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금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팝요정이 누구인지 알아? ‘Baby One More Time’ 이나 ‘Oops! I Did It Again!’이라는 노래 들어본 적은? 이 정도만 해도 이미 짐작했겠지만 이번 주인공은 바로 ‘브리트니 스피어스’야. 데뷔 3년동안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잡지 ‘롤링스톤’의 표지 모델만 3차례에, 여가수로는 최초로 데뷔 이래 연속 3장의 앨범을 빌보드 1위에 올리는 대기록을 세워 팝음악계를 놀라게 한 미국 아이돌의 상징! 한술 더떠 영국 윌리엄 왕자의 짝사랑의 대상..우와 이렇게 말하고 보니 81년생의 그녀가 엄청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네.
이렇게 팝계의 퀸으로 떠오른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영화에도 출연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그 영화제목이 <크로스로드>인 것도. 세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풀어나간 <크로스로드>는 간단히 말하면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위한 영화야. 그러므로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관심 없거나 오히려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권유하고 싶지 않아. 솔직히 그녀의 팬인 나도 너무 속보이는(?) ‘브리트니 띄워주기’에 약간은 민망했거든.
<크로스로드>는 브리트니 ‘팬들에 의한, 팬들을 위한, 팬들의 영화’라고 할 수 있어. 미국 개봉 당시 언론과 비평가들은 엄청나게 혹평을 쏟아 부었지만 브리트니는 간단히 일축했어. “나는 비평가들이 좋아하는 것은 다 싫어하고 그들이 싫어하는 것은 다 좋아해요. 내 팬들이 영화를 보고 즐거워하면 그걸로 만족하고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재미있는 일이면 계속할 거예요.” 그리고 그녀의 확신대로 <크로스로드>는 비평가들의 바램과 상관없이 개봉 첫 주에 박스오피스 2위를 석권,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버렸지. 그뿐이겠어. 팬서비스가 확실한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역시 팬들의 보다 열렬해진 사랑이니, 영화의 주제곡인 “I'm not a Girl not yet a Woman”은 미국에서 빌보트 차트 1위에 오르면서 더욱 브리트니의 기를 살려주었지. 근데 이 노래만큼은 정말 좋으니까 꼭 한번 들어봐.
솔직히 <크로스로드>는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 전개와 상투적인 결말, 지나치게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의존한 구성으로 다른 캐릭터들은 전부 들러리가 되어버리는 등 비판할 거리를 찾는다면 무궁무진 할거야. 가수를 꿈꾸던 미미의 무대공포증으로 인해 공부만 하던 루시가 갑자기 섹시한 옷을 입고 유혹적인 춤을 추면서 관중들을 열광시키게 된다는 작위적인 설정도 좀 심했지. 청소년들의 고민과 행복에 대해 다루고 싶다고 했지만 이건 표면적인 치장에 지나지 않고, 종일 밋밋한 스토리로 진행된 영화는 브리트니의 변신과 그럴듯한 여행길의 풍경으로 면죄부를 요구하지.
결국 로드무비라는 형식만 빌려왔을 뿐 그 깊이는 채우지 못했지만, <크로스로드>도 나름대로의 분명한 매력이 있어. 바로 ‘브리트니 스피어스’라는 청춘 아이콘이지. 이 영화의 치명적인 결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핵심적인 성공 요인인 그녀의 매력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어. 요즘 국내 가요계와 TV 드라마를 휩쓰는 장나라가 영화를 찍는 것 역시 이런 이유와 다를 바 없을 거야. 영화 속의 춤과 노래를 통해 관객은 순결선언까지 한 브리트니의 청순하고 소녀적인 매력과 동시에, 섹시함과 성숙미를 마음껏 자랑하는 관능적인 공연까지 한번에 볼 수 있어. 그러니까 브리트니 스피어스 좋아하는 사람들~ 꼭 봐~.