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Music by 테디 카스텔루치 Teddy Castellucci
최근 폴 토마스 앤더슨 (Paul Thomas Anderson) 감독의 신작 < Punch-Drunk Love > 에서의 연기변신으로 화제를 낳고 있는 아담 샌들러 (Adam Sandler) 의 <미스터 디즈> 는 그의 예전 작품과 별반 다를바 없는 코미디 영화이다. 그리고 또하나 변치 않는 것이 있는데, 바로 아담 샌들러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주옥 같은 락 넘버들이 그것이다. 아담 샌들러가 출연해왔던 기존의 영화에서도 물론이거니와 <미스터 디즈> OST 에서도 역시 신구의 조화를 꾀하는 주옥 같은 곡들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나름데로 음악영화라면 음악영화의 코드를 겸비하고 있는 <웨딩 싱어> 는 무려 2장의 OST 앨범이 발매되었을 만큼 음악의 비중이 높은 영화로써 “A Flock of Seagulls” 의 82년도 작 “Space Age Love Song” , MTV 의 개국을 알렸던 기념비적인 곡으로 더욱 유명한 “Video Killed The Radio Star”, 그리고 “Police”, “The Smiths”, “Culture Club” 의 히트곡들이 삽입되었있다. 단지 히트곡들의 나열이 아닌 예리하고 섬세한 선곡 능력이 돋보이는 리스트로서 아담 샌들러의 음악적 감각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대표작이기도 하다. 음악과는 별 상관없으리라 생각되는 <워터보이> 역시 범상치 않은 OST 의 면목을 갖추고 있다. “Goldfinger” 와 같은 신세대 펑크 그룹의 곡은 물론이거니와 “Doors” 의 “Peace Frog”, 캐나다 출신으로서 프로그레시브 락의 거장으로로 일컬어지는 “Rush” 의 “Tom Sawyer” 에 이르기까지 수록된 모든 곡들이 팝이나 락 역사에 있어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명곡들로 채워져 있다. 영화의 내용중 아담 샌들러 자신이 “Styx” 의 팬임을 주장하는 <빅 대디> 에서는 “Styx” 의 “Babe” 는 물론 실력있는 후배 뮤지션들이 올디스 락 넘버를 리메이크하여 참여함으로써 한층 더 앨범의 값어치를 더하고 있기도 하다. “Sheryl Crow” 는 “Guns N’ Roses” 의 “Sweet Child O’ Mine” 을, “Rufus Wainwright” 는 “Swirsky” 의 “Instant Pleasure” 를, “Shawn Mullins” 는 “George Harrison” 의 “What is Life” 를 각각 리메이크해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Limp Bizkit”, “Garbage” 등 동시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영화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OST 앨범으로서는 거부할수 없는 매력을 심어놓고 있다. 이러한 전과(?)를 갖고있는 아담 샌들러의 영화인지라 실로 그의 신작이 발표되면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그 영화의 OST 앨범에 더 관심이 가는것도 무리가 아닐것이다.
<미스터 디즈> 역시 예상치 못한 트랙들이 많이 눈에 뛴다. 영화가 1963년도 작품 <디즈 씨 도시에 가다>를 원작으로 하고있음에서 인지 특히나 노익장이 눈부신데, 우선 60년대 하드락 사운드를 대표하는 그룹 “The Who” 의 기타리스트 “Pete Townshend” 를 시작으로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세계의 문화 트랜드 중심에 서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David Bowie”, 그리고 “Beatles”, “Rolling Stones” 와 더불어 영국을 대표하는 락 밴드 “Yes” 에 이르기까지 과연 그 면모가 화려하기 그지 없다 하겠다. 나열한 뮤지션들의 공적만으로도 반세기 락 역사를 훓어본듯한 느낌까지 드는데 더욱이 <미스터 디즈> 의 OST 앨범이 빛이 나는 것은 노익장 못지않는 신세대 락 뮤지션들의 참여도도 훌륭하다는 것이다. 범람하는 브리티쉬 밴드들 틈에서 고유의 세련된 음색을 지켜나가고 있는 “Travis” 라든가 최상의 멜로디 메이킹 실력을 선보이며 꾸준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Weezer”, 그리고 다양한 음색과 왕성한 라이브 무대를 갖으며 90년대 수퍼 락 그룹으로 거듭나고 있는 “Dave Matthews Band” , 이 외에도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밴드 “U2”, 미국 신세대 전통 락 사운드의 계승자라 일컬어지는 “Counting Crows”, 메이져 무대 데뷔 싱글앨범 “My Own Worst Enemy” 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른 “Lit”, 차세대 크로스오버 힙합-락 사운드를 들려주며 평론가들과 대중들에게 그 실력을 인정받은 “Trik Turner”, 97년 데뷔앨범 [Left of the Middle] 에서 첫 싱글 “Torn” 으로 영국 시장은 몰론이거니와 미국등 전세계에 “임브루굴리아 신드룸” 를 탄생시켰던 장 본인 “Natalie Imbruglia” 까지… 이 모든 뮤지션들의 주옥 같은 곡들을 <미스터 디즈> OST 한장을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오리지널리티라는 측면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트랙은 본 앨범에만 수록되어있는 신곡 2곡을 들 수 있겠다. 영화의 애잔한 러브 스토리와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의 곡 “Where Are You Going” 은 “Dave Matthews Band” 가 영화를 위해 선사한 신곡.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Dave Matthews” 의 예의 차분하고 섬세한 보컬과 어쿠스틱 사운드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영화의 Love Theme Song 으로서 손색이 없다 하겠다. 또 하나의 신곡은 “Counting Crows” 의 “Goin’ Down To New York Town” 으로 전형적인 미국의 광활한 대륙 지향적 락사운드가 집약된 곡이라 하겠다. 미국인들만의 정서인 컨튜리 사운드와 블루스 사운드가 잘 녹아들어간 흥겨운 홍키통키 사운드의 곡. 2곡의 신곡 외에도 귀를 잡아끄는 곡이 있으니 바로 “David Bowie” 의 69년도 데뷔 앨범에 수록되있는 “Space Oddity” 이다. 현재까지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며 후배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그의 초창기 음색을 접해볼수 있는 소중한 기회임에 틀림없다. 세월의 풍랑을 이겨낸 중후한 모습으로 오늘날 우리 앞에 서있지만 전성기를 구가하던 70년대에는 그 당시 무척이나 파격적인 의상과 무대 매너, 그리고 사운드로 락 매니아를 사로잡았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특히 본 앨범에 수록된 “Space Oddity” 에는 극중 비행기 안에서 승객들이 돌아가며 불러재끼는 코믹한 사운드가 초반부에 삽입되어 영화의 감동을 재현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는 대중 음악 장르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랩-코어 사운드를 구사하는 “Trik Turner” 는 일련의 랩-코어 밴드인 “Linkin Park”, “Limp Bizkit” 과는 상당부분 차이점을 들어내고 있는 밴드이다. 여탸 랩-코어 밴드들이 흑인 뮤직으로부터 소극적인 상호교류 자세를 취한채 말쑥한 멜로디와 힘의 논리만을 내세우는 반면에 “Trik Turner” 는 그야말로 백인을 대표하는 락 사운드와 흑인을 대표하는 힙합 사운드와의 이상적인 조화를 꾀하는 밴드이다. 그들의 랩핑에서는 단지 단시간내에 보다 많은 어휘를 구사하고자 하는 얄팍한 꾀가 스며들어있다기 보다는 흑인들 고유의 한의 정서가 서려 있는듯한 느낌마저 받게 된다. 사운드에서도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과격하고 또한 미래지향적인 일렉트릭 사운드에 의존하지 않은채 잔잔한 포크락 사운드를 연상케 하는 여유있는 템포 위로 자신들의 하고픈 말을 설파 하고 있다. 정말이지 흑인 힙합 사운드의 진실성이 무엇인지 아는 밴드임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브릿팝 밴드들 중에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역을 간직해 나가는 몇 안되는 밴드 “Travis” 의 “Sing” 도 반가운 트랙이다. 물론 대선배 “Beatles” 나 “Rolling Stones” 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그들도 있을 수 없었겠지만 적어도 영국 음악의 병적인 폐해라 할 수 있는 “Radiohead” 의 아류로는 분류되지 않음은 그들의 개성있는 음악성을 잘 증명하는 바이기도 하다. 세련된 편곡과 고혹적인 보컬등… 전형적인 영국 락 사운드를 구사하는 이들의 음악이 <미스터 디즈> OST 앨범내에 머무르고 있음은 어찌보면 최대의 이변이라면 이변.
OST 앨볌에서 오리지널 스코어가 부재한다는 것은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치유될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임에 분명하다. 그러한 점에서 <미스터 디즈> OST 앨범은 낙제점을 받아 마땅하다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오리지널 스코어의 존재 목적 역시 영화의 감동과 재미를 음악으로 승화시킨다는 점에 있음을 주지한다면 <미스터 디즈> OST 의 기가막힌 선곡은 어느정도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에 모자람이 없다고 생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