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읽기 전에 먼저 봐 두어야 할 부분은 첫째 이 영화를 연출한 '캐서린 비글로우' 라는 감독이다. 자유로우면서도 보수적인 땅 할리우드에서 '여성감독'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블루 스틸>, <폭풍 속으로>, <스트레인지 데이즈> 등 남성 호르몬이 물씬 묻어나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자신의 입지를 탄탄히 굳혀가고 있는 그녀가 이번에는 소련 핵 잠수함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 연출 뿐 아니라 제작에까지 관여할 정도로 자신감을 드러낸 이 작품에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스펙타클과 스릴이 어떤 것인지를 놀라운 침착함으로 그려내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국이 중심이 아닌 소련을 중심으로 여자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는 신작 < K-19 >는 때문에 더욱 많은 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끔 한다.
두 번째는 앞서 밝혔듯 이 영화의 중심 축은 미국이 아니라 소련이라는 점에 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61년을 배경으로 결함을 묵인한 채 테스트 미사일 발사를 위한 출항을 강행하고 목숨까지 위협하는 극한의 훈련을 실시하며 대원들에게 끊임없는 충성심과 의무를 강요하는 주인공을 축으로 탈 냉전시대를 맞이하야 그들도 인간이었고 세계 평화의 지킴이가 단지 미국만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다. 오히려 몇몇 장면을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부패하고 썩었는지 혹은 그네들이 주장하는 민주주의가 폭력과 파괴로 인해 일구어진 허우대만 멀쩡한 환상인지를 암시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친미주의자들을 당황케 하기도 한다. 이는 대부분의 미국 전쟁영화 혹은 기존의 잠수함 영화가 일인 영웅 주의를 내세우며 미국 만세를 외쳤던 것과 다르게 더욱 깊이 있는 긴장감과 감동을 전하는데 일조한다.
이 세 요소가 골고루 혼합된 < K-19 >는 뿐만 아니라 환상적인 오케스트라와 특수효과 그리고 진짜 같은 잠수함 모형의 연출 등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무려 1억 2천만 달러가 투입된 이 영화는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 많은 돈이 어디로 흘러 갔는지가 눈에 보일 정도로 훌륭한 퀄러티를 보여주고 있어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어느새 훌쩍 지나버렸음을 영화가 끝난 뒤에서야 깨닫게 될 정도다.
이렇게 많은 자본이 투입된 영화 가운데 이만큼 용감한 영화가 또 있었던가. 지나치게 반미적인 성향 때문에 미국에서의 흥행이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 이 영화를 가지고 미국과 소련으로 이분법화 하는 것 자체가 < K-19 >라는 텍스트를 읽는 방법의 가장 큰 오류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가 이야기 하려는 것은 그네들의 사상과 대립이 아니다. 상황과 갈등을 중심으로 휴머니즘에 대한 감독의 따듯한 시선을 보여주며 인간의 의지와 결정을 보여주고자 함이었다. 인물과 사건 그리고 환경을 적절히 조화시켜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뜨거운 기운을 불러 일으키는 < K-19 >는 그래서 '수작'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