기도 해. 미국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많이 지적되었다고 하더군. 하지만 <파워 오브원>, <블레이드>의 스티븐 도프, <솔라리스>, <트루먼 쇼>의 나타샤 멕켈혼의 연기는 꼭 한번 집중해서 봤으면 하는 바람이야. 정말 굉장하거든.
이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인터넷이 공포의 진원지가 되었다는 설정이 특별하고, 인터넷 선을 타고 영혼이 돌아다닌다는 공포가 남다른 <피어닷컴>은 어쩌면 인터넷을 통해 은밀한 욕망을 불태우는 이들에게 경고의 메시지 같은 것을 남기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영화에서 계속 말하거든. 너 나랑 같이 놀래? 라고... YES or NO. 만약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그 유혹을 견딜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서 한번 생각해 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