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시간을 붙잡는 사진의 힘을 넘어 사람 사이의 끊어지지 않는 인연까지 (오락성 7 작품성 7)
사진의 얼굴 | 2026년 9월 1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고희영
배우: 구와바라 시세이, 최화자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98분
개봉: 9월 2일

간단평
한평생 단 하나의 길에 인생을 바쳐온 이들의 삶은 그 자체만으로 숭고한 경외감을 자아낸다. 빽빽하게 지난 세월의 작업물로 둘러싸인 방에서 한 노인이 눈을 뜬다. 1936년생, 90세의 포토저널리스트 구와바라 시세이다. 익숙한 일상을 시작한 그는 카메라를 챙겨 지하철에 몸을 싣고 어딘가로 향한다. 아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현장을 향하는 그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다. 수십 년 전 찍은 사진과 지금도 이어지는 기록 사이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고희영 감독의 <사진의 얼굴>은 그렇게 한 사람의 현재에서 출발해 그가 평생 카메라로 좇아온 시간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고희영 감독은 전작 <물숨>(2016)에서 7년 동안 우도 해녀들의 삶을 담아냈고, <불숨>(2019)에서는 평생 불과 싸워온 도공과 그 뒤를 잇는 딸의 이야기를 6년간 따라가며 인물의 깊숙한 결을 포착해 왔다. 이번에 감독의 시선이 다다른 곳은 포토저널리스트 구와바라 시세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구와바라가 촬영한 문경 도자기 마을의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됐다.

1960년 미나마타병 피해자들의 취재를 시작으로 포토저널리즘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구와바라 시세이는 현장을 단 한 번의 취재로 소비하지 않았다.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것으로 관계를 끝내는 대신 피해자와 그 가족, 자손들의 곁을 지키며 인연을 이어갔다. 그의 카메라는 미나마타를 넘어 한반도로 향했다. 지난 60년간 100여 차례 한국을 오가며 청계천 서민들의 삶부터 민주화 운동, 동두천 기지촌, 평양의 일상까지 한반도를 관통한 역사를 10만 컷의 사진에 담아냈다. 미나마타에서 시작해 한국과 베트남, 북한으로 이어진 그의 시선은 역사의 거대한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얼굴’을 향해 있다.

고희영 감독은 98분의 길지 않은 상영 시간 안에 한 거장이 걸어온 65년의 묵직한 족적을 밀도 있게 아로새겼다. 영화는 거대한 역사를 기록한 사진가의 면모에만 머물지 않고 그의 사적인 영역으로 조심스럽게 시선을 넓힌다. 한국인 최화자 여사와의 결혼 이야기부터 소소한 현재의 일상, 둘째 아들과 함께하는 가족 행사에 이르기까지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면서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 인물에게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고 한 발 물러서 지나온 시간의 깊이를 응시하는 감독 특유의 연출 내공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사진의 얼굴>은 과거의 거장을 추억 속에 박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직접 내레이션을 맡은 구와바라의 힘 있는 목소리처럼, 그는 여전히 현장을 누비며 세상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현재진행형 사진가다. 시간을 붙잡는 사진의 힘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끊어지지 않는 인연까지 담아낸 이 다큐멘터리는, 90세의 노장이 지금도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향하는 이유를 묵직하게 보여준다.



2026년 9월 1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박물관이나 기록 전시관에서나 접할 법한 한국 근현대사의 현장들, <사진의 얼굴> 하나로!
-다큐멘터리 자체에 관심 없는 분이라면 + 굳이 과거 사진을 왜 봐야 하지? 라는 생각이라면
0 )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